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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북한 핵무기 '선제타격'에 숨겨진 무서움



북한이 결국 3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북한은 2월12일 오전 11시 57분경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에서 6~7kt으로 추정되는 핵실험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정도 규모는 히로시마 원폭의 절반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히로시마 13kt)

북한 핵실험 규모를 볼 때 '증폭핵분열탄'(수소폭탄의 전 단계)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갱도 내에서 했던 실험이기에 그저 그 위력을 무시하기만은 어렵습니다. 

북한 핵실험이 강행되자, 한국의 TV 방송과 신문,언론 등은 일제히 속보를 냈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과 향후 전망을 하였습니다. 여기에 한국 정부도 북한 핵실험에 신속한 대처를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국가안정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청와대 내 지하벙커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김성환 외교통상,류우익 통일,김관진 국방,맹형규 행정안전 장관,원세훈 국정원장,하금열 대통령실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의에서 나온 대책이야 뻔합니다. 그저 브리핑과 성명서가 전부입니다. 여야가 모여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를 벌였지만 여기서도 그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얘기를 듣기만 했던 수준이었습니다.


이번 북한 핵실험에서도 한국은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북한은 11일 어제 10시경 미국과 중국에 핵무기 실험 통보를 했지만, 한국은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고, 미국과 중국이 통보해서야 북한이 12일 핵실험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지난 2월4일 북한 핵실험이 있기 전부터 북한 핵실험을 막기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이것이 현재 한국의 현실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국방] - '북한 핵실험'을 막기 위한 한국의 '구걸외교'

북한 핵실험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한국은 현재 북한 핵실험을 막기 위한 어떠한 능력도 없습니다. 북한과의 공식 채널을 통한 대북 외교라인이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기 때문입니다. 평화적인 회담으로도 막지 못하고 있다면 강력하게 북한의 핵무기를 저지할 수 있는 군사적인 우위에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친절하게 북한 핵무기 실험 통보를 해줘야 겨우 알 수 있고, 그 이후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성명서나 브리핑을 통해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겠다는 말,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핵무기 선제타격, 과연 가능할까?'

김관진 국방장관은 12일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핵도발 징후가 있을 경우 선제타격에 대해 "핵무기를 투발했을 경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전에 파기시키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며 찬성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 최선의 대안이라는 북한 핵무기 '선제타격'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는 우리가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 북한 핵무기 선제타격을 위한 한,미 연합 체계, 이미지출처:조선일보.


북한이 핵무기를 가동했을 경우, 한국군 자체적으로 그것을 요격할 능력은 없습니다. 북한 핵무기를 요격하려면 최소 5분 안에 폭격 내지는 요격해야 하는데, 한국군은 현재 표적 탐지에만 5분이 걸립니다.

우리 군은 현무-1이나 현무-2 의 탄도미사일이 있지만 북한 후방까지 타격하기에는 거리와 대응시간이 느려 표적 탐지 5분을 포함하면 선제타격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은 이라크에서 발사한 스커드 미사일 요격을 위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가 실패하면서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둔한 미군 28명만 사망했습니다.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날로 발전한다고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결함 등으로 미사일이 1Km를 날아갈 때마다 0.5초~1초 정도의 미세한 오차가 발생하는데, 이는 '선제타격'이나 요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미국의 이지스함이 SM-3를 발사하고 있다. 출처:레프트 21


결국, 미국이 이지스 순향함이나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내지는 B-2 스텔스 폭격기로 핵무기 발사를 폭격하거나 핵무기 발사 후 요격하는 일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그리 쉽지 않습니다.

사정거리가 1000km인 노동 1호의 속도는 마하 10입니다. 사정거리가 2000km인 대포동 1호라면 거의 마하 13까지 올라가는데, 만약 사정거리가 3000km이면 속도는 마하 16까지 육박합니다. 최고속도가 마하 1~2인 전투기나 대함 미사일을 요격하도록 개발된 이지스 시스템이나 스탠더드 미사일로는 사정거리가 1000Km가 넘는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각주:1]

그래서 개발된 고성능 요격 미사일이 바로 스텐더드 SM-3인데 이것은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표적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하며 사정거리도 1500km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신형 요격 미사일 시험이 성공한 것이 겨우 지난해 5월입니다. [각주:2]

2011년 9월에 실시됐던 첫 요격 실험에서는 목표물을 격추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성공했는데, 이것이 실전 배치된다고 해서 백 퍼센트 요격에 성공하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장면,출처:레이시언사


걸프전이 시작되기 전에 미군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최첨단 무기로 선전하면서 당시 뉴스들은 요격률이 97%에 달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미 육군의 발표는 70%, 일부 전문가들은 그마저도 믿지 못한다는 비평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걸프전이 끝나고 미국 대통령 부시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제작한 레이시언 회사를 방문하여 걸프전의 영웅이라고 극찬을 했지만,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던 모셰 알렌의 '지켜지지 않은 맹약'이라는 책을 보면,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유효사거리는 겨우 70킬로미터이고, 명중률은 9%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각주:3]

앞서 말한 SM-3도 레이시언사의 제품이고, 실제 전장에 배치됐을 때 그 요격률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놓고 본다면 '선제타격'하는 일 자체가 무슨 완벽한 북한 핵무기 억제 능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핵무기 선제타격,그것은 전쟁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속해서 미사일 사거리를 높이는데 그 이유는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에 핵무기를 발사할 능력이 있다면 미국은 북한을 함부로 못할 것이고,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에서 우위에 있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서 미국을 타격하는 사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아예 미국 본토에 핵무기가 오지 않도록 '선제타격'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북한 미사일 사거리 현황, 출처:연합뉴스.


그런데 만약 미사일을 동원한 선제타격이 되지 않을 경우, 미군은 전투기를 동원한 융단 포격을 감행할 것이며,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지상군을 동원할 것입니다. 그러면 바로 전면전이 되리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적의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전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전쟁이 뻔한 상황이 '선제타격'인데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아야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인명피해자와 전쟁으로 울고 있는 어린아이.


한국전쟁으로 한국의 사망자만 백여만 명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의 85%가 민간인이었습니다. 한국의 공공시설 80%가 모두 파괴됐습니다. 한국전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전은 엄청난 전쟁 피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미국이야 선제타격하다가 실패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여도 미국 본토에는 피해가 없을 수 있겠지만, 전쟁의 진원지인 대한민국 땅은 초토화가 될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전쟁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며 어떻게 하든 그 전쟁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1950년 6월26일 동아일보 1면


한국전쟁이 난 다음날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괴뢰군돌연남침, 정예국군 적을 요격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알다시피 국군은 인민군을 요격하기는커녕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모든 언론은 오히려 적을 섬멸하고 북진 통일이 가능하다고 선전했습니다.

당시 국방부는 '적이 전차까지 출동시켜 내습하였으나 아군대전차포에 격파당하고 말았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당시 2.36인지 로켓포로 적 전차를 소수 격파한 사례는 있었지만, 훈련 부족과 철갑탄 보급이 되지 않아 국군은 전선에서 밀리고 있었습니다. [각주:4]

▲북한 핵실험 보도와 빠지지 않는 '선제타격' 가능 보도. 출처:MBC뉴스.


전쟁은 객관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따져봐도 누가 이기고 지느냐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변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쟁은 예측하기 어렵고, 그 예측이 틀리면 엄청난 민간인 사망자와 영토의 파괴가 일어납니다.

북한 핵실험이 강행되자, 모든 방송은 '선제타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만 하지, 그것이 실패했을 경우와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지 않습니다. 1%의 위험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철저히 예방해야 하지만 마치 한국전쟁처럼 대한민국 언론은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막기 위한 전쟁억지력도 갖추지 못한 한국은 대북정책과 외교에도 실패하고 있습니다. 도무지 해결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자꾸 '선제타격'을 외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진통일','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를 외치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치킨 호크(chicken hawk).
자신은 전쟁이 무서워 겁쟁이처럼 뒤에 숨었으면서 국민에게 국가와 자유 수호를 위해 전쟁터로 나가라고 등을 떠민 지도층을 비난하는 단어. 

인디애나주 하원의원이었던 앤드루 제이콥스는 1949년부터 하원의원직을 지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앤드루는 한국전쟁이 터지고 미국이 참전하자 사회지도층으로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재선을 포기하고 해병대에 자원입대합니다. 앤드루는 하원의원이었지만 해병대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해 전투를 치르고 돌아옵니다.

1960년대말  미국이 다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자 일명 '제이콥 리스트'를 통해 연방의원들 중 병역기피나 면제자들 명단을 발표합니다. '제이콥 리스트'를 본 미국 시민들은 경악과 큰 충격을 받습니다.   

"미국의 영광과 전쟁을 주장하던 강경 보수 세력인 공화당 의원들의 상당수는 병역면제자"였고 오히려 전쟁을 반대하던 진보,좌파 성향의 민주당 진영이 2차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에 참전해 피를 흘린 참전용사 출신이었던 것입니다.

"제이콥스 리스트" 는 미국 국민들에게 진짜 애국자가 누구였는지 깨닫게 했고,분노한 미국시민들은 병역면제자들을 그해 11월 선거에서 몽땅 낙선시켜버렸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돈으로라도 평화를 사고 싶습니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할지 상상만 해도 무섭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평화를 사고, 나중에 국방력을 키워 대한민국을 지키고 싶은 순진한 마음을 반박할 수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1. 원문출처:'바다위의 미사일 ‘방패’ 이지스함'신동아 501호, [본문으로]
  2. http://reuters.donga.com/bbs/main.php?tcode=10108&no=20041 [본문으로]
  3.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처음 홍보했던 것과 다르게 명중률이 실전배치에서는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만은 사실이다. [본문으로]
  4. 한국군이 초기 북한과의 전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던 가장 큰 요소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군부의 부패,미약한 군사력을 들 수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