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김두관 지사 사퇴는 '감동'이 아닌 '폭투'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7월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지사는 투자유치와 관련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에 기자들을 만나 대선출마 일정과 지사 사퇴에 관한 견해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내달 10일을 전후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도지사직을 사퇴, 대선에 올인 할 것이다"

저는 김두관 지사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김 지사가 출마하는 것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경남도지사 사퇴를 반대할 뿐입니다. 그것은 김 지사의 경남도지사 사퇴는 아무런 실익도 없는 행동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김두관 지사는 지사직 사퇴를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몰라도 두 가지 모두 전력투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사퇴 후 대선에 올인하는 것이 도민에 대한 또 다른 도리라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선 출마 이전에 도민에 대한 도리는 그가 도지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김두관 지사의 대선 출마가 아닌 '도지사 사퇴'가 왜 어리석은 행동인지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 왜 새누리당과 조중동은 김두관 지사의 사퇴를 원하는가?'

김두관 지사의 대선 출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새누리당은 계속해서 김두관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왔습니다.

▲경상남도의회 새누리당 김오영 원내대표가 5월 14일 김두관 도지사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News1


지난 5월14일 경상남도의회 새누리당 김오영 원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김두관 도지사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왜 김두관 지사의 사퇴를 촉구할까요? 새누리당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김 지사는 도지사 후보시절,당선되면 임기 동안 무소속 도지사로서, 도정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하지만 지난 2월16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지금도 대선출마를 생각하고 있으면서 마치 도민들에게 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잘못된 정치철학이다.도정과 도민을 자신의 출세용 디딤돌로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도민을 조롱하는 오만의 극치이다.대선출마가 기정사실이라면, 장기간 도정을 공백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즉각 사퇴해 부지사가 지사권한 대행직을 맡아 충실한 도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두관 도지사의 사퇴가 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김두관 지사가 대선 후보로 나오든, 아니면 다른 후보가 나와도 공격의 핵심이 될 사항입니다.

어떤 이는 이런 점을 말한다고 제가 김두관 지사를 새누리당처럼 공격한다고 하는데 야권에서 김두관 지사와 같은 인물이 새누리당의 공격 대상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조차 말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무조건 승리만을 외칠까요?.


2년간의 도정에 대한 불분명한 성과와 도지사직 중도사퇴는 새누리당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고, 그것은 대통령 선거와 도지사 보궐 선거에서 야권의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 김두관 지사의 대선출마를 보도했던 '주간조선' 표지

 
지난 2월에 '주간조선'은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선 출마를 보도했습니다. 김두관 지사와의 인터뷰(?)를 실은 주간 조선에는 "김두관에게 (대선에) 나오라고 하면 죽을 각오로 임할 것"이라며,문 고문에 대해 "내가 좀 아는데 요즘 뜨고 있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과거 기준으로 본다면 대통령감은 아니다"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당시만해도 확실하게 대선 출마를 언급하지 않았던 김두관 지사로서는 당혹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주간조선'의 보도는 김두관 지사가 "사석에서 한 얘기였으니 보도는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비보도 요청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보도해버린 것입니다.

사석에서 한 이야기를 '주간조선'이 보도한 이유는 뻔합니다. 문재인-김두관이라는 경쟁구도를 부각하면서 문재인 의원 흠집내기와 야권의 분열을 강조하려는 의도입니다.

우리는 '주간조선'을 보면 김두관 지사가 어떤 도구로 지금 새누리당과 조중동에 의해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김두관 지사의 사퇴는 경남지역에서의 철저한 야권 분열 공작으로 이용될 뿐입니다.

'경남의 민심이 김두관 지사의 사퇴를 원하는가?'

김두관 지사의 사퇴는 야권필패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야권 패배가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정치] - 김두관 지사 대선출마, 무조건 야권의 패배

이에 대해 일부 김두관 지사 지지자들은 경남 민심은 결코 김두관 지사의 사퇴로 김두관 지사의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도 김두관 지사가 사퇴해도 경남의 야권표가 분열되지 않고, 김두관 지사를 지지한다면 굳이 이런 글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김두관 지사의 대선 출마를 원하는 김두관 지사 지지자들이 바라보는 관점과 실제 경남의 민심이 다르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18개 단체로 구성된 '경남시민단체연대회의'와 9개 단체로 구성된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김두관 지사의 중도사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무리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하더라도 앞으로 숱한 중도사퇴의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중도사퇴 보선으로 선거비용을 낭비하고도 대의와 명분을 앞세우는 것은 풀뿌리 민주정치와 경제민주주의 정치에 맞지 않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경남시민단체들이 김지사의 사퇴를 반대하는 이유는 지난 4.11총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경남 16개 선거구에서 창원성산을 뺴고 모든 지역구에서 야권은 단일 후보를 냈지만, 김해갑 한 곳에서만 야권 단일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이것은 경남의 민심이 어떤 상황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두관 지사의 사퇴가 야권 전체의 플러스가 된다면 그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그러나 김 지사의 사퇴는 가뜩이나 똘똘 뭉쳐 경남을 사수하겠다는 새누리당에 비해, 그나마 있는 야권 지지표를 무너뜨리는 모습이 될 것 같으니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혹시나 김두관 지사가 사퇴해도, 결코 경남 민심은 야권을 지지한다는 어떤 증거가 있다면 이런 제 주장을 수정하거나 바꿀 의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경남의 민심이 김두관 지사의 사퇴를 원하고 있는지, 진짜 사퇴하고도 민심이 김두관 지사를 지지할 것인지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김두관 지사 사퇴는 감동을 줄 수 없다'

저는 김두관 지사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단지 지사직 사퇴를 하지 않고 민주통합당 대통령 경선에 나갔으면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원래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선운동은 금지되었기 때문에, 이것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김문수 지사에 관한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해석에서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도 각 당의 대선 경선의 후보라도 등록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 가능해졌습니다.

▲ 대선출마를 결심했던 현직 주지사들 (좌:릭 페리 미국 텍사주 주지사,우:탐 발삭 아이오와 주지사)


미국에서는 현직 주지사들이 대선 예비경선에 나가도 현직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직 주지사가 예비경선이나 대선에 나간다고 주지사직을 사퇴할 이유도 없거니와, 더 유리한데 굳이 그것을 버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문수 지사가 경기지사직을 사퇴하려고 했다가 번복한 사실은, 경기지사직 유지가 얼마나 새누리당과 김문수 지사에게 유리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지사직을 던지고 출마해야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라는 이상한 논리를 펼쳤습니다. 도대체 김두관 지사가 사퇴했다고 감동 받을 국민이 누가 있을까요? 앞서 밝혔듯이 새누리당과 조중동만 좋아할 행동에 불과합니다. 국민은 그런 일로 감동을 받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야권 승리를 생각하는 김두관 지사의 행동에서 감동할 뿐입니다.

새누리당은 변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야권 지지자들이 그들을 비판해도, 그들은 철저한 선거전략을 통해 승리를 어떻게 할지를 알고 그것에 모두가 힘을 합쳐 싸웁니다. 그러나 야권은 '지사직 사퇴가 감동'이라는 정말 어리석은 전략을 가지고 국민 앞에 벌거벗고 나서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두관 지사의 대선 출마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지사직 유지를 꼭 해야 합니다. 만약 김 지사의 사퇴로 야권이 패배한다면, 그것은 아직 젊은 나이의 김두관 지사를 더이상은 재기할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홈런 맞기 딱 좋은 가운데 공을 던진다고 감동할 관중이나 타자는 없습니다. 폭투가 아닌 타자를 속일 수 있는 유인구를 스트라이크처럼 던질 수 있는 지혜로운 투수의 모습을 김두관 지사에게서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