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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판결 앞둔 '곽노현 교육감' 직접 만나보니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을 직접 만났습니다. '곽노현 버리기'라는 책을 쓴 집필진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비공식적인 자리였습니다. 사진 촬영도 안 하고 편하게 만나는 자리였건만, 블로거이다 보니 사진도 찍고 곽노현 교육감의 이야기도 녹화하면서 혼자서 바쁘게 취재(?)를 했습니다.

현재 곽노현 교육감은 최종 대법원 판결만을 앞둔 상황입니다. 빠르면 7월말경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예정이라, 내심 초초하거나 피곤해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곽 교육감은 시종일관 자신감과 함께 후반기로 접어든 교육감 임기 중에 시행될 교육 개혁과 정책에 대한 포부가 남달라 보였습니다. 

원래 비공식자리이기에 그 자리에 했던 이야기들은 나오면 안 될 수 있지만, 굳이 크게 숨겨야 할 내용도 없거니와, 제가 취재한 내용의 방향이 곽노현의 재판이 아닌, 곽노현의 교육정책이기에 글을 올립니다. 

'곽노현과 그를 향한 재판'

곽노현 교육감의 교육을 이야길 하는 글이지만, 재판을 앞둔 곽 교육감의 재판 이야기도 조금은 해야겠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사후매수죄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유죄,무죄에 대한 많은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모임에서 만난 법학자들은 곽노현 교육감 사건은 상식선에서 법의 적용 자체가 안되는 사안이라는 이야길 했습니다.


▲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사후매수죄'관련 법률 논문과 위헌 청구 의견서


원래 곽노현 교육감은 법학자입니다. 그리고 지금 연루된 사람과 그의 재판을 법학적으로 따져 보는  법학자가 많습니다. 평생을 법만 연구해온 법학자와 판결만 했던 판사, 그 누구의 주장과 판단이 논리적으로 맞는지는 진짜 법학자라면 대부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검찰이 기소한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법률적인 근거는 '사후매수죄'입니다. 그런데 이 '사후 매수죄'가 적용,기소된 것은 53년 만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선거만 치러지면 나오는 무수히 많은 공선법 사범 중에서 유독 '사후매수죄'가 그동안 왜 안 나왔는지만 봐도 지금 곽노현 교육감을 기소한 검찰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는 금방 나옵니다.

이날 모인 법학자들은 곽노현 교육감 사건은 정치검찰이 어떻게 법을 이용하여 국민을 옭아맬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법학 역사의 귀중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법률 하나하나를 따지면서 마치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 곽노현이 말하고 싶은 것들'

오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곽노현의 재판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이유는 그가 ' 아무도 저에게 축하한다, 수고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그런 이야길 듣고 싶었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라는 말을 먼저 꺼냈기 때문입니다.

▲ 교과부가 진보교육감 모두에게 내린 미흡판정에 관한 곽노현 교육감의 트윗


그는 교육감입니다. 법의 논쟁에 있는 재판도 중요하지만, 지금 그가 어떻게 서울시 교육을 운영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구치소에 나온 뒤 한 달간 몸을 추스리는 동안에 교육 정책을 다시 돌아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교육 정책을 펼칠 수 있는가 고민하면서, 당당히 누구에게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교육 정책의 맥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그가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습니다.

' 비리근절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서울시 교육청'

누가 곽노현 교육감이 2년 동안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저는 '비리근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역대 교육감과 다르게 곽 교육감은 무엇보다도 인사비리,시설비리,사학비리를 잡았습니다. 사회보다 더 만연했던 교육계에 있던, 금품,향응,편의 제공 비리 근절 관련 부분에서 서울시가 16개 시도 교육청 중 최고의 평가를 받은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사학비리 청산을 했던 곽 교육감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2년간 엄정한 사학감사를 통해 6개 사학법인 총 32명의 임원에 대해 취임승인 취소를 하였고, 관련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했습니다.

사학재단이라고 하지만 사학의 재정의 98%가 교육청 지원과 학부모들의 납부금으로 이뤄집니다. 사실상 준공립학교라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곽 교육감은 사학재단에 대한 31억 원의 재정상 처분을 했습니다.

이사장과 그 가족이 전횡을 휘두르며 돈을 착복하고, 임원 나눠먹기식으로 사학재단을 자신들의 사유 재산화하는 모습에서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사학재단을 비롯한 교육의 비리를 개선한다는 것은 부정과 비리 속에 공부하던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이 제대로 발전하고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비교와 경쟁에서 배려와 협력의 교육'

대한민국의 교육 수준은 어떻게 될까요? 과연 제대로 우리 아이들이 교육을 잘 받고 있을까요?


대한민국 아이들은 읽기,수학,과학에서 종합 1위를 달립니다. 그러나 관계지향성이나, 사회적 협력에서는 OECD 22개 국가 중에는 최하위입니다. 이 말은 공부는 잘하지만, 친구와 잘 사귀지 못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학교와 부모는 아이들을 항상 다른 학생과 비교하며 그들에게 경쟁만을 강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공교육이 해야 할 일들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만 26개의 자사고가 있습니다. 여기에 1만 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데, 부유층,상위권 학생들은 자사고,특목고로 빠져나가 일반계 고등학교는 점차 슬럼화되고 있습니다.

▲ 자사고와 일반학교의 납임금 비교 자료와 자사고에 다니느 서소득층 학생 현황

일반학교의 등록금과 자사고를 비교하면 무려 열 배에서 스무 배 이상의 차이를 보입니다. 자사고라고 만들어 놓고 엄청난 돈을 들여 사교육을 시킵니다. 이러다 보니 실제로 자사고에 다니는 저소득층 학생은 별로 없습니다.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른 교육의 기회가 박탈당해버리는 시대입니다.

잘못된 자사고 정책과 논술고사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나오는 문제점등은 서울시 교육청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이런 다양한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과부 정책 개혁, 사학법 개정과 함께 '혁신교육지구'를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구청,지역사회, 교육청이 힘을 합쳐 학교의 제도적,인적,물적,교육 인프라를 개선하여 교육하는 교사나, 학부모, 받는 학생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연계 체제를 갖추는 것입니다.



어제 모임에서 곽노현 교육감은 참석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귀담아들으면서, 자신이 생각한 교육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너무나 밝고 환한 미소와 힘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재판에 대한 걱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그는 21세기 시대에 살면서 20세기 교육을 받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서울시 교육청이 21세기 공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힘과 열정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은 시민의 핵심역량 미달을 낳고 이는 다시 민주주의의 미달을 낳습니다. 기초학력 미달을 잡아주는 책임교육은 아이에 대한 책임을 넘어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사교육은 책임교육과 친하지 않습니다.' (곽노현 교육감 트위터)

정치를 개혁하지 않으면 교육이 잘못 이루어지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정치가 잘 될 수 있는 토양이 생깁니다. 한 아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진정한 민주주의 시민으로 키워낼 수 있는 교육을 우리 아이가 받기 원합니다. 아니 요구합니다. 21세기에 맞는 21세기 교육을 받을 권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