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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MB '택시법' 거부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명 '택시법'을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임기 말에 거부권을 행사한 '택시법'을 놓고 국회와 이명박 대통령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택시법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떤 법안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며칠 전에 블로그에 독자분이 '택시법'이 무엇인지 왜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는지 잘 모르겠으니 알려달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택시법을 반대한다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택시법에 관한 세부 내용까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10.3%만 주요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점은 과연 '택시법'에 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택시업계,국회 힘겨루기 등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택시법'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택시법 VS 정부의 택시지원법, 과연 무엇인가?'

택시법의 정확한 명칭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입니다. 너무 길고 택시관련 법이기에 모두들 '택시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택시법의 주요 쟁점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서 그에 맞는 지원책이 지원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면 많은 예산과 지원이 동반되어야 해서 정부 입장에서는 난색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제출한 택시법에 반해 '택시지원법'을 별도로 만들어 택시업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국회에서 제출한 택시법의 기본적인 법의 특성은 '대중교통'이고 국토부 택시지원법안은 별도의 택시 전담법입니다. 기본적으로 국회 택시법이 시행되면 대중교통으로 규정하여 유가 보조금 지원,부가가치세,취득세 감면, 영업손실 보전, 통행료 인하 및 소득공제 등으로 연간 1조9천억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1조가 넘는 예산이 택시업계에 지원하게 된다면 전세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분쟁 소지가 생기므로, 정부는 택시지원법안을 별도로 만들어 택시업계를 지원하고 택시법을 대체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택시법 쟁점 중의 하나가 버스와 택시업계 간의 힘겨루기입니다. 버스업계에서는 만약 정부보조금이 택시업계에 지원된다면 당연히 버스업계 지원금이 줄어들 것이고, 대중교통이라는 명목으로 버스전용차로 이용을 주장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버스기사와 택시기사 간의 택시법에 따른 각기 다른 주장. 출처:동아일보


버스업계가 파업까지 강행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는 점에 비해 택시업계는 버스전용차로 이용을 요구한 적도 없고, 정부지원 또한 규모를 늘려 함께 받기 때문에 서로 싸울 일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택시법을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느냐에 대한 정부의 모습이 현행 택시법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택시법'

택시법이 이번에 처음 나온 법이 아닙니다. 2004년 대중교통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17대 대선이 있던 2007년 한 해에만 3건의 유사 관련 법안이 제출됐었습니다. 이처럼 9건가량의 유사법안이 나왔지만 계속 통과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선거를 앞두고 늘 터져나오는 법안이었기 때문입니다.

택시업계 종사자를 30만 명으로 추산하기 때문에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난을 받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포퓰리즘 법안'으로 비난 받는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전국택시노조연맹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충청매일경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택시노조연맹 간담회에 참석해 대중교통육성법상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해 지원해 달라는 건의에 대해 "자가용이 1천600만대를 넘어서면서 택시는 고급교통수단이 아닌 대중교통이라는 관점에서 법안처리를 시작하겠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택시노조 참석자가 '정치인들이 선거 전에 많은 약속을 했지만, 선거가 끝나면 공약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하자 이명박 후보는 "물론 공약이 쉽게 모두 지켜지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을 모토로 삼아 공약한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택시업계 종사자의 표를 의식해 택시의 '대중교통 육성'을 약속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치적 쟁점과 여론에 밀려 말 바꾸기를 계속해왔던 것입니다. 

'진짜 필요한 '택시법' 무엇이 있을까?'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택시법'을 약속하고 뒤집는다고 해서 '택시 관련 법안'을 그냥 놔둘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택시업계가 가진 문제점과 종사하는 기사들의 처우가 너무 열악하고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택시법이 아닌 그저 형식과 여론에 밀린 불완전한 법안을 시행하면 안 됩니다. 그래 봤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또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택시기사에게 필요한 법안의 문제점과 대안책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택시업계가 2012년 6월 20일 하루동안 '대중교통 법제화' '엘피지 가격 안정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광진구의 한 택시회사에 운행중단된 수백대의 택시가 빼곡하게 세워져 있다.출처:오마이뉴스 ⓒ 권우성


■ 많아도 너무 많은 택시

택시기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택시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개인택시 16만대, 법인택시 9만대로 전국에 25만대의 택시가 있는 상황은 택시영업이 부진한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택시업계는 5만대 정도의 '감차'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감차하기 위해서는 그 감차비용을 정부가 보조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택시법' 대신에 내놓은 '택시지원법'을 보면 감차비용으로 내놓은 50억으로 대당 평균 5천만원을 지원해 감차한다면 전국 택시의 30%를 줄이는데 무려 764년이 걸립니다. 결국 실제로는 법의 효용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실질적인 감차비용을 통한 감차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그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개인택시의 속칭 '넘버값'과 법인 택시의 보상규정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채찍과 당근을 제대로 활용해야 합니다. 

지원은 제대로 해주면서 법을 위반한 택시는 그 대상에서 제외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택시 업계의 서비스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법인 택시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통해 문제점이 발각된 법인 택시는 규정된 택시대수를 줄이는 법적 제재를 통해 효과적인 감차를 병행해야 합니다. 

■ 완전월급제를 위한 철저한 법시행

택시기사들의 처우가 힘든 이유가 월급제가 아닌 '사납금' 제도 때문입니다. 현재 의무화로 되어 있는 완전월급제는 99.9%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납금제도로 택시가 운행되니 택시기사로서는 합승이나 승차거부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인택시 운전사의 근무 및 급여 내역,출처:동아일보


택시 기사들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6시까지 꼬박 12시간을 근무해야 기본급 100만 원을 받습니다. 매일 사납금 10-12만원을 채워넣어야 월급 230만원 정도 받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택시의 고질병인 승차거부,합승,난폭운전 등을 해야 겨우 가능합니다.


법인택시 기사들이 '택시법'이나 '택시지원법'에 소극적인 이유는 결국 그 혜택은 택시운송회사에 돌아가고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속칭 택시 사장들만 배를 불리는 것입니다.

기본급이나 월급을 현실화시키고 법인택시 회사가 아닌 진짜 택시기사를 위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법안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택시법'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서비스 개선을 위한 택시업계의 노력이 우선

우리가 흔히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말을 합니다. 택시업계에서는 지원책이 나오면 택시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고 하고, 국민은 택시 서비스부터 먼저 개선해라는 요구를 합니다. 서로 다른 입장이니 어느 한 편의 주장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택시 서비스 개선에 대한 자구책 노력이 택시업계에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왜냐하면 '대중교통'으로 인정받고 지원받기 위해서는 공익성을 내포해야 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 여론 때문에 '택시법'이 좌초되거나 입장 번복이 반복되는 일을 국민이 막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승차 거부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승차 거부를 당했던 국민은 결코  택시의 대중교통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택시업계는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수송률이 몇 퍼센트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 10퍼센트라도 택시 이용 승객이 그 서비스에 만족한다면 택시기사들의 편에 서겠지만 계속 이렇게 불만족인 서비스와 불법[각주:1]이 자행된다면 국민은 택시는 택시이고, 대중교통은 따로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게 될 것입니다.  

▲동아일보의 택시법 관련 이명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론조사, 출처:동아일보.


이명박 대통령의 '택시법' 거부권 행사를 놓고 잘했다 못 했다는 판단하기 앞서 왜 자꾸 '택시법' 등의 법안만 문제가 되지, 실제 택시기사들의 처우개선이나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정작 서비스를 받는 국민을 믿지 않고 정치인들의 권력만 믿고 그들만 의지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선거 전과 후과 다릅니다. '쉽게 공약하는 것은 믿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말을 하면서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임기말 지지율 회복'이나 '특별사면 시기'[각주:2]에 맞추어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택시기사들은 깨달아야 합니다. 

택시 서비스 개선과 노력을 통해 국민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노력만 한다면 택시기사들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하지 않겠다고 해도, 국민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고 그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사실을.[각주:3]

  1. 택시의 승차거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6조,50조에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신고시 20만 원의 과징금과 1년 4회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택시운전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본문으로]
  2. 택시법 재의결 표결과 특별사면이 설을 즈음해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때문에. [본문으로]
  3. 택시 이용자도 택시기사들의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조금은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이 있기를 바랍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