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2013. 5. 28. 07:24


요새 군대갔다 온 남성들이 자주 보는 방송 중의 하나가 MBC의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연예인들이 다시 군대에 입대해 이등병처럼 각 부대를 돌아다니며 병영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홍보성 군대 방송이겠거니 했지만, 어떤 군대 홍보보다, 실제 내무반 생활이 중심이 되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남성에게 군대는 악연이자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습니다. 피할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는 족쇄처럼 군대는 대한민국 남성과 가족에게 고민과 아픔, 그리고 추억(?)까지 선사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사는 남성에게 병역은 언제나 불만족의 대상입니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병역을 면제받기도 하고, 속칭 '빽'으로 편한 보직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은 고위층과 2세들의 병역 실태를 조사한 보도를 했습니다. 단순히 고위층 본인뿐만 아니라 그 자식들이 어떻게 병역을 이행했느냐를 조사한 자료는 그저 말뿐이었던 고위층 병역 문제의 실체가 드러난 사례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파워엘리트 집단으로 불리는 고위층과 2세들의 병역, 과연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세계일보 취재 자료를 중심으로 재구성해봤습니다.

' 첫 번째 신검에서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질병으로 면제'

대한민국 고위층에는 유독 병역 면제자가 많습니다. 국회의원들의 병역 면제율은 18% (47명)이었고, 장차관 15%, 1급 공무원,법조인 14%입니다. 현역 복무율을 보면 훨씬 심각합니다. 공무원은 57%, 장차관은 62%, 국회의원은 61%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집단에서는 10명 중 6명만이 현역으로 복무했고, 그 중 4명이 면제 내지는 6개월 교육만 받고 동시에 제대하는 석사장교와 같은 특이한 병역 이행을 받은 꼴입니다.


대한민국 고위층들의 병역 면제 사유를 보면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깁니다. 국회의원 병역 면제 사유를 보면 민주화 운동으로 수형 생활 때문에 면제를 받은 경우가 40.4%이고 질병 36.1%, 장기 대기 10.6%, 고령 6.4%로 나왔습니다. 그중에 장차관과 1급 공무원들은 대부분 질병인데, 그 질병 면제 사유가 대부분 의혹 덩어리입니다.

이들이 면제받은 질병들을 보면 생소하면서 과연 이런 질병으로도 면제가 가능하냐는 의문이 드는 병명도 많았고, 그 희귀한 질병이 왜 유독 고위층에만 존재하느냐는 의구심도 듭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366만명 중 단 4명만 면제받은 희한한 담마진이라는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았고,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손가락 마비, 임권수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은 탈직장,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은 척추분리증으로 모두들 병역을 면제받았습니다. 

임정혁 서울 고검장은 1978년 첫 번째 징병검사 후 3차례나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병역을 연기하다 결국 9년 만에 고령으로 면제받았는데, 임 고검장 측에 따르면 군 훈련소 입소 후 목뼈 기형이 발견돼 귀향 조치 후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정혁 고검장처럼 고위층 병역 면제가 문제가 되는 점은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첫 번째 신체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신검에서 이상 없던 사람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각종 희귀한 질병이 생기더니 나중에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점이 이상합니다.

첫 번째 신검에서 이상이 없는 사람이 군 훈련소 입소 후 목뼈 기형이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1992년 306보충대에 입소했던 아이엠피터의 경험상, 군 훈련소 신검은 자신들이 직접 진단서를 받아오는 사람만 철저히 검사하지, 나머지는 첫 번째 신검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고위층 아버지를 둔 자식들의 병역 면제 사유를 보면 대부분 질병입니다. 국회의원 자식들은 17명의 면제자 중 15명이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았고, 장차관과 1급 공무원의 2세들 또한 13명 중 9명이 질병 때문에 군대에 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고위층의 질병으로 인한 병역 면제는 도대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이 존재합니다. 하필 그 소수의 집단에서 그렇게 많은 질병 병역 면제자가 있다는 사실은 유전자 문제인지 한번 연구해봐야 할 대상에 속할만큼 희귀합니다.

' 군대에 가도 아버지 때문에 땡보직으로'

고위층 아버지들의 현역 복무율이 10명 중 6명이라면 그 자식들의 현역 복무율은 조금 더 높습니다. 세계일보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370명 (미필자 136명 제외)중 295명이 현역으로 복무했습니다.


아버지 세대보다는 현역 복무율이 높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반 국민들의 현역 처분율 91.5%에 비하면 10%이상 낮은 수치입니다. 과거 병역 문제가 고위직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됐기 때문에 자식들이 현역으로 복무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그래도 고위층의 현역 복무율이 낮다는 사실은 그 원인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역으로 복무했으니 이들에게 상을 주고 싶지만, 그들이 현역으로 복무한 기록들을 보면 또다시 불평등한 사례가 발견돼 일반 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가 조사한 고위층 2세 현역 복무 대상자 63명 가운데 60%인 38명은 수도권에서 군 복무를 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서울 16명, 인천 2명, 경기는 20명이었고, 강원도 전방부대 근무자는 단 6명에 불과했습니다. 

처음 조사 대상이었지만, 국방부의 비공개 대상이었던 논산훈련소 입영자 11명 중 강원도 지역 배치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논산훈련소에서 주특기 교육을 받고 강원도로 배치받는 현역이 수천 명씩 되는데 그 중에 고위층 2세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돈과 권력이 있으면 후방, 돈과 권력이 없으면 전방으로 가는 말이 그냥 떠도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위층 2세들은 단순히 수도권에만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가 봐도 '땡보직'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편한 보직으로 불리는 관리병,행정병으로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관리병,행정병이 무조건 편한 보직은 아니지만, 근무 여건과 지역을 놓고 볼 때 다른 일반 병사들보다 이쪽 보직에 치중됐다는 점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정승조 합창의장 아들은 서울 송파구 육군부대에서 유진룡 문화체육부 장관 아들은 영등포구 해군 재경근무지원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고용노동부 고위 공직자의 아들은 경기도 여자고등학교에서 보충역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공익근무요원 비율이 6%에 불과하지만, 고위공직자 2세는 12%이고, 그마저도 서울,경기 지역에서 편하다고 알려진 대학 연구소 보충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군대는 어느 보직이나 힘듭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고위층이라면 같은 보직이라도 업무 강도가 수월하거나 외박,휴가 등의 특혜가 일반 병사보다 훨씬 많습니다.

결국, 대한민국 군대에서는 아직도 빽과 권력이 통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조사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 MBC '진짜사나이' 프로그램. 출처:MBC


군대에 가면 설문조사를 합니다. 그 안에는 영관급 장교 이상이나 고위 공무원들의 친인척이 있으면 다 써내라고 합니다. 물론 설문 조사가 되기 전에 고위층 자식이 자대에 배치받으면 부대장에게 전화가 오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물론, 국방부와 육군 등에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군대에 다녀온 남자라면 절대 믿지 않습니다. 눈으로 보고, 옆에서 경험한 무수히 많은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느냐 없느냐는 그리 별다른 일이 아닙니다. 본인의 실력과 능력보다 돈과 권력이 지배하지 않는 세상이 되면 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대한민국은 돈과 권력으로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사회 전반에 이런 불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도 십 년이 지나면 징병검사를 받고 군대에 입대해야 합니다. 우리 아들이 집 근처 제주도에서 근무하려면 해병대에 입대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마저도 빽이 없는 아빠 덕분에 제주에서 가장 먼 연평도로 배치될 수도 있습니다.

'유전면제 무전입대', '유전후방, 무전전방','유전특실,무전만기' 라는 말을 우리 세대에서 근절했으면 합니다. 무슨 쌍팔년도 군대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 병역 문제가 계속돼야 합니까?

통일되지 않으면 절대 없어지지 않을 병역 의무, 돈과 권력이 없는 부모와 그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머슴살이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도록 했으면 합니다.


Posted by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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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말하면 잔소리죠..ㅋㅋ

    2013.05.28 08: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짤짤이

    70, 80년대에는 군면제가 그닥 어렵지도 않았고 그 수도 제법많았으나 이회창때 터지는 바람에 이젠 고위층이라도 어렵지. 80년대생들이 정치인이 되믄 뭘로 곤욕을 치를까? 아마 원정출산일거임. 부유층들 사이에선 인기였으니깐. 한 십년 지나면 검은 머리 외국인 또는 이중국적자들이 대거 정계에 진출할거임

    2013.05.28 09:01 [ ADDR : EDIT/ DEL : REPLY ]
  3. 우리나라 재벌들은 참 좋습니다.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되고, 권리는 한껏 누립니다

    2013.05.28 10:14 [ ADDR : EDIT/ DEL : REPLY ]
  4. 2~30년 전에 이와 관련한 우스갯 소리가 많았죠.
    이후, 깨끗해 진 줄 알았는데, 이 같은 특혜가 지금도 윗쪽 고귀한 층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니 세상 살기 참 ...
    그러면서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소리는 '사회정의'니 '민주화'니...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사실을 접해도 열 받지 않나봐요? 참 훌륭한 인격들이시네~

    2013.05.28 10:1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