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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MB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



7월3일 조선일보 1면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조사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이라는 표기를 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순식간에 '전직 대통령'으로 둔갑해버린 것입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표기는 2011년 2월18일 경향신문 1면에서도 나왔습니다. '경향신문'은 당시 이명박 측근 비리를 보도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영 강원랜드 사장이 구속된 데 이어 ‘MB노믹스’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인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검찰의 칼날이 정권 핵심부로 접근하는 분위기다”라고 당시만 해도 임기가 2년 넘게 남은 현직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으로 잘못 표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보수우익 신문으로 기치(?) 내걸고 살던 조선일보의 '이명박 전 대통령'표기를 두고 '조선일보가 드디어 이명박을 버렸는가?'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부러 그런 짓을 언론사가 하지 않기에 단순 실수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어도 엄연히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오기(誤記)와 다르게 지금 새누리당의 대선주자로 인정받는 박근혜 의원에 대한 예우는 이상하리만치 과도한 면이 있습니다.

우선 7월2일 세종시 출범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의원에 대한 기사들을 보겠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출범식 행사를 보도한 언론사들은 대부분 '박근혜'라는 단어를 넣어 '박근혜'를 강조했고, 여기에 '세종시 출범과정에 '지킴이'역할을 톡톡이 했던 박근혜'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마치 박근혜 의원을 세종시의 은인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박근혜 의원 때문에 세종시가 지켜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박근혜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당 대표로 노무현 대통령과 이미 세종시에 대한 행정수도안과 행정도시안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부탁으로 충청도에 가서 '세종시 공약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라는 대선 공약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박근혜 의원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박근혜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충청표를 의식한 이런 발언을 했던 사람이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을 했었다가는 정치 생명이 끝이 날 수도 있었습니다. 박근혜 의원의 세종시 원안 찬성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음을 아는 사람들에게 '세종시 지킴이 박근혜'라는 표현은 과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 중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라는 문구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박근혜 대통령'으로 바꿔도 무방할 정도로 낯 뜨거운 기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사만 그랬을까요?


▲ 세종식 출범식의 세레모니 장면 원본출처:뉴스1


세종시 출범식 '세레모니' 자리에서 박근혜 의원은 김황식 총리와 맹형규 행안부 장관 가운데에 있습니다. 마치 서열로 보면 행안부 장관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대통령 대신에 참석한 김황식 총리가 정중앙이었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거의 박근혜 의원이나 김황식 총리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날 단상에 오른 사람은 총 8명이었음)

그런데 이런 자리 배치에는 의문점이 많이 듭니다. 그것은 박근혜 의원이 무슨 자격으로 저 세레모니 자리에 들어갔을까요?

▶ 김황식 총리: 정부 대표
▶ 맹형규 행안부 장관,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정부측 인사
▶ 유한식 세종특별시장
▶ 신정균 세종시 굥규감
▶ 유환준 세종시의회 의장
▶ 이해찬: 세종시 국회의원

세종시 출범식 행사 세레모니는 세종시를 대표하는 인물들과 정부측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해찬 의원도 세종시 국회의원 자격으로 간 것이지, 민주통합당 대표로 간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박근혜 의원은 무슨 자격으로 저 자리에 갔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사실 박근혜 의원 측은 정부공식 행사 운운하고 있지만, 박근혜 의원은 애초 참석자 명단에도 세레모니에 참여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 세종시 출범식 원기획안 '세레모니 위치도' 출처:민중의 소리


세종시 출범식 세레모니 기획안에는 박근혜 의원을 제외한 7명의 사람만이 있었습니다. 또한, 세종시장과 총리가 정중앙으로 배치돼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화려한 세레모니가 터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박근혜 전 의원이 예정에도 없던 세레모니 정중앙 쪽으로 배치되고 각종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한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처음 배포된 근접촬영권은 100개인데 갑자기 15개로 줄어든 것입니다. 사실 '근접촬영권'이 15개 정도인 행사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등으로 경호 때문에 근접 촬영자를 제한하는 방식에서 많이 보이는 일들입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최 측에서는 "김황식 총리가 참석한다는 전제하에 근접촬영 완장 100여 개를 각 신문사에 배포했지만, 박근혜 의원의 참석으로 근접촬영권이 줄었다"고 해명했다는데, 이렇다면 박근혜 의원이 김황식 총리보다 더 삼엄한 경호가 필요했던 대통령급 인물이라는 결론밖에는 내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 박근혜 의원을 향한 이런 모습은 19대 국회 개원 날 벌써 벌어졌습니다.

▲ 19대 국회 개원식이 끝난 뒤의 모습 출처:연합뉴스.뉴시스


19대 국회가 개원하고 난 뒤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박근혜 의원을 향해 다가섰습니다. 그녀와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겠다고 나선 국회의원들이 많은 탓에 줄까지 서게 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냥 나가면서 인사하는 장면이라고 할까 봐 다른 사진을 한 장 더 보여 드리겠습니다.


앉아 있는 박근혜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들이 몸소 가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어디 가서 이렇게 인사하는 것을 별로 많이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대통령에게도 그저 묵례하는 수준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몸에 붙이고 인사하는 장면은 이상하게 낯설기까지 합니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의원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당 대표는 누구일까요? 황우여 대표가 있지만, 사람들은 박근혜 의원만 찾습니다. 새누리당이 아니라 '박근혜당'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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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은 단순히 직함이 없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이고 유력한 대선주자일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박근혜 의원을 '새누리당 전 대표'.'새누리당 전 비대의원장' 등의 직함을 꼬박꼬박 붙여줍니다. 새누리당 홈페이지를 늘 가는 저에게 (유독 새누리당만 보도자료를 주지 않더군요) 새누리당 홈페이지에서 보는 박근혜 의원은 황우여 대표를 능가하는, 아니 초월한 '초신급' 인물입니다.

 


팝아티스트 이하씨는 부산 시내에 박근혜 의원을 백설공주로 묘사한 풍자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경범죄의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부산진구선거관리위원회는 이하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부산진구선거관리위원회는 “이씨의 포스터는 다가올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특정 후보자를 풍자한 것”이라며 “선거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고발했다”고 밝혔는데, 저런 풍자 포스터가 선거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도대체 장관보다 높은 예우를 해주는 정부 행사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팝아티스트가 만든 풍자와 해학의 예술작품은 선거법 위반이고, 특정 대선 후보를 총리보다 더 높은 대통령급 경호와 예우를 해주는 이 시대를 보면서, 과연 법과 정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