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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보류됐다던 '박종우 동메달' 올림픽 홈페이지 가보니



런던올림픽보다 매일매일 정치 관련 글을 쓰느라 박종우 선수가 올림픽에서 독도세리머니를 해서 동메달을 박탈당했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알고만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독도세리머니가 잘못이다 아니다를 떠나, 과연 그가 계획적으로 했느냐가 중요하기에 단순히 응원석 팻말을 들고 나온 그의 행동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박종우 선수 시상식 불참을 놓고 아예 IOC에서 동메달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이 열리는 일본을 방문한 FIFA 블래터 회장이 "박종우가 동메달을 아직 못 받고 있어 한국 선수단 전체로서도 메달 하나가 보류된 상태"라는 발언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갑자기 진짜 박종우 선수가 동메달을 받지 못한 것이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필자뿐만 아니라 정확히 박종우 선수의 동메달 보류의 진상을 모르는 국민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이 화면은 어제 IOC 공식 홈페이지인 http://www.olympic.org/ 사이트에서 런던 올림픽- 메달리스트 검색을 통해 나온 결과 있습니다. 화면을 보면 분명히 한국 박종우 선수가 동메달리스트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왜 이 화면이 중요하냐면 런던 올림픽 경기가 끝나면서 각종 약물 중독이라든지 여타의 조사를 통해 메달 부분을 조사하고 정확히 메달을 받은 사람들, 즉 메달을 인정한 사람만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박종우 선수는 동메달 리스트가 맞는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메달이 보류된 상황이라면 저 홈페이지에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은 박종우 선수에 대한 동메달 보류는 물론이고, 견책,경고,벌금,박탈 등의 처벌이 내려지는 FIFA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우리는 당연히 그를 무죄로 추정해야 합니다.

박종우 선수와 국민이 싫어하는 정치인을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필자가 정치블로거이다 보니, 국회의원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도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대상자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합니다. 개원식에도 참석하고, 방도 배정받고, 배지도 받는 등 전혀 국회의원 혜택을 받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박종우 선수도 그에 맞는 혜택이나 보상,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지금 그에게 떨어진 처벌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도 분명히 동메달리스트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박종우 선수의 동메달이 보류됐다고 보도하고 시상식 불참과 박탈은 축구협회가 IOC의 명령에 따라 된 것처럼 주장합니다.

▲ 국회에서 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에 질의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 출처:국회 영상회의록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8월17일 국회에서 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박종우 선수 동메달 시상식 불참에 관한 증인 출석을 요구하여 진상을 어느 정도 밝혔습니다. 정확한 팩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박종우 선수의 메달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 17개의 메달만을 가지고 가겠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한 적도 협박한 적도 없다.

둘째, 역시 런던 올림픽 위원회는 박종우 선수의 시상식 참가의 자제 정도만을 요청했을 뿐 불참을 강요하거나 이를 어길 경우 그보다 더한 징계가 나갈 것이라고 결정하거나 통보한 사실도 없다.

셋째, IOC 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있기 까지 사전에 메달 자격을 일시정지하거나 아직 최종 결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중단시킬 만한 어떠한 규정도 가지고 있지 않고 있고, 이를 통보한 적도 없으며 한국 정부는 이러한 근거에 대해 항의하거나 확인한 사실 조차 없다.

넷째, 한국과 IOC 간의 연락업무를 담당한 연락관은 하와이 출신 일본계 미국인으로 여전히 일본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당시의 상황은 전적으로 이 사람에 의해 주도 되었다.

다섯째, 설사 정치적 행위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무조건 박탈이 아니라 FIFA의 징계와 IOC의 징계 및 이를 바탕으로 한 IOC 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있어야만 하고 그것도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도 있다' 정도로 올림픽 헌장은 규정하고 있다.

여섯째, 한국 선수단과 당시 대표단은 IOC 규정이나 헌장 등을 일체 확인하지 않고 전적으로 연락관 간의 구두 대화나 공문에만 의지했고, 최종 확정된 결정이나 명령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레 겁먹고 마치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박종우 선수의 불참을 자의적으로 결정했다.

일곱째, 서울의 대한축구협회는 사실은 런던의 대한체육회와 당시 런던에 가 있던 축구협회장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일본에 서신을 보냈고, 겉으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변명하면서도 뒤로는 사실상 잘못을 시인하는 쪽으로 잘못된 결정과 외교적 대응을 일삼았다.

여덟째, 대한체육회와 축구협회는 이런 모든 진실을 시민과 언론에 전혀 알리지 않고, 철저히 비밀로 일관했으며 우리가 떠들면 떠들수록 마치 박종우 선수에게 불이익이 갈 것처럼 겁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이끌어 왔고, 철저히 이중플레이로 일관해 왔다. 한편, 이 모든 과정 상의 하자들을 대한축구협회 사무국과 국제국이 잘못한 것으로 거짓 홍보하고 모든 책임을 하급자에게 철저히 전가시켜 왔다.

아홉째, 그리고는 이를 박종우 선수 개인의 책임으로 폄훼했으며 설사 메달을 못받게 되더라도 우리가 병역 혜택만 주면 되고, 동메달 연금만 주면 충분히 보상 받는 것처럼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켜 왔다.


논점은 간단합니다. 아무런 공식 처벌이나 징계, 문서,명령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박종우 선수의 동메달 시상식을 불참시켰고, 이는 축구협회와 대한 체육회가 IOC와 FIFA를 주군처럼 모시는 근성으로 만든 불법적인 조치였다는 사실입니다.

▲최재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출처:국회 영상회의록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은 물론이고 축구협회의 직원은 공식적인 문서 하나 없이 그저 IOC 연락관의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허둥지둥 움직여 수년간 고생한 박종우 선수의 인생을 망쳐놓았던 것입니다.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필자가 오늘 이런 축구 이야기를 하는 것은 독도세리머니를 단순히 민족주의적 감정으로만 몰고 가고 국민의 응원으로 어떻게 하든 포장하려는 언론과 축구협회,대한체육회의 모습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일단 나와 있는 규정과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모든 일을 순리적으로 진행하여도 충분했던 일을 자신들 멋대로 만든 과정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에 보낸 문서

우리가 일본에 편지를 보낼 수는 있습니다. 박종우 선수의 동메달 박탈이 확정된 다음 내지는 어떤 처벌이 나오기 직전, 고의성이 없었다는 상황을 설명한 편지를 일본에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외교적인 차원으로 보낼 수도 있다고 가정해야지, 일본에 무조건 보낼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IOC 연락관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떨면서 부랴부랴 일본에 "반스포츠적 세리머니"라는 표현으로 서한을 보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이 편지는 한국어 문서도 없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공식적인 한국어 문서를 작성하고 그 뒤에 영어로 번역해야지, 어찌 된 일인지 한국어 문서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한-일 관계를 떠나 IOC나 FIFA는 국제적인 기구입니다. 그렇다면 공식적인 절차를 따르면서 이에 맞추어 대응해야지, 무조건 누구의 말만 듣고 행동하는 모습은 저자세 외교를 떠나 본질적인 핵심이 비상식적이고 불법을 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FIFA의 절대 권력자 블래터는 정몽준의 FIFA 부회장 선거에 개입하여 낙선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FIFA 회장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언론을 보면서, 회장이라는 말이 과연 진실인지를 파악조차 못 하는 모습은 2015년까지 FIFA를 장악한 독재자를 떠받드는 권력의 노예가 된 듯합니다. 언론은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과연 저 사람의 말이 사실인지, 법과 규정에 맞는 이야기인지 따져, 냉정히 비판하고, 잘못된 일이 있다면 무엇이 옳은지 알려줘야 합니다.

우리는 박종우의 동메달 박탈과 보류라는 이상한 이야기를 민족적 감정으로 대응하기보다, 규정을 무시하고,불법을 자행한 상황을 지적하며 비합리적인 절차를 강력하게 항의했어야 합니다.

대한체육회와 축구협회는 우리가 떠들면 불리하다는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불법과 규정을 무시한 비합리적인 모습을 지적하는 일이 왜 잘못됐습니까? 인간은 스스로 진실을 규명하고 자기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을 보여줬던 박종우 선수의 뜨거운 몸짓을 부정과 불법으로 막은 자들은 한 선수의 인생뿐만 아니라, 진실과 인간의 존엄성을 거대 권력으로 누른 독재자들의 통치 행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