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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 기자회견,'정준길-금태섭' 엇갈린 인생


어제 온라인과 언론을 뒤흔든 화제는 '안철수 협박'과 '안철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안철수 원장 측근이었던 금태섭 변호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에서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4일 오전 7시57분께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의 전화를 받았다.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과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출신과 최근까지 사귄 것을 알고 있다, 대선에 출마하면 폭로하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 전문을 먼저 보도록 하겠습니다.

금태섭 변호사: 갑자기 연락을 드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저는 오늘 깊은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9월 4일 월요일 아침 7시 57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정준길 공보위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7분간 통화를 하면서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습니다. 이것은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협박입니다. 이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우리 국민의 변화 열망을 짓밟는 행위입니다. 안철수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한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국민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아니라면 대선 기획단의 음모와 활동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야 합니다.

다음은 구체적 내용입니다.

첫째, 안철수 연구소 설립 초창기 1999년 산업은행에서 투자 받았는데 투자 팀장 강모씨에게 뇌물을 제공했다.

둘째, 안철수가 목동에 거주하는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다.

정씨는 구체적 근거는 말하지 않은 채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 안철수 원장에게 그것을 말하고 불출마하라”고 했습니다.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불출마를 종용했습니다.

그 내용이 새누리당 측에 전달되고 있지 않는가,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거대권력이 현 상황을 지휘하고 있지는 않은지 강한 의문이 듭니다. 근거 없는 유언비어의 근원지와 조직적 유포에 대한 제보가 있습니다. 국민의 염원을 협박하는 것입니다. 이는 안철수 원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낡고 구태연한 거대 음모. 국민은 역사를 되돌리려는 어떤 사실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금태섭 변호사가 밝힌 정준길 공보위원의 협박 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뇌물이고, 두 번째는 여성편력입니다. 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치명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정확히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녹취록이 없어서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금 변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논란이 됐던 경찰의 안철수 원장 조사 관련과 이어져 정가에 떠돌던 새누리당의 안철수 네거티브 전략팀 운영이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준길 위원의 안철수 원장 대선 불출마 협박을 보려면, 과연 금태섭,정준길 이 두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필자가 늘 주장하는 그 배경에 숨겨진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의 살아온 인생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검사직을 내던진 정준길'

정준길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입니다. 새누리당 공보위원으로 활동하기 이전에 정준길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시 35회를 거쳐 검사가 됐습니다. 울산지검에 근무하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파견돼 안대희 (현재 새누리당 대선기구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중앙수사부장과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준길의 경력을 보면 검사를 그만두고 어떤 법무법인에 간 것이 아니라 CJ그룹이라는 기업으로 갑니다. 전략구매 실장이라고 하지만 직함은 상무였습니다.이런 그의 모습은 그리 흔치 않은 행보였습니다. 도대체 왜 그는 법조계가 아닌 기업으로 갔을까요? 

정준길이 기업에 간 이유는 그가 펴낸 자전 에세이 '길의 노래'에 나와 있었습니다. 
 
“평생 직업으로 삼고자 했던 검찰을 떠나면서 새로운 삶의 길로 7~8년 정도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국회의원에 출마해 보겠다고 나름대로 중기 계획을 세웠었다.” 
 

▲ 정준길 변호사의 자전 에세이 '길의 노래' 출판기념회 © 디지털광진


정준길은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정계 입문을 노렸고, 2008년 CJ에 사표를 내고 한나라당 광진구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4.11 총선을 앞둔 2011년 '길의 노래'출판 기념회를 자신이 출마하려던 광진구에서 개최했습니다. 건대동문회관에서 열린 정준길 변호사의 출판기념회에는 대표적인 친박계인 현경대 전 의원이 참석해, 그가 지금의 박근혜 대선캠프에 어떻게 참여했느냐를 짐작하게 합니다.

박근혜 후보 지지모임인 '국민희망포럼'의 법무실장을 지내기도 한 정준길은 대표적인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물이었습니다.그는 2012년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추미애 후보에게 패배한 뒤 박근혜 대선캠프에 합류해 박근혜 후보의 대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대선캠프에서도 나와 앞으로 어떻게 다시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정치판을 떠날 사람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검찰개혁을 외치다 쫓겨난 금태섭'

금태섭 변호사는 안철수 원장 측근 이전에 대한민국 검찰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인물입니다. 2006년 9월 금태섭 변호사는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한겨레 신문에 기고했습니다.

▲ 금태섭 검사가 기고한 연재물 © 한겨레 신문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금태섭 변호사는 법에 명시된 피의자의 권리를 일반인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10회 연재를 계획으로 한겨레 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단 1회 기고 후 검찰과의 마찰로 연재를 그만두게 됩니다. 

한겨레 신문에 글을 올리고 난 뒤에 6개월 후에 검찰을 나온 금태섭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성에 근무하면서 서강대학교 법학전문 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금태섭 변호사는 현직 검사로 '조직의 배신자'라는 말을 들었던 기고문을 쓴 이유에 대해서, 검찰이 과연 피의자를 보호하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과 선진국처럼 변하지 못하는 검찰 조직의 문제점을 고민하다가 글을 썼다고 합니다.

안철수 원장과 금태섭 변호사가 전면에 나서게 된 배경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시장의 멘토단으로 참여하면서입니다. 금변호사와 안철수 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처음 만났으며, "우리 둘 사이에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고 말해 두 사람이 각자의 행보 속에 비슷한 성향으로 친해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금태섭 변호사가 안철수 원장의 측근으로 나왔던 기자회견도 중요하지만, 그가 왜 좋아했던 검사직을 그만두었는지도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원장 불출마 협박에 담긴 단편들'

정치블로거로 살다 보면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를 자꾸 되짚어 보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새누리당이 안철수 원장 뒷조사를 적극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저로서는 과연 얼마큼 새누리당이 안철수 원장을 이용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기 때문입니다.

▲ 황우여 대표가 새누리당 당직자에게 받은 문자


안철수 원장 불출마 종용 기자회견이 열리던 시각,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황우여 대표는 새누리당 당직자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습니다. 

"안철수 관련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사실관계가 이슈가 되도록 해야 함"이라는 문자를 통해 우리는 새누리당이 어떻게 하든 앞서 말한 정치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뇌물과 여자문제를 진실처럼 몰아가려고 한다는 기획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9월4일 오전에 받았던 전화를 굳이 슈퍼 디데이로 불리던 민주당 광주,전남 경선이 열리던 9월6일 기자회견을 했는지도 한 번쯤은 되짚어봐야 합니다.

필자가 왜 단편들이라는 단어를 썼느냐면, 정확한 팩트가 없는 혼전의 양상이 지금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언뜻 들었던 얘기들이 갑자기 사실로 드러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의 안철수전담팀 등)


과연 새누리당은 무슨 의도로 정준길을 시켜 전화하게 했고, 과연 정준길은 무엇을 노리고 '안철수 저격수'를 자처했는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준길 위원처럼 검사 출신이며 치밀한 사람이 무턱대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거나 뻔히 이슈화될 수 있는데 아무리 친구지만(정준길과 금태섭은 서울대 법대 동기) 적처럼 대치 상황에 있던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했다는 점도 무심코 넘어가기는 자꾸 배경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단락에서 필자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치권의 모든 움직임을 그냥 단순히 보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저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가 함께 고민하며 의견을 나누고 싶기도 합니다.

▲ 4.11총선 당시 정준길 후보 지지유세를 하는 박근혜© 광진의소리


사람을 평가하면서 단순히 그가 어떤 인물이었느냐를 보기보다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본다면, 금태섭 변호사는 검찰의 개혁과 변화를 위해, 정준길은 자신의 정치적 권력과 야망을 위해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됩니다.

정준길은 9월6일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직을 사퇴했습니다. 또한 '가슴이 아프다'라며 갑자기 자신이 건 전화가 친구를 향한 우정어린 충고였다고 항변했습니다. 
 
"정치적 목적을 앞세워 20여년이 넘은 친구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과연 제가 이런 행태의 정치를 계속 해야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상당히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짜 정준길은 이런 순진한 생각으로 전화를 했을까?)

앞으로 정준길과 금태섭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정준길은 어찌 됐든 정치판의 말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잠시 사라집니다, 그러나가 그가 걸었던 한 통화의 전화는 12월 대선 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는 퇴보하면서 정치판의 말들은 한 치 앞을 모를 정도로 치밀하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런 정치판을 보는 국민은 최소한 두세 수는 미리 보는 안목을 지니는 고수가 되어야 합니다. 참으로 정치를 어렵고 더럽고 추악하게 만드는 정치인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