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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재용 아들, 왜 국제중 '사회적 배려자'로 입학했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자 이건희 삼성회장의 손자가 영훈국제중에 합격해 논란이 번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제중에 그냥 입학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특별전형으로 합격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말 그대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별도로 모집하는 과정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사회적 약자인가 하는 논란에 휩싸인 것입니다.

영훈국제중학교는 분기당 학비만 150만 원이 넘는 부유층이 다니는 '귀족 학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돈 많은 할아버지를 두고 잘 나가는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굳이 돈 내고 학교에 입학하면 될텐데, 왜 사배자 전형으로 들어갔는지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왜 아들을 영훈국제중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시켰고, 국제학교 '사배자 전형'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 특권과 반칙을 제대로 이용한 대한민국 재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들을 영훈국제중학교에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시킨 이유는 쉽게 말해 합격을 위한 전형적인 꼼수에 해당합니다.  

 
2013년 영훈국제중의 일반전형은 129명 모집에 1,193명이 지원해 9.3대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이에 반해 '사배자 전형'은 32명 모집에 155명이 지원해 4.8대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단순히 경쟁률이 낮아서 이재용 부회장이 아들을 '사배자' 전형에 보낸 것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전형방법에 있습니다. 일반전형은 모집정원 3배수를 뽑은 후 공개추첨을 통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입니다. 한마디로 아무리 권력이나 돈이 많아도 복불복에 의한 추첨방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사배자 전형은 입학전형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하고 위원회의 심사만 통과하면 최종합격자로 선발될 수 있습니다.

공개추첨은 확률이 낮지만, 사배자 전형은 학교 입학전형위원회와 연줄만 있으면 100% 합격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영훈국제중학교는 사배자 전형이 두 가지가 있는데 '경제적 배려 대상자'와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로 나뉩니다. 경제적 배려 대상자는 소득수준에 따라 저소득층 자녀가 입학하는 것이고,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군,경.소방관 자녀나 다문화가족,한부모 가족,탈북주민,조손가정, 장애인,환경미화원 자녀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은 부모가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의 자격으로 국제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경제적 배려 대상자나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나 모두가 보통 사람의 상식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계층으로 인식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나 학교에서는 적법한 규정에 따라 입학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한가족으로 인정받아 장학금이나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초과하면 안 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3인 최저생계비 163만8,400원을 당연히 초과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한부모가족증명서' 발급이 어렵습니다.

진짜 경제적으로 여건이 어려워도 작은 집이나 경차만 있어도 발급받기 어려운 한가족증명서를 이재용 부회장 아들은 비경제적배려 대상자라는 이유로 가족관계증명서 한 통 제출하고 입학했습니다.


'말뿐인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국제학교 입학'

사실 그동안 국제학교에 관한 조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돈 많은 부자와 결탁한 교육청이 국제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꼼수 내지는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입학'이라는 무기를 치졸하게 휘두르고 있는가였습니다.


제주에 문을 연 국제학교 중에서 KIS와 NLCS 제주는 각 15명, 24명의 특례입학생을 모집했습니다. 이들이 대부분 부유층 자녀라는 제주도 윤두호 의원의 주장에 NLCS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등록금 50%를 감면받는 사배자 재학생은 NLCS는 겨우 한 명에 불과합니다. KIS에도 사배자 재학생이 한 명 있었지만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일반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이처럼 사배자 모집은 국제학교에서 겨우 흉내만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도 국제학교들이 사배자 전형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학교 개설 요건 때문입니다.

2009년 문을 연 영훈,대원 등 서울지역 국제중학교는 전체 입학생 160명 모집에 20%인 32명을 사배자 전형으로 모집한다고 해서 겨우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흉내만 내는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했던 학생이 학교는 제대로 다닐 수 있었을까요?



다문화가정의 자녀로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으로 영훈국제중에 입학했던 A군은 입학하면서 50%의 등록금 일부를 감면받았습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학비를 지원함에 따라 비경제적 사배자 입학 학생에게는 장학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학교는 통보했고, 한 달에 겨우 200만원 버는 A군의 아버지는 연간 900만원 이상의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A군의 아버지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전학을 갈 수밖에 없다는 심정을 토로하자마자 학교는 전학을 강력하게 권유했고, 결국 A군은 일반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조건으로 국제학교를 개교했지만, 유명무실하게 진짜 사회적 약자들은 학교에 다닐 수가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 진정한 사회적 배려가 교육에 필요한 이유'

국제학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적은 비용으로 해외유학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국제학교가 더 많이 개설되어야 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 국제학교 확충을 주장하는 동아일보 기사.출처:동아일보


제주 국제학교를 운영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적자를 국비로 지원받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뒤로는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그런 주장을 펼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제주국제학교는 조기 해외유학 수요 흡수라는 공공의 목적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조기 유학'을 막기 위해 왜 꼭 국제학교가 설립되어야만 하고, 그 학교를 위해 세금은 지원되지만, 혜택은 돈 많은 부유층 자녀들만 받느냐는 점입니다.

부유층 자녀들의 교육의 양적,질적 향상은 반대로 사회적 약자들의 교육 소외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빈곤의 대물림'과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소득층 자녀들이 교육에 따라 계층이동이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도표. 출처:한국경제


연세대는 해마다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를 대상으로 1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매년 미달사태가 발생합니다. 그 이유는 수능시험에서 최소 2개 영역 2등급 이상 (전체 1~9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저소득층 자녀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가 발생하는 원인은 간단합니다.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학업성적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대학진학률도 높기 때문입니다.  


월평균 가구소득 490만원 이상의 자녀들은 4년제 대학진학률이 74.5%이지만, 110만원 이하는 겨우 33.8%에 불과합니다. '30위권 내 대학' 진학률은 490만원 이상 가구 자녀는 23.4%이지만 110만원 이하 가구 자녀는 단 2.3%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 옛날처럼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이제는 속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낮은 저소득층 자녀들은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 '빈곤의 대물림'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사회적 배려는 이렇게 교육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장치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배려가 자꾸 사라지거나 부유층 자녀들의 편법으로 이용된다면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다음 세대의 우리 자녀의 인생을 결정짓게 되는 것입니다.

▲요셉이의 초등학교1학년 기말평가 성적표. 총 7명인 반에서 반평균 이하의 성적을 받았다.


'아이엠피터'는 아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모르겠지만 별로 잘하지 못하면 그냥 놔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부를 잘하면'이라는 전제 조건 자체가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점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요셉이에게 최소한 학습지 2개는 시켜주고, 영어,수학 두 과목 학원은 보내야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태평하게 '애가 공부 잘하면 학원이라도 보내죠'라는 말을 하고 사는 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들에게 '성공'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고 '성공'을 가리키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 별다른 탈이 없다면 이건희 삼성회장의 손자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공하는 인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아들에게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행복'을 가리키고 싶습니다. 성공과 행복은 다릅니다. 성공할 수는 있어도 행복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성공과 행복을 선택할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해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진정한 배려와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교육에서만큼은 이런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