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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해외언론이 박근혜를 부르는 말 '독재자의 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부르는 호칭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전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박근혜 등의 호칭이 제일 많이 쓰였습니다. 사실 요새처럼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정해지기 전까지는 박근혜 의원이라 불리는 것이 맞는듯 하지만 국내언론은 대부분 그녀를 새누리당의 대표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그녀를 불렀습니다.

가끔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아직도 새누리당 대표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후보 중 가장 유리한 여당의 후보로, 보수우익의 고정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를 해외 언론은 무엇이라고 부르고 있을까요?

▲ CNN 박근혜 후보 관련 기사, 출처:CNN 홈페이지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자, 해외 언론들은 일제히 그녀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해외언론이 일제히 그녀를 보도하면서 빠지지 않고 그녀에 관한 얘기를 했던 부분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여성이라는 점, 또 하나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 BBC 박근혜 후보 관련 기사, 출처:BBC 홈페이지

공영방송으로 유명한 BBC의 경우는 박근혜 후보의 여성이라는 점보다 박근혜 후보가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통치하고, 어떻게 죽었는지 또한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가디언지 박근혜 후보 관련 기사, 출처:가디언 홈페이지


30년 전에 암살된 전 독재자의 딸이 다시 대통령이 되는 모습은 해외언론에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외언론의 입장에서는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모습은 해외토픽감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언론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으로 이미 그녀 정체성의 출발을 비민주주의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러나 한국언론은 박근혜 후보를 결코 '독재자의 딸'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부 보수언론은 박정희의 딸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이것이 그녀가 가진 무기이자 장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생각이 장점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녀가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합니다.

▲1998년4월2일 박근혜 후보가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에 당선되자 지지자들과 손을 들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


박근혜 후보는 1998년 제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전에는 육영재단이나, 정수장학회,영남대학교 이사장직 등 박정희가 남긴 유산에 연루된 재단에 있다가 실질적인 정치의 길은 1998년에 시작한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어떻게 국회의원에 당선됐을까요?

▲박근혜 후보 국회의원 당선자 프로필 기사

1998년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구호는 '박정희가 세운 경제, 박근혜가 지킨다'였습니다. 철저히 아버지 박정희를 앞세웠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대구 달성군민들은 앞다퉈 표를 몰아줬습니다. 대구 달성에서 박근혜 후보가 태어났다는 부분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녀가 아닌 박정희를 보고 그녀를 선택했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대다수 신문들은 그녀를 가리켜 '박정희 향수에 힘입어','아직도 살아있는 박정희' 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후보 국회의원 당선 당시 기사, 출처:1998년 4월3일자 한겨레 기사


박근혜 후보가 당시 강조했던 선거 운동 중의 하나가 바로 철저한 지역감정이었습니다. 당시 정치상황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대결구도였는데, 박근혜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자마자 '이번 선거는 박근혜냐 엄삼탁이냐의 대결이 아니라 박정희냐 김대중이냐를 선택하는 선거'를 주장했습니다.

결국, 그녀의 지역감정 전략은 먹혀들었고, 그녀는 선거가 끝난 뒤 제기된 지역감정론에 대해 끝까지 아버지 박정희의 유업과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도였을 뿐이라는 변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6.2 제2기 지방선거 당시 기사, 출처:1998년 6월1일 경향신문


당선되자마자 한나라당 출신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일제히 박근혜 의원에게 찬조연설을 부탁했는데, 이유는 단 한 가지,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고, 그것이 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를 그들은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을 보면 박근혜 후보가 당시 어떤 정치적 자질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향신문의 기사입니다.

'박 의원의 연설은 아마추어 수준이다. 써준 원고를 줄줄 읽어가는 정도다. 그런데도 청중들은 자발적으로 박수를 치고 연설이 끝나면 박 의원 손을 잡으려 우르르 몰려든다. (중략) 박 의원 모습만 보고도 손수건을 꺼내는 중장년 부녀자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박 의원의 인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 이외에는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써준 원고만 줄줄 읽어가는 수준의 그녀 (그런데 이런 써준 원고 읽기는 14년이 지나도 별 차이가 없는 듯)를 사람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단지 박정희에 대한 향수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퍼스트레이디시절 박근혜의 특별회견 관련 기사,출처:매일경제


박근혜 후보를 유신 시절과 별개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철저히 박정희 독재 시절 그 몫을 했던 인물입니다. 어머니의 사망 이후 각종 행사에 나가고 언론에 노출됨으로 불쌍하고 가련한 박정희 가족으로 포장된 이미지 정치를 보여줬습니다. 이로써 국민이 독재를 지적하고 비판하기보다 오히려 안타까워하는 모습으로 바꾼 장본인이 박근혜였습니다. 

방송과 특별회견(퍼스트레이디 역할이지만 특별회견을 수십 차례 열었던 박근혜 )을 통해 언론에 자주 나왔던 그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얼굴마담 정도가 아닌 정치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나갔던 정치인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물질만능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부작용은 아예 처음부터 뿌리 뽑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경제발전에 못지않게 정신개혁운동을 일으켜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정신적인 면에서도 선진화를 이룩해야 한다" (1976년 박근혜 TBC TV 특별회견)

박근혜 후보가 그토록 과거사의 문제에 얽혀있는 이유는 박정희뿐만 아니라 그녀 자체가 과거사에 연루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정치적 권력을 행사했던 장본인으로 그 권력을 바탕으로 이제 대통령 후보가 됐다는 점은 보면, 왜 그녀가 과거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를 보여줍니다.

▲청와대에서 박정희와 함께 당시 권력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박근혜


1998년 박근혜 후보는 속해있던 한나라당이  IMF를 몰고 온 주범에도 불구하고 이겼습니다. 그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떤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단지 박정희라는 향수와 지역감정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해외언론이 박근혜 후보를 '독재자의 딸'로 표현하는 대목을 들고 나온 이유는, 아직도 박근혜=박정희로 인식하는 지지세력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박정희는 분명 독재자였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독재자로 바라보는 시선에도 아직도 한국은 그를 대한민국을 살린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가진 힘이 그녀 스스로 있는지, 아니면 '독재자의 딸'로 아직도 독재자의 유산으로 살고 있는지, 대선을 앞두고 우리는 냉철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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