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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광화문 광장보다 청와대 앞길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변했습니다. 권력 의지에 대한 열망이 약하다는 평을 받았던 그가 이제는 '정권교체'를 향해 온 몸을 던지겠다는 자신감을 당당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문 고문은 6월12일 민주통합당 정치개혁모임 간담회에 참석해서 6월17일쯤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왜 대선 후보로 나서려 하는지, 왜 문재인이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다"며 "한마디로 제가 민주통합당 내에서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후보가 돼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표현은 그동안 조용히 지내던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당당함이 보였습니다. 또한 "참여정부 때 제대로 못했던 민생 문제, 양극화 문제, 비정규직 문제도 이제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게 됐다"면서 "이제는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잘 할 수 있다"는 강력한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습니다.

문재인 고문의 이런 모습을 저는 참 반갑습니다. '정권교체'가 단순한 복수나 '노무현의 그림자' 보여주기가 아닌, 노무현의 정신은 이어가면서 참여정부의 실패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재인 고문의 6월17일 대선출마가 기다려지는 시점에서, 문재인 고문의 언론특보를 맡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이 대선출마 선언 관련 트윗을 올렸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17-18일경 대선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인데, 장소로 어디가 좋은지를 묻는 트윗에서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문 고문의 대선출마 선언이 광화문 광장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광화문 광장이 문재인 고문에게는 아주 뜻깊은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첫 시민 유세를 광화문 광장에서 했던 당시 문재인 '혁신과통합' 상임대표

참여정부 청와대 수석이었으며, 노무현의 친구였던 문재인 고문이 처음으로 시민에게 모습을 보였던 곳이 바로 광화문 광장이었습니다. 문재인 고문은 2011년 10월13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원순 후보의 첫 시민 유세 "내가 시장이다"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가 "마이크 잡고 지원유세 하기는 제 생전 처음" 이라고 말했듯이 이날 문 고문은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정치인 문재인으로 나섰던 곳이 광화문 광장이었기에 그에게 대선 출마도 광화문 광장에서 하는 것이 당연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들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문재인 고문의 17일보다 빠른 14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고 선수를 친 것입니다.

이런 사정이 있자, 김경수 공보특보는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대선 출마 선언 장소를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이 보여주는 정치적 의미'

광화문 광장은 이명박 정권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2002년 월드컵을 시작으로 서울시청 광장과 함께 이어진 공간이 시민들이 모이는 열린 공간이었던 광화문 광장이 이명박 정권 들어서 차단과 불통의 장소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 명박산성으로 불리는 컨테이너로 만든 차단벽(좌)새로 건설된 광화문 광장(우)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렸습니다. 많은 시민이 동참했고, 광화문은 하나의 촛불집회라는 개념을 떠나 청와대가 보이는 곳에서 국민이 목소리를 높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 광화문 광장을 막기 위해 컨테이너를 동원해 '명박산성'을 쌓았습니다.

2009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순신 장군 동상 뒤쪽에 지하도를 만들고 세종대왕 동상을 올리는 등의 광화문 광장 계획안을 발표합니다. 발표와 동시에 이 공사는 바로 시작됐고, 광화문은 시민이 많이 모일 수 없는 이상한 구조로 변했습니다.

시민에게는 광화문 광장에 역사문화 복원이 필요하다고 했던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첫 작품이 바로 ‘2009 서울 스노우잼’ 이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스키 점프대를 만들어 놓고 스키공연을 했던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은 소통에서 불통으로 바뀐 이명박 정권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대선 출마 선언 장소로 청와대 앞길은 어떤가요?'

김경수 공보특보의 트윗에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었습니다. '꼭 서울에서 해야 하나요?','박근혜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는 어떤가요?'부터 공지영 작가의 '부엉이 바위','경희대 광장' 등이 문재인 고문의 대선 출마 장소로 거론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청와대 앞길'을 추천합니다.

그것은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누구를 향해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것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4.19 당시 광화문 광장을 거쳐 경무대로 가서 이승만 대통령을 만나려고 했던 학생시위대

4.19 당시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은 시청을 거쳐 광화문을 지나 경무대로 향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그곳에 독재자였던 이승만 대통령이 있었고, 그에게 대한민국의 실상을 말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 시민과 학생을 향해 총을 발포했던 사람이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었습니다.

청와대 앞길은 지금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습니다. 이승만부터 이어진 독재자들이 자신의 성역에 함부로 미천한 백성들이 쳐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백악관을 비롯해 세계 지도자들의 거처 앞에는 늘 시민들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 유명합니다.

▲ 늘 시민들의 시위가 열리는 백악관 앞과 철저히 통제된 청와대

백악관 잔디 마당 앞에는 늘 정치적 목소리나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시위대가 있습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반해 대한민국 청와대는 철저히 통제되어 있으며 청와대를 향하는 길목인 삼청동만 가도 경찰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백악관도 경찰과 경호원들이 있어 무기를 소지하거나 폭력을 유발하는 행동, 또는 백악관 담장을 넘는 경우 제지를 합니다. 그러나 평화로운 시위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가 대통령의 귀에 들어가는 일도 많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청와대는 언제나 불통과 차단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습니다. 청와대 앞길도 엄연히 국민의 공간이고, 안전만 확보된다면 그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통령의 경호와 안전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테러의 위협에 노출된 백악관보다 대한민국 경호원들의 능력이 떨어지지 않기에 충분하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이명박 정권에서 문재인 고문의 청와대 앞길 대선출마 선언을 그냥 놔둘 리가 없습니다. '절대 불가' 내지는 '경호상의 이유' 등으로 거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도 아닌데, 단순한 '대선 출마 선언'도 못하게 하는 것은 문 고문이 청와대 앞길에서 대선 출마를 할 경우 미치는 여파는 엄청날 수 있기 때문이고,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솟구쳐 오를 수 있어,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절대적으로 막아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고문은 대선 출마 선언문부터 앞으로의 비전까지 '국민과 동행하는 정치'를 실현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동행이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인 청와대까지도 함께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문재인 고문이 청와대에 들어간다면 청와대앞 길을 미국의 백악관의 잔디 마당처럼 만들어, 시민 누구나가 그 곳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말을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선 출마 선언'은 참으로 중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장소보다 그곳에 있는 국민의 목소리와 생각을 문 고문이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문재인 고문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치가 '국민과 동행'이라면 국민을 존중해주길 바랍니다. 물론 지금도 문재인 고문은 국민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6.10행사에 시청광장갔슴다. 의원님 뒷줄 5번째 착석.어느 나이많으신어른이 서서 악수를 청하자 몇몇 정치인은 앉아서 악수를 하는데 의원님만 일어나셔서 악수를 하셨습니다. 어느여성분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시더군요
(트위터에서 발췌)

그러나 그 존중에는 국민에 대한 두려움과 국민에 대한 인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밤 중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그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봤다.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수준 높은 시민들을 상대로 정치를 하려면 앞으로 누구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

대한민국 국민과 동행하려는 문재인 고문이 수준 높은 시민들과 함께 '정권교체'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청와대 앞길'을 선택해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지금은 안 되겠지만, 나중에라도 그 공간을 통해 이제 대통령이 '권력의 수장'이 아닌 '국민의 친구'로 변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