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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대통령의 권리를 포기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



대한민국 국방부가 2015년 12월로 예정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미국 정부에 지난 4월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작권 전환은 참여정부 시절 2012년으로 합의했다가 MB정부 시절 2015년으로 연기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연기를 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또다시 전작권을 연기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전작권에 대한 숱한 왜곡과 정치적 이용이 있는데, 도대체 그 실체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작권 환수는 좌파 노무현이 추진한 정책이다?'

전작권 환수를 흔히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이며, 이를 두고 보수우익에서는 나라를 위협에 빠뜨리는 행동이라고 숱하게 비판해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제일 먼저 전작권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 박정희였습니다. 박정희는 1968년 1월 청와대가 습격할 때는 가만히 있던 미국이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에는 자신들 멋대로 전쟁 직전 단계인 데프콘2를 발령하자 격분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돕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이익 우선이라는 현실을 절실히 깨달은 것입니다. 그러자 미국에 작전통제권 환수를 요구했습니다.


1987년 민정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노태우는 전작권 환수를 대선 공약으로 공식적으로 내놓았습니다. 노태우의 전작권 환수 공약은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서 평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됐고, 국방부는 1995년에 전작권을 2000년에 환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이처럼 전시작전권 환수는 노무현 대통령만의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로 이어지는 기본 바탕이 전시작전권 환수였습니다. 그러나 보수우익은 마치 빨갱이라서 북한 위협에 나라를 팔아먹는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결국, 전작권 환수는 어떤 국방의 논리보다 철저히 정치적인 전략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 전작권 환수하면 한미 동맹이 무너진다?'

많은 보수 우익이 전작권을 환수하면 한미 동맹이 무너지고 전쟁이 나도 대한민국을 미국이 도와주지 않을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한미 군사 지휘 체계를 잘 모르고 있어 나오는 오해입니다.


우리가 흔히 한미연합사를 한미 군사동맹의 상징으로 보고 있지만,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시스템이 '한미안보협의회의(SCM)'․'한미 군사위원회(MC)'입니다.

한미연합사도 실제로는 한미안보협의회의와 군사위원회와 같은 고위급 안보협의체에 나온 결과와 방향에 따라 움직이지, 단순히 한미연합사 자체로 한미 동맹을 무너뜨리거나 미군 철수를 감행하지 않습니다.

참여정부 구상 전시 한미 군사지휘 관계를 보면 한미연합사는 해체해도 '한미안보협의회의'나 '한미 군사위원회'는 그대로 존속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주한미군 철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전작권과는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보수 우익은 본사는 가만히 있는데 마케팅팀이 철수하니 물건 주는 회사가 철수한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 것입니다.

' 전작권 재연기로 미국은 또 얼마를 요구할까?'

미국은 실제로 전작권 연기에 미온적입니다. 그것은 한국보다 일본을 통한 아시아 방어선 구축이 그들에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군은 현재 2019년까지 군 간부 20%를 감축하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시퀘스터 (10년간 1조 1000억 달러 예산 자동삭감)에 따라 미국이 국방 예산을 감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18일 (현지시각) 상원 군사위에서 열린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 "(한미 전작권 전환)예정대로 전환하는 것을 지지하며,군사적 측면에서 전작권 전환의 시점은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내놓을 일은 돈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의 전작권 재연기를 호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전작권 재연기를 요구하는 한국에 한미방위비 분담 협상과 미사일 방어체제, 차세대 전투기 사업 등의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미 동맹을 그저 우방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방과 동맹과 돈은 별개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우리는 친구잖아'를 외쳐도 미국은 '공짜는 없어, 돈 내놔'를 외칠 것입니다.

과거 신라,고구려,조선시대에서도 강대국들이 우리 땅을 지켜주겠다고 해서 공물과 여자,돈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와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창피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일입니다.

' 미군 없이는 싸움도 못하는 한국 장군들'

전작권이 필요한 이유가 북핵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방부도 이번 전작권 연기에 북핵과 미사일 등의 안보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북핵 위협은 항상 있었는데, 십여 년이 지나도 한국 군대가 그것을 대비하지 못하고 또다시 재환수 연기로 삼는 것 자체가 국방부와 한국 장성들의 '직무 유기'에 해당합니다.


대한민국 군대를 이끌고 있는 한국군 장군들과 역대 국방장관, 참모총창들은 실제로 독자적인 전쟁을 수행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한국전도 미군에 의해, 월남전도 미군의 지휘 통제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진짜 전쟁이 나도 지휘를 하기 겁이 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투력을 한국의 약 40% 수준으로 평가했고, 한국은 세계 10위의 국방비와 세계 6위권의 병력을 갖춘 군사 강국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지휘는 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병이 문제가 아니라 장군이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핵 위협에 선제타격이 가능하다는 MBC 보도와 북한 미사일 사거리 현황. 출처:MBC,연합뉴스


북한이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위협한다면 미국은 두 가지의 선택을 합니다. 하나는 북한을 달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아예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을 해도 미국은 괜찮습니다. 전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미국 본토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미국의 이런 한반도 전쟁화를 한국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쟁을 벌일 수 있지만, 연평도 포격과 같은 사건에는 침묵합니다. 마치 청와대 습격은 괜찮아도 푸에블로호 납북에는 데프콘을 발령한 것처럼 말입니다.

자국의 공격에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못하는 장군들이 무슨 대한민국의 장군들입니까? 그냥 미군을 따라다니며 명령에 따르는 용병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대통령의 권리를 포기하려는 전작권 재환수 연기'

전작권의 원래 명칭은 '전시 작전통제권'입니다. 여기서 작전지휘와 통제의 관계가 나오는데, 작전지휘는 작전임무를 위해 지휘관이 예하 부대에 행사하는 권한입니다. 그러나 작전통제는 부대 편성과 전개, 목표의 지정 및 행정 및 군수가 포함됩니다.


이런 군지휘 시스템을 정리하면, 작전지휘, 작전통제로 이어지고 대통령 고유권한인 군통수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군작전지휘권의 핵심이 작전통제권이고, 군작전지휘권의 핵심이 군통수권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군통수권은 헌법 제 74조 1항에 명시될 만큼 중요한 임무이자 권리이고, 그런 까닭에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으로 취임식이 열리는 11시 이전인 2월 25일 0시부터 군통수권을 인수받았습니다.

▲설마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집에 나온 말이 준비하겠다지, 환수는 아니라고 또다시 발뻄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공약집에 분명히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 차질없이 준비'라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2013년 2월에도 "한-미 연합 억지력 포함한 포괄적 방위 역량 및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 차질없이 준비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취임 이후에도 대통령으로 군통수권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전작권을 국민에게 말하지도 않고 재연기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지휘권을 갖지 못한 것은 주권국가로서는 창피한 일이었다.”
“한국군 내부에서는 미군이 서울에서 나가면 큰일 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 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우리 스스로 우리 문제를 결정할 때가 왔고, 그만한 자신을 가질 때도 됐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미군이 나가더라도 우리가 작전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 훈련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국정 책임을 맡아 미국 대통령과 참모, 보좌관들을 만나보니 ‘미군은 우리가 철수하라 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곳에 말뚝이 필요한 것이었다. 과거에는 우리가 너무 약했기 때문에 ‘살려 달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조갑제 전 조선일보 기자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육성으로 들은 내용)

진정한 보수는 내 나라, 내 땅을 내 손으로 지키겠다고 합니다. 전쟁이 당장에라도 일어날 것처럼 매번 북한 위협을 단골로 대한민국 사회를 공안정국으로 만드는 보수우익은 정작 전쟁은 혼자서 못한다고 미국의 바짓가랑이만 잡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 보수는 진짜 싸움이 벌어지면 도망치거나 힘센 동네 형을 불러오는 얍삽한 짓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고유권한인 국군 통수권의 핵심요소인 작전통제권을 스스로 계속 연기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매우 예외적이며, 경이로운 주권양도'의 나쁜 선례이고[각주:1],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포기하는 일을 한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그래도 '작전권 환수 재연기'하시겠습니까?


  1.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에 대한 평가 및 제언, 2010년 코리아연구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