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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선 출마 김문수 만난 YS' 박근혜는 칠푼이'



김문수 경기지사가 결국 대선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합니다. 김 지사는 오늘 12일 새누리당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그동안 경선룰을 바꾸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김문수 지사 대선 출마를 보면, 그가 어떤 정치인이고, 그가 무엇을 노리고 경선에 참여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경선룰 변경을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김 지사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이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박근혜의 들러리? 페이스 메이커?'

사실 이번 김 지사의 경선참여를 반대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새누리당의 독보적인 대선주자로 박근혜 의원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가 경선에 참여한다고 1등으로 대선 후보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박근혜 의원을 이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문수 지사는 왜 경선에 참여할까요?

우선 누가 김문수 지사의 경선참여를 유도했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이번 김 지사 경선 참여를 설득한 사람은 황우여 새누리당 당 대표와 박근혜 의원 공동 선대위원장인 홍사덕 전 의원이었습니다. 이 말은 친박계가 나서 김 지사의 경선참여를 간곡히 원했다는 뜻입니다.

친박계가 김문수 지사 경선참여를 유도한 뜻은 박근혜 의원이 독주할 경우, 자칫 새누리당의 독재적인 모습이 국민에게 보일 것이고, 이는 새누리당 경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떨어져, 정작 중요한 12월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패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 당기를 흔들고 있는 박근혜 의원 출처:새누리당


김문수 지사의 이번 대선 출마와 경선참여는 철저히 박근혜 의원의 들러리 내지는 박 의원의 대선까지의 완주를 위한 페이스 메이커에 불과합니다. 우선 임태희 전 청와대 실장이나 김태호 의원 가지고는 제대로 된 경선 그림이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김문수 지사가 나오면 새누리당 경선이 박근혜 의원의 독무대나 비정상적인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은 모습이 아닌 것으로 비치지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의원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 달릴 때 그 보조역할을 할 김문수 지사의 경선참여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의원 입장에서 보면 마라톤 구간 중 30Km까지 무난히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페이스 메이커'를 제대로 찾은 셈이 됩니다.

' 박근혜는 사자가 아닌 칠푼이'

김문수 지사는 대선 출마를 앞둔 어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김문수 지사는 김 전 대통령을 향해 '지금은 토끼가 사자를 잡는 격'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비유했습니다.

▲ 박근혜를 사자가 아닌 칠푼이로 비유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실은 기사 출처:국제신문


이런 김문수 지사의 이야기에 김 전 대통령은 '(박근혜 의원) 사자가 아니다. 아주 칠푼이다. 사자가 못 돼'라고 혹평을 했으며, 경선이 막상 시작되면 박근혜는 별것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 홍사덕 전 의원이 자신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며, 박근혜 본인이 아닌 전화는 별로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문수 지사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난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김 전 대통령은 박근혜 의원을 사자가 아닌 칠푼이라는 혹평을 했을까요? 그것은 비박 세력들을 통합하기 위한 모습이라고 보입니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입을 빌어 박근혜를 공격하고, 그녀의 적들을 하나로 만들어 김문수 지사가 행동대장으로 일선에 나가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경선을 향한 구정치권과 박근혜 반대 세력의 연합이 김문수라는 인물을 통해 어떻게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 조직력의 싸움, 보수우익의 결집'

김문수 지사가 이번 새누리당 경선 참여는 차차기를 노린 포석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말을 수차례 바꾸면서도 경선에 참여해 나오는 것은 사라지면 끝이라는 정치판의 생태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김 지사가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김 지사를 지지하는 세력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 전북 고창 선운산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등산 대회. 출처:뉴시스.김문수 지사 트위터


대한민국 보수우익 세력 중에 가장 큰 세력 가운데 하나인 '한국자유총연맹' 과 김문수 지사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데, 한국자유총연맹의 회원 수는 65만 명이며, 그 조직력은 각 시도는 물론 군 단위까지 조직되어 있습니다.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선거인 전국 단위의 조직을 경기도 지사인 김문수 지사가 왜 자꾸 품에 안으려고 하겠습니까? 그것은 선거를 앞두고 조직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안병직 뉴라이트 서울대 교수와 김문수 경기지사.


보수우익 세력의 브레인을 담당하고 있는 뉴라이트 조직은 의외로 활동력은 물론이고, 영향력이 큰 조직입니다. 김문수 지사는 대표적인 뉴라이트의 핵심 인물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 출마는 물론이고, 그동안 김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멘토역할을 했던 사람이 안병직 서울대 교수이기 때문입니다.

김문수 지사가 야권성향의 온라인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알고보면 그가 가진 인맥과 조직은 탄탄합니다.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과 전략을 잘 알고 있는 김 지사가 무모하게 단순한 페이스 메이커로 박근혜의 금메달만을 위해 묵묵히 뛸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 박근혜와 김문수의 밀약'

오늘 저는 단순히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근혜 의원을 팔푼이라고 혹평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문수 지사는 몇 번이고 자신의 입장을 바꾼 적이 있습니다.

- 대선 출마 선언과 도지사직 사퇴 번복 (4월 대선 출마 발언)
-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 경기도 지사직에 충실하겠다 (6.2 지방선거)
- 완전국민경선제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경선불참(비박 3인방)

이렇게 말을 수차례 바꾸면서 김문수 지사가 왜 박근혜의 들러리가 뻔한 경선에 나올까요?


경선참여와 나중 박근혜 의원 대선 본선 지지를 김문수 지사가 과연 공짜로 해줄까요? 서로 다른 계파와 정적끼리 아무런 대가 없이 돕는다는 말은 한국 정치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어떤 정치적 대가든 반드시 존재합니다. 김 지사가 경선에 참여하고, 자신이 이끌고 있는 지지세력을 박근혜쪽에 몰아줄 경우, 박근혜는 2017년 대선에서 김문수 지사를 밀어줘야 할 것입니다.

보수우익의 가장 큰 단점이자 장점은 서로 다른 적끼리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너무 손쉽게 손을 잡고 내민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박근혜를 공격했던 김문수 지사가 경선불참을 자신 있게 말했던 김문수 지사가 왜 경선에 참여하겠습니까? 그것은 오로지 차차기 정권을 향한 욕심 때문이자, 다음 정권에서 자신이 가질 기득권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 새누리당이 경선을 취재하는 SNS 누리 캐스터를 모집한다는 공고


제주에 사는 저는 12월 대선을 위해 경선과정과 연설회, 대선 후보 캠프를 취재하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실시간 중계를 통해 대선의 향방과 그 모습을 국민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혼자서 정치블로그를 운영하는 저로서는 취재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의 계획을 새누리당은 벌써 실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SNS 누리캐스터'를 모집해서 전국 경선현장을 취재하는 취재단을 전국적으로 모집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SNS 조직이 움직이면, 그동안 야권성향의 온라인에서도 새누리당이 선점하거나 최소한 손해 보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 석가탄신일 행사에 만난 김문수와 박근혜, 김문수 지사가 박근혜 의원에게 이름이 써진 앞 자리에 앉으라고 하고, 박근혜 의원은 무심한듯 보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근혜 의원을 칠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박근혜 의원은 유신통치를 직접 했던 인물이자, 아버지 박정희를 통해 어떻게 정치권력을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김문수 지사도 변절을 밥먹듯이 하면서 살아 온 인물입니다. 이런 두 인물이 이제 경선에서 만납니다. 그 시너지 효과를 잘 아는 두 사람의 전략은 12월 대선에서도 힘을 발휘 할 것입니다.

야권이 이명박 정권 교체만 주장하고 있는 사이, 박근혜는 여타의 세력들과 손을 잡고, 그 세력들은 벌써 차차기 정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의원은 칠푼이가 아니라, 칠푼이처럼 순진한 얼굴로 이 모든 것을 의미심장한 미소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순수함과 전략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12월 대선에서 야권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