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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결선투표 수용을 보여준 진짜 '대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주자 문재인 상임고문이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결선투표제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고문은 그저께까지도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김두관,손학규,정세균 후보들의 요구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고수했으나, 어제저녁 당 지도부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결정한다면 따르겠다고 입장을 180도 바꾸었습니다.

결선투표제를 요구하는 김두관,손학규,정세균 후보들의 거센 주장으로 민주통합당 내부의 분열로도 비칠 수 있었던 모습이 문 고문의 결선투표제 수용으로 이제 새로운 대선 경선의 분위기로 바뀔 전망입니다.

그토록 결선투표제를 수용하지 않았던 문재인 고문이 왜 갑자기 결선투표제를 수용했으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 새롭게 바뀐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룰'

문 고문의 결선투표제 수용으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어제저녁 9시부터 회의를 시작해 자정에 당규 제 16호 <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규정>을 의결하고 당무위원회의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된 바뀐 경선룰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예비경선은 국민여론조사 50%+당원여론조사 50%로 하기로 했고, 유효표본은 각각 2,400샘플씩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당원여론조사는 권리당원과 일반당원에 대한 여론조사를 각각 25%(1,200샘플)씩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일정을 보면 8월 25일부터 시작되는 지역순회경선 날짜는 동일하지만, 9월 23일에 끝나는 지역순회경선이 9월 16일로 빨라지고,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를 대상으로 하는 결선투표를 9월 23일에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결선투표를 기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최종 확정일과 맞춤으로 앞으로 대선 본선에 대한 시간적 촉박함을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투표는 예비경선, 본경선 모두 1인 1표를 기준으로 실시하기로 하는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이런 완전국민경선을 위해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구성하기로 했습니다.

결선투표는 1971년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나섰던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41년만입니다. 결선투표는 9월 16일부터 9월 23일까지 일주일간 현장투표와 투표소 투표,모바일 및 인터넷 투표 등 3가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결정은 과반 득표에 따라 만약 결선투표가 실시되면, 9월 23일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

' 문재인은 왜 결선투표제를 수용하게 됐는가?'

문 고문은 7월 16일 1박2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방문, 제주도 웰컴센터에서 '2013 제주 희망 콘서트'에 출연했습니다. 이날 콘서트가 끝난 늦은 밤,  문재인 고문은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이글을 올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문재인 고문은 바쁘게 제주도 일정을 소화합니다. 대학생을 만나고, 시장을 방문하고, 해녀 삼촌(제주에서는 나이 든 아저씨,아줌마 등 어른들을 삼촌이라고 합니다.)이 주는 해산물도 먹습니다.


제주에서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고 서울에 올라온 문재인 고문은 대선주차 측과 지도부 회동이 결렬되고, 손학규 고문이 문 고문을 향해 '당내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면서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경선불참'까지도 시사하는 대선 경선을 둘러싼 민주통합당의 내분에 직면하게 됩니다.

어제저녁 문재인 고문은 도종환 캠프 대변인을 통해 다음과 같은 긴급 기자회견문을 발표합니다.


문재인 고문은 도종환 대변인을 통한 긴급기자회견문에서 "당이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당 지도부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결정한다면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대승적으로 수용하겠습니다."라는 전격적인 결선투표제 수용을 발표합니다.

이처럼 문재인 고문이 결선투표제를 수용하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 지난밤 잠을 못 이루고 글을 올린 것처럼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의 역사관을 볼 때, 정권이 박근혜 새누리당에게 넘어가면 대한민국 정치,역사,사회가 후퇴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

○ 정권교체, 정치교체,시대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함께하지 못하고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오히려 국민에게 실망감과 정치불신을 더욱 초래할 수 있다는 국민에 대한 존중.

○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음으로 대선 본선에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들이 함께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줄 것이라는 장기적인 야권연대 포석.

결국, 문재인 고문이 결선투표제를 적극 수용하게 된 배경에는 자신의 유리함이나 기득권을 주장하기보다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저버릴 수 없는 대승적 차원에서 자신을 내어 놓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002년 노무현과 2012년 문재인'

저는 이번 문재인 고문의 결선투표제 수용을 보면서 2002년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떠올랐습니다. 4월26일 새천년민주당의 제16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공식 선출된 노무현 후보는 친이인제 성향의 반노,비노 의원들의 '노무현 흔들기'에 지지율은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후보 단일화 추진 협의회 (후단협)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노무현으로 후보 단일화가 되면 함께 할 수 없다는 발언까지도 했습니다. 이렇게 반노무현 세력들은 후보 단일화 방안으로 국민경선과 여론조사,협상 담판 중에서 "국민경선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라는 이유를 들며 정몽준 후보에게 유리한 단일화 여론조사를 주장했습니다.

계속된 지지율 하락으로 여론조사는 노무현 후보에게 가장 불리했으며, 설문 내용 변경은 더더욱 노무현이 단일화 후보에서 멀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는 11월 11일 자신에게 엄청나게 불리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의하였습니다. 오죽하면 민주당 김원기 고문은 '(노무현의 결단은) 이기고 지는 것을 초월한 것'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노무현·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11월 15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여의도의 한 포장마차에서 러브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노무현의 이런 결정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리서치 앤드 리서치 여론조사에서 46.8%를 얻어 42.2%를 얻은 정몽준 후보를 제치고 단일화 후보로 결정됐습니다.

저는 결선투표제를 반대했습니다. 그것은 문재인에게 불리함을 떠나 논의 방식에 대한 민주통합당 후보들의 모습과 새누리당의 전략이  '문재인 흔들기'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고문은 이런 저의 생각을 처참히 짓밟았습니다.

[정치] - '결선투표' 도입은 문재인이 아닌 야권 죽이기

문재인 고문은 자신이 아닌 야권의 통합을 먼저 생각했고, 새누리당과 다른 정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정치적 승리를 위한 저의 주장이 다르다는 창피함보다 문재인 고문의 이런 결정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문재인 고문이라도 정치인이 되었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점을 밀고 나가는 주장을 계속 펼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고문은 모든 것을 내놓았습니다. 저는 문재인 고문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그가 정권교체나 야권 승리를 위해 자신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그를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믿지 못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도 어차피 정치를 시작했으니 정치공학적 논리와 정치환경에 지배를 당할 것이라고 우려와 걱정, 불신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고문은 철저히 이런 저의 마음을 발로 뻥 차버렸습니다. 그는 저와 같은 소인배가 아니었습니다.


문재인 그도 사람이고, 정치인이고, 자기가 한번 정한 목표를 향해 온몸을 던지는 사람인데, 왜 결선투표제가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김두관,손학규,정세균 후보가 계속해서 결선투표제를 주장하고 있으면, 민주통합당과 야권의 분열, 더 나아가서는 대선에서 패배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바뀌지 않는다면, 자신이 변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결정이 결선투표제 수용이었습니다.

문재인 고문의 이번 결정은 국민을 믿으면 국민은 믿음으로 되돌려 준다는 노무현의 정치 철학을 다시 보는 것 같습니다.[각주:1] 문재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인배를 알아보는 눈이 없어 저는 소인배인가 봅니다. 문재인 고문의 결정에 한 방 맞고 밤을 꼴딱 새운 아침이 왜 이리 상쾌한지 모르겠습니다. 

  1. 조기숙님이 트위터에 올린 글 인용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