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일당 독재 '대구'를 보면 한국 정치를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대구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 대구라는 지역을 보면 대한민국의 정치를 알 수 있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이 대구라는 지역이 보여주는 정치적 성향과 정치적 문제점이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지역주의'라고 하는 모습도 대구에서도 금방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통해 대구를 보면 대한민국 정치를 알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새누리당이 국회와 도의회를 장악하다'

4.11총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 시민들은 도의원과 국회의원을 뽑았습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대구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많았으니 새누리당 의원들이 당선됐을 것이라고 알고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아닌 100%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됐습니다.

 

▲ 4.11 총선 대구 지역구 결과


선거인 1,978,971명 중 1,035,304명이 투표를 하여 52.32%의 투표율을 기록한 대구는 12개 선거구 모두가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됐습니다. 대구라는 지역이 몽땅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도배된 것입니다. 정치적 성향이 새누리당으로 굳혀졌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굳이 대구가 새누리당의 텃밭인데 그리 따지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이고, 어차피 지역구 의원들은 여의도 국회에서 활동하니 이정도로 문제를 삼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면, 도의회는 어떤가 살펴보겠습니다.


대구 도의회의 정원은 34명입니다. 그중에서 정당추천이 없는 교육의원 5명을 제외한 29명 전원이 새누리당 소속입니다. 원래는 무소속 의원 2명이 있었는데, 이번에 새누리당에 입당을 해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대구 도의회는 전국 시.도의회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이라는 정당이 모두 차지하고 있는 1당 독재지역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유일무이하게 1당만이 존재하는 지역이 바로 대구입니다.

'1당 독재지역의 폐해'

우리가 흔히 1당만 있으면 더 많은 일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전부가 새누리당 의원이니 대구에서 원하는 지역 현안을 모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 같지만, 실제로 국회에서 그렇게만 될 수는 없습니다.

▲ 박근혜 전 대표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밀항공항' 유치를 외치고 있는 모습.ⓒ뉴시스

대구는 밀양공항을 유치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결국 '밀양공항'유치는 무산됐습니다. 밀양공항 무산의 이유에 대해서 야당 의원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것은 지역현안을 국회에서 다룰 때 지역 야당 의원이 없으면 오히려 새누리당의 주장이 통과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뭐라 해도 어떤 현안에 대해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해야 통과가 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자 국정의 절반을 서로 나눈 한국 정치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새누리당 대구 지역구 의원들이 모두 뭉쳤다고 실제적인 정책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는 없습니다. 각 지역 야당 의원들이 결코 대구 지역만의 성장에 찬성표를 던지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구 지역에 야당 의원이 2-3명 있었다면 야당 지도부와 야당 국회의원을 설득해서 지역현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나름의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구에 야당 의원이 한 명도 없었고, 이는 여-야 합의로 국회 통과가 이루어지는 현행 정치의 성격상, 대구 '밀양공항'유치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대구는 원래부터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대구는 원래부터 새누리당이나 보수 지역이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오래지 않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대구는 여타의 지역보다 더 균형적인 야당과 여당의 비율이 있었던 지역이었습니다.

▲ 1985년 2월에 실시된 제12대 총선 결과

대구 공고 출신 전두환이 집권하던 1985년에 열린 제 12대 총선에서 대구는 당시 집권 여당 민정당은 단 2명만 당선됐고, 나머지 4명은 모두 야당이었습니다. 아무리 김영삼이 경남 지역이라고 해도 대구는 전두환의 출신지이고, 대구사범 출신의 박정희를 대통령으로 배출한 지역인데, 12대 총선에서는 여당 몰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1956년 실시된 3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은 부정선거가 난무하면서 70.0%의 표를 얻었습니다. 당시 야당 후보였던 조봉암은 30.0%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대구에서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봉암이 72.3%,이승만이 27.7%의 지지만 얻은 것입니다.

지금 대구가 1당 독재체제에 상황을 대구는 원래부터 그랬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정치 역사를 보면 대구는 오히려 야권 성향 또는 여-야가 균형적인 모습을 보인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지역주의 정치가 필요한 이유'

박정희는 1967년 6대 대선에서 대구에서 71,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당시 박정희가 주장했던 유세의 핵심은 "나는 경상도 사나이" "대구 기질"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지역주의 감정 부추기는 1987년 대선의 중심이었던 김영삼,노태우,김대중을 통해 한없이 뻗어나가기 시작합니다.

13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1노3김'이 대한민국을 4군데로 나눠 치렀고,14대 대선은 김영삼의 영남과 김대중의 호남 대결 구도로 굳혀졌습니다. 이런 선거는 15대와 16대에서도 똑같이 나오고 있습니다.


15대와 16대 대통령 선거의 지지율을 보면 대한민국의 동쪽과 서쪽 지역이 극렬하게 다릅니다. 이런 지역주의 편향의 지지율은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반드시 '레임덕'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됩니다. 즉 절반의 승리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관없이 '우리 지역 대통령이 아니어서 싫다'는 맹목적인 현상이 나타나게  만듭니다.

'정치공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김영삼의 '3당 합당'과 '지역주의 연고 기반' 등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런 '정치공학'이 대통령 당선에는 필요할지 몰라도, 집권 시에는 지역적인 배척과 기득권 지배세력의 제어 불가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사회 양극화'라는 말이 자꾸 반복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특정 지역의 기반에 걸친 지지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전체 지역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대통령 당선만 이루어지고 그 후에는 민주주의의 본질인 합의가 아닌 늘 투쟁과 대결구도만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정치에는 독재정치의 유산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지역주의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지역대결은 감정싸움입니다. 감정싸움은 답이 없는 싸움입니다. 합리적인 정쟁과 타협의 소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끝없는 싸움이 있을 뿐입니다. 이것은 분열로 이어지게 돼 있습니다. 불신과 적개심을 부추겨 편을 가르게 하고 분노와 증오로 반목하게 하는 것은 지금까지 정치인이 발명한 득표수단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분열해서 싸운 나라치고 불행에 빠지지 않은 역사가 없습니다. ···(중략)··· 지난 총선(제17대)에서 지역별 의석은 지역별 득표수를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각 당이 불리한 지역에서 받은 득표는 의석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선거구제도가 지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한 것입니다. 이 제도는 바로잡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 2005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2주년 국회 연설

오늘 저는 대구지역이 국회의원과 도의원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구를 비롯한 호남에서도 마찬가지로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2/3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하는 모습 자체가 대한민국의 정치와 민주주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지역주의가 대한민국 정치를 무조건 망하게 하는 원인은 아닙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지역대표를 뽑는 현재의 선거에서 지역주의 전부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지역주의가 올바르게 나아가면 감정싸움이 아닌 합의와 소통을 이룰 수 있지만, 정치공학적으로 이용된다면 그것은 끝없는 싸움의 시작이 됩니다.

대선주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하던, 무슨 생각을 하던,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정권을 잡겠다는 계획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답게 대한민국 전 영토의 국민을 다 함께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애쓰길 바랍니다.

집권보다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사는 것이 이 땅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주어진 국민의 명령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