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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하진 '스마트 협박금'과 네이버와의 관계



새누리당 초선 의원인 전하진 의원이 자신이 주최하는 행사에 기업 후원금을 요청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은 '대한민국 행복찾기 미래심포지엄'과'스펙타파 공모전' 이라는 행사를 추진하면서 일부 대기업과 협찬금을 논의했고, 일부 기업 측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대선공약'관련 내용까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많은 논란이 일자, 전 의원측에서는 '대한민국 행복찾기 미래심포지엄'은 취소하고'스펙타파 공모전'은 벤처기업협회가 주최하여 별도로 열기로 했다고 합니다.

국회의원이 어떤 행사를 주최하고 대기업의 협찬을 받는 것이 무조건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전하진 의원이 벌인 모습을 보면 정치적인 모습이 많이 얽혀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모습이 그 안에 숨겨져 있는지, 네이버와는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협찬금과 협박금의 차이점'

이번 '대한민국 행복찾기 미래심포지엄'을 통해 기업으로 받은 협찬금을 전하진 의원이 개인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협찬금 자체가 벤처기업협회 계좌로 입금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행사를 주최하면서 전하진 의원 측이 보여준 모습은 스마트 시대에 아직도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 전하진 의원실에서 행사 후원금을 낸 기업에 발송한 메시지


우선 전하진 의원측은 행사를 진행하면서 개별적으로 접촉한 기업에게 협찬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국회의원이 협찬을 부탁하는데 쉽게 거절한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전하진 의원은 IT 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이고, 그가 현재 새누리당의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IT 분야의 전문가로 공천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번 행사에 참여한 IT 관련 기업들이 전 의원의 협찬 요구를 묵살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한, 전하진 의원이 보여준 기업 협찬 요구 방식은 너무 과도하게 앞서 나간 면도 보입니다.


▲ 전하진 의원실이 기업에게 행사 관련 면담을 요청한 문자 메시지


전하진 의원실에서는 이번 행사를 주최하면서 <전하진 의원실 면담 요청건>이라는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사실 어떤 행사 관련 면담을 요청하는 모습은 과거 기업가들을 청와대로 불러 '정치헌금'을 강요하던 시절의 모습과 비슷한 면도 있습니다. 아무리 전하진 의원실 쪽에서는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해도 기업 입장에서 국회의원이 면담을 요청하는데 안 갈 수도 없는 일입니다.

또한, 중요한 점은 미래인재육성재단(100억 규모)설립 진행 중이라는 문구와 '대선공약'이라는 단어입니다. 기업들은 12월에 치러지는 대선에 엄청난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누가 대선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영 방침이 바뀌거나 기업의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공약'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기업을 긴장하게 만들고, 그것은 기업이 가뜩이나 국회의원 면담도 부담되는데, '대선공약'이라는 말 때문에 '참석 불가' 내지는 '협찬 불가'라는 말을 하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전하진 의원은 이 문자가 보좌관(?)이 지나치게 앞서 갔다는 해석을 내놓았는데, 일개 보좌관이 아직 출마하지도 않은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을 운운할 수 있었다는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전하진 의원이 볼 때에는 '협찬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런 문자를 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협박금'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네이버는 왜 후원금을 냈는가?'

전하진 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행복찾기 미래심포지엄'과'스펙타파 공모전'에는 10여개의 기업이 후원을 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전하진 의원은 기업들에 최대 2,000만 원의 후원금을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 전하진 의원이 대표로 있는 SERA 인재개발원이 주축으로 주최하려고 했던 '2012 대한민국 행복찾기 미래심포지엄' 행사


그런데 협찬한 기업 명단을 보면 NHN이라는 네이버를 운영하는 대한민국 최대 포털 회사가 있습니다. 다른 기업과 다르게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필자에게 NHN이 왜 전하진 의원이 주최하는 행사에 후원을 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분당에 본사가 있는 NHN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행사에 당연히 (?) 후원금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NHN이 너무 속 보이는 정치 후원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하진 의원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원금이 결코 아니라는 반론을 내놓았습니다.

▲ 전하진 의원이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 블로그에 올린 글

전하진 의원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언론이 자신을 마치 기업 협찬금을 요구한 것처럼 보도되어 억울하다는 심경의 글을 올렸습니다. 전 의원은 블로그에서 '벤처기업가들이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며, 그래서  많은 인재가 참여하는 가운데 스펙,학력 보지 않고 좋은 인재를 찾아보자는데 모두 적극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행사가 진행되어 참여한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할 때 '스펙타파'가 이루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네이버만큼은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 NHN의 2012년 채용공고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스펙타파'가 이루어질 수 없는 기업입니다. 우선 기업 자체가 학사 내지는 석사만이 모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펙타파' 공모전에서는 학력,외모,성별 등을 구분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네이버는 이미 학력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채용을 해오던 기업이었습니다.

어떤 스펙을 타파하자고 추진하던 취지와 맞지 않았던 네이버는 이런 채용보다 기업 자체가 '스펙'을 중요시하는 기업 중의 하나입니다. 네이버에 다니는 사람은 누구나 말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회사가 참 정치적이다'
'누구 누구 라인이 있다'
'서울대 출신 카이스트 출신만이 출세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검색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벤처기업의 선구자적인 회사의 내부는 지독히도 한국 사회가 가진 '스펙'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가장 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네이버의 채용 기준이나 지금 네이버 회사에서 벌어지는 출신 따라 출세하는 현실을 보면 네이버의 행사 후원금 협찬은 '스펙타파'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전하진 의원의 변명과 다르게 자신의 본사가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 행사에 후원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고 보입니다.

' 대선과 무관? 박근혜를 떠올렸던 문자'

전하진 의원이 행사를 주관하면서 기업에 후원금을 요청한 사건을 두고 여당은 '초선 의원이니 몰랐다'는 반응이고, 야당은 '불법 자금 모급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라고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약속한 후원금을 돌려주고 행사를 취소하겠다는 전하진 의원의 해명에도, 이번 사건은 유사 사건이 재발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약집에 나온 청년실업 관련 정책

그것은 이 행사가 실질적으로 새누리당이 지난 4.11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정책과 유사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열리는 행사였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말한 정책을 실천하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방법으로 기업의 후원금을 이용한다는 사실은 과거 기업이 특혜를 받고 내놓는 '정치자금'으로 정치를 했던 군부 독재시절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 과정과 방법이 잘못됐다면, 국민에게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의혹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4.11총선 당시 새누리당 분당을 전하진 후보 유세에 나섰던 박근혜 비대위원장 출처:분당뉴스


전하진 의원실이 보낸 '대선공약' 문자는 보좌관이 전하진 의원 지인 기업에 보냈고, 이는 보좌관의 독단적인(?) 발송이었다고 하지만 실제 기업들은 많은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입니다.

한 관계자는 "대선 공약 면담 요청을 보고 솔직히 말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떠올랐다"면서 "(면담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욱 커졌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연락한 것에 황당했다"면서 "대선 공약이란 말이 허세라는 느낌도 들었지만, 위압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CBS 육덕수/신동진 기자)


올림픽이 끝나면서 본격화될 대선 레이스에서 여론은 아주 중요한 핵심 키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네이버의 움직임은 대선 여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과거 검색어 조작이라든지, 검색 결과 누락 등을 통해 의혹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서울 시장 선거와 네이버의 검색 조작 : 웹툰#9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새누리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이 주최하는 행사에 후원금을 내는 모습은 과연 대선에서 네이버가 중립을 취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편타대출 사건의 주인공 박흥식 화신산업 사장(좌)이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에게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정치자금'을 내고 특혜를 받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차관 도입이나 대출 등의 혜택이 정치권과 연루된 기업에 편중되고, 이를 통해 권력과 재벌의 밀월관계가 지독히도 끈끈했던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협찬을 받는 행위나 기업이 후원금을 내는 행위 모두가 진정한 목적에 맞추어 내고 받아야지, 권력을 앞세우고 혜택을 바라는 마음에서 이루어지면 안 됩니다.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친분을 앞세운 구태의연한 일들을 벌이는 모습을 2012년 19대 국회에서도 또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보좌관 타령'에 '좋은 의도'였다는 변명이 벌써 지겨워질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