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박근혜표 '무상보육 정책'의 예견된 실패



위태했던 무상보육 정책이 결국 실패로 끝날 전망입니다. 정부는 0-2세 영아에게 시행되는 전면무상보육 정책을 예산 고갈 이유로 소득수준별 선별지원으로 바꿀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잘 사는 동네 중의 하나인 서초구를 시작으로 자치구마다 예산이 하나둘씩 고갈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을 할 수 없어 결국 백기를 든 것입니다.

저는 영유아 무상보육이 예산 때문에 더는 진행되기 어렵다고 분명히 예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올 초부터 나오던 지자체장들의 호소를 무시했고, 결국 전면무상보육에서 예전처럼 선별적 무상보육으로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시사] - 이젠 못줘! MB 무상보육, 6월이면 끝장

이번에 시행됐던 무상보육정책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의 합작품(?)으로 그나마 새누리당이 내놓은 정책 중에 쓸만했던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무리하게 내 건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표를 의식한 진짜 표퓰리즘이었습니다. '무상보육'은 찬성하나 그 이면에 있던 추진 방안의 문제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 무리하게 추진했던 박근혜표 대선용 공약'

작년 12월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생뚱맞게 보육료 3,697억 원 증액안이 올라왔습니다. 0-2세 영유아에게 소득별로 지급되던 보육료 지원을 소득과 상관없이 전액 지원하는 데 필요하다며 낸 것입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4.11총선을 겨냥하여 무상보육 안을 내놓았고, 그 재원이 필요하니 갑자기 관련 예산만 총 1조 8606억 원이 편성된 것입니다.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급하게 편성하고 증액을 하다 보니, 재원 마련에 실패했고, 효율적이지 않은 실천 방안이 없으니, 호기롭게 시작한 정책이 시행 4개월 만에 좌초되는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따져볼 문제가 있습니다. 도대체 이 무상보육 정책을 누가 추진했느냐는 점입니다. 원래 무상보육 전면 시행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임기 내내 조용히 있다가 작년 말에 예산을 부랴 부랴  편성하여 2012년부터 시행됐는데, 당시 보건복지부조차 재원마련이 어렵다고 했던 정책을 새누리당이 좌클릭하면서 편성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새누리당은 무상급식을 반대해오던 기존 입장과는 전혀 다르게 무상보육 예산안을 올리고,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고민도 하지 않았던 정책을 추진했을까요?

 

▲ 새누리당 19대 총선 공약집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가족행복 5대 약속'이라는 공약을 통해 0-2세까지의 영유아 보육료를 현행 소득하위 70%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공약을 위해 급하게 예산을 증액했고, 한나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했습니다.

이 당시 '박근혜 예산'이라고 불리는 5천억이 반영됐는데, 처음에는 정부와 청와대 , 한나라당이 의견을 조율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려 연기될 정도로 '박근혜 예산'은 MB정부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예산'은 통과가 됐습니다. 

▲ 박근혜 의원의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 정책 영상 중에서 출처:박근혜 의원 홈페이지

 
'박근혜 예산'이 무리하게 반영된 이유는 박근혜 의원이 대선을 위해 주장하고 있는 '생애맞춤형 복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박근혜표 복지정책에는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가 핵심이었습니다. '박근혜표 경제,복지 브레인'을 맡고 있는 안종법 의원은 (박근혜 의원 바로 뒷번호인 비례대표 12번을 받아 19대 국회의원이 됨) '생애 맞춤형 복지'에서 유독 '보육'만을 보편적 복지를 적용해야 할 분야라고 주장했고, 이런 그의 논리는 그대로 이어져 무상보육 관련 예산이 국회예산에 증액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0-2세까지의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은 박근혜 의원의 대선용 선거 정책 중의 하나로 강력하게 추진됐지만, 재원 마련은 물론이고, 이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정책의 효율성과 극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진행돼, 시행된 지 4개월 만에 중단 위기를 초래하게 된 것입니다.

'무상보육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정책을 마련하느냐가 관건'

무상보육 정책을 누가 추진했느냐를 따지니 이 정책도 박근혜 의원의 선거 전략 속에 이명박 대통령이 밀고 나갔으니  나쁜 정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이상한 생각입니다. '무상보육' 정책은 대한민국의 꼭 필요한 정책이고,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정책입니다. 누가 주장했건 그 방법의 오류를 찾아야지, 무상보육 정책 자체를 폐기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범하면 안 됩니다.

▲ 중앙일보의 재벌 타령 무상보육 정책 관련 기사.


정책이 왜 실패했느냐를 따져야 하는 시점에서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돌연 "지금과 같은 제도에서는 재벌가 아이들에게도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게 되는데, 이것이 공정한 사회에 맞는 것이냐"라는 '재벌아기'라는 무상급식 논쟁과 똑같은 논리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한마디로 표퓰리즘 정책을 펴서 재정에 문제가 됐다는 가장 원초적이며 자극성 변명을 통해 자꾸 선별적 복지라는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입니다.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무상보육'은 꼭 필요한 정책입니다. 그것은 이에 대한 투자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므로 나중에 다 돌아오게 되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무상보육'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출산율이 높아지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 보육료 및 양육 수당 확대 추이 출처:새사연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보육정책'이 실패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보육정책을 실천하면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단순히 보육료를 정부가 부모 대신에 내주는 정책으로 변질했기 때문입니다. 보육료를 내준다고 부모의 부담이 없어질까요? 어린이 집을 가야 지원이 되는 정책 때문에 가정에서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대거 어린이집으로 몰리다보니 보육의 질은 예전보다 더 떨어져버리고, 이도저도 아닌 지원금 액수 때문에 전업주부나 워킹맘이나 서로 불편해져 버린 결과가 나와버렸습니다.

[시사] - 대통령의 뻔뻔한 '무상보육'에 엄마가 뿔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국공립어린이집은 전체 시설의 5.3%로 추락했고, 민간보육시설이 대한민국 보육을 책임(?)지게 됐습니다. 민간어린이집은 늘어만 갔지만, 시설과 교육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지원해주는 보육료만으로는 부족해 특별 활동비를 내야 하는 부모의 이중 부담또한  사라지지 않았고, 보육교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좋은 교사들을 점점 사라지게 하였습니다.

'무상보육'정책은 단순히 현금으로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으로 끝나면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가가 장기적인 보육계획을 수립하고, 양질의 공보육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국공립시설 확충은 물론이고,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철저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됩니다.

저는 무상보육 정책에 관해서는 무조건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의원의 대선 욕망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은 민주통합당도 무상보육에 관한 정책 가운데 국공립 확충안에 따른 복지 재정과 민간주도로 이어지는 보육시장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보육정책에 관해서는 모두가 전면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새누리당이 국가 책임 보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보편적 복지를 사용에 대한 방어적인 개념) 그러나 방향과 재원마련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책임담세를 주장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부자감세 철회를 들고 나왔는데, 이는 조세정책의 현격한 차이로 합의되지 않는 한 재원마련 대책은 서로 세울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의원의 무상보육 정책에 대해서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그것을 실천하는 구체적 방안까지는 내놓지 않았고, 이는 앞으로도 민주통합당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숙제가 될 것입니다. 단순히 박근혜 의원이나 정부, 새누리당이 표를 위해 급조된 정책을 만들었다고 무조건 비판하기 전에 민주통합당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진 보육정책을 갖고 있느냐도 돌이켜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무상보육 정책은 가족을 살리는 일'


대한민국은 아동가족복지 지출이 GDP대비 0.5%로 OECD 국가들 중 꼴찌입니다. OECD 국가 평균 2%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아동가족복지란? 아동이 있는 가족을 위해 국가가 현금급여나 현물서비스에 재정을 지출하는 것으로, 총 지출액을 각 나라의 GDP 대비한 환산 비율로 평가한다. 아동가족복지는 아동수당, 부모휴가급여, 보육서비스지원 등을 포괄하고 있다

이렇게 아동이 있는 가족에 대한 복지지출이 떨어진다는 것은 출산과 육아 환경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자녀 출산을 감소시키거나 여성의 사회 참여를 제한적이게 만듭니다. 보육의 문제는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결혼을 해서 가족을 구성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면서 발생하는 경제활동,교육,의료  등의 복합적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육정책이 잘되어 있으면 결혼부터 출산,성장, 여성의 노동권,교육 등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육정책은 지금 결혼하지 않은 젊은이에게는 결혼 하느냐 마느냐하는 선택의 변수가 되기도 하고, 지금 아이가 있는 부모에게는 시급하고도 당장 필요한 사안이며, 노인 세대에게는 자신의 후손들이 어떻게 커나가느냐를 가늠하는 아주 중요한 정책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가정을 이루면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성장하면서 한 세대가 만들어지고 지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 의무는 대선과 총선용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그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무엇이 올바른 정책이고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