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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고속도로 '무상 견인서비스' 무조건 믿지 마세요



설날 명절 귀성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모처럼 고향 방문에 마음은 이미 고향에 가 있지만, 가뜩이나 짧은 연휴 기간에 차량이 몰리면서 고속도로는 정체되고 추운 날씨에 노면이 얼어붙은 지역은 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대부분 연쇄 추돌 사고인 경우도 많고 사고 처리도 힘들어 늘 애를 먹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견인차를 부르는 문제입니다. 사고가 나며 어떻게 알고 견인차가 그리도 많이 오는지 많게는 10여 대까지도 오는 일도 있습니다.[각주:1]

사고 지역을 빨리 벗어나 쉬고 싶지만, 견인비용이 비싸 함부로 견인도 어렵거니와 많은 견인차 중에서 어떤 차를 선택할지도 답답합니다. [각주:2]

현재 고속도로에서 견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가입된 보험회사에서 보내주는 견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사설 견인 서비스를 받는 일입니다. 보험회사에서 제공하는 견인서비스는 10킬로까지는 무료이고, 그 이후부터는 추가 비용이 듭니다. 문제는 사설 견인 서비스를 받는 경우 견인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입니다.

▲국토해양부 공식 견인 비용과 일반적으로 견인 서비스를 받았을 때 청구되는 비용. 이 금액은 공식적이거나 정해진 비용이 아닌 일반적인 비용이기 때문에 이것을 기준으로 견인 기사와 다툼을 벌여도 소용이 없다.


국토해양부가 정한 견인비용은 10킬로까지 51,600원이고 이후부터 킬로미터수에 따라 비용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 견인비용에 더하여 작업비와 주말,야간 할증비,후방안전조치비용,대기료 등의 다양한 비용이 부과되기 때문에 10킬로를 견인하는 비용만 해도 20여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이 비용도 현재 견인차 기사 커뮤니티에서 돌아다니는 비용일 뿐, 실제 견인기사들이 부르는 비용은 천차만별입니다. 겨우 15킬로 남짓 견인했는데도 50만원을 부르거나 불과 10킬로 이내에도 앞서 보여 드린 각종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에 국토해양부 고시 견인비용만 주겠다고 하면 견인 기사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라고 큰소리치기 십상입니다. [각주:3]

▲견인피해 보도를 다룬 방송화면, 출처:채널A


과다하게 청구됐던 견인 비용 때문에 2011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견인 피해 상담수만 501건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피해 상담을 받거나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정식 재판까지 가도 소비자들이 이기거나 구제받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각종 할증 비용도 현재는 시청에서 다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각주:4]


이처럼 고속도로 견인비용이 비싸다 보니 몇 해 전부터 SNS에서는 한국도로공사에서 하는 '무료 긴급 견인서비스'라는 글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설 견인차를 이용하면 돈이 들지만, 한국도로공사에서 하는 견인 서비스는 무료이기 때문에 적극 이용하라는 내용입니다.

▲경기지방경찰청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올라온 한국도로공사 '긴급 견인서비스' 관련 글.


한국도로공사 무료 긴급 서비스는 아직도 문자는 물론이고 페이스북,트위터,블로그,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모르면 바보라는 식으로 꼭 알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도로공사 '긴급 견인서비스'가 있기는 있지만, 글처럼 고속도로 사고 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지원해주는 시스템은 절대 아닙니다.

■ 한국도로공사 긴급 견인서비스
○ 비용: 무료
○ 거리: 사고 지역에서 제일 가까운 휴게소,영업소 등 최인근 안전 지역
○ 그 이후: 운전자 본인 부담


무료 견인서비스를 해주기는 하지만 사고지역에서 제일 가까운 휴게소나 영업소까지만 해주기 때문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문제는 그마저도 쉽게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사고가 나서 경찰에게 한국도로공사 무료 긴급 견인서비스를 받겠다고 말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빠른 사고 처리를 위해 사설 견인서비스나 보험 견인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종용하기 일쑤입니다. 여기에 한국도로공사에 전화해도 견인차가 다른 곳에 출동했을 때는 이용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듣는 일이 많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민자고속도로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요새 민자고속도로가 워낙 많이 개통되어 있어,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보면 수시로 민자고속도 구간을 지나게 됩니다.만약 경부선을 타고 다시 천안에서 논산천안간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면, 이 구간에서는 한국도로공사 견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지만, SNS에서 떠도는 글만 무조건 믿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면 사고 처리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화기로 언성만 높이다가 명절 분위기를 망칠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면 시시비비를 절대 가릴 생각을 하지 마시고 일단 차량이동이 가능하면 갓길로 이동을 시키고, 만약 불가능하면 비상등을 켜고 사람만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차량 사고에 대한 처리는 보험으로 할 수 있지만 2차 사고로 인한 피해, 특히 인명 사고는 돈으로도 구제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대피했다면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이때는 경찰 (119),한국도로공사(1588-2504) 보험회사에 모두 연락을 합니다. 만약 차량을 이동하지 못했다면 도로공사에 차량 이동이 불가능하니 긴급 견인 서비스를 신청하면 더 빨리 보내주거나 일단 가까운 휴게소와 영업소까지라도 갈 수는 있습니다.


경찰이나 도로공사,보험회사에 연락할 경우, 사고 난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고 빠릅니다. 이때 갓길에 있는 '시점표지판'을 이용하면 편한데, 12번 무안-광주 고속도로 광주방향 14.6킬로 지점이라고 말하면 정확한 위치를 알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고가 나면 사진 촬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차량 파손을 촬영하기보다는 동영상으로 사고 이전 거리부터 사고 지점, 사고 이후 도로 상황을 전체적으로 촬영해 놓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파손 여부야 차량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동영상으로 도로 상태나 주위 차량의 모습이 있으면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짧은 연휴라 서울에 올라가지 못하고 제주에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견인서비스는 오히려 제주가 훨씬 부르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아이엠피터'가 사는 곳은 산골이라 견인서비스를 받기도 어렵거니와 가장 가까운 정비소도 25킬로는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속도로처럼 시점표지판도 없어 대충 어디 가는 길 중간에 있어요라고 말하면, 찾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계속 휴대폰만 붙잡고 시간은 한없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한국도로공사의 긴급 견인서비스 공지사항. 출처:한국도로공사


사고가 나길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사고에 대한 대처 방안은 미리 정확히 알아 놓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일부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믿는다면 이중의 고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도 정확한 긴급 견인 서비스 안내문을 설날이나 명절 등 차량이 몰리는 기간에는 홈페이지나 방송을 통해 정확히 알려주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즐거운 설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절대 사고 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1. 견인 기사들은 제보비를 주는 조건으로 택시기사나 버스 기사와 연락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
  2. 견인기사 중에는 무조건 견인을 위한 고리를 차량에 연결하면서 끌고 갈려고 하는데, 함부로 그들 말만 믿고 견인을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본문으로]
  3. 대부분의 견인비용은 견인비 포함 내역의 항목을 합산하기 때문에 고시된 견인비 이외 작업비는 얼마이고,할증은 얼마나 붙고, 후방안전조치 비용이나 대기료는 시간당 얼마인가 정확히 알아보고 견인 서비스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본문으로]
  4. 대부분의 견인기사는 사고난 점을 악용해 고가의 비용을 청구하고 나중에 불만을 제기하면 민원해도 소용없다.재판까지 가자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