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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괜히 '박근혜 지지단체' 따라갔다가, 벌금만 69만원


충청북도 옥천 주민 320명이 박근혜 지지단체 모임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했다가, 역대 최고의 과태료 금액인 총 2억2천4백여만원을 내게 됐습니다. 

선관위는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의 외곽조직인 '행복플러스 희망모임'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307명에게는 1인당 696,000원(기준 과태료 금액의 20% 감경)의 과태료를 부과했고,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선관위의 수차례 요구도 불구하고 끝까지 조사에 불응하거나 비협조적인 참가자들은 30배의 과태료를 부과(13명, 1인당 870,000원)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옥천주민 수백 명은 선관위 사상 역대 최고의 선거법 위반 과태료를 내게 됐습니다. 사건 내용을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2011. 9월경 결성한 '행복플러스 희망포럼'은 ‘박근혜를 지지하는 단체라는 내용과 11월 초순에 놀러간다’는 취지의 설명으로 선거구 주민 약700여명에게 가입신청서를 받아 회원을 모집하였습니다.

이후 '행복플러스 희망모임'은 2011. 11. 초순경 발대식 겸 단합대회 명목으로 충남 만리포해수욕장 및 천리포수목원을 경유하는 행사를 개최하면서 각 면 단위 책임자들로 하여금 단체회원을 비롯하여 회원이 아닌 일반 주민들도 함께 데려오도록 하였고, 10대의 관광버스에 회원‧비회원을 탑승시켜 관광을 하면서 임원진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대선후보자인 박근혜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옥천신문의 기사는 철저하게 중앙언론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뻔합니다. 총선 전에 벌어진 사건이 혹시나 중앙언론에 나왔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새누리당의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사건이 가진 중대한 움직임을 파악해야 합니다. 선관위의 조직적인 은폐와 박근혜 지지모임의 전국적인 조직망 구축입니다. 이 두 가지 측면이 어떻게 됐는지 조사해봤습니다.

'선관위의 조직적인 은폐인가 실수인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번 사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선관위가 옥천주민 320명 과태료 부과와 관련해 낸 보도자료 출처:충청북도 선관위


○ 선관위의 의도적인 은폐?

이번 옥천주민 320명에 대한 과태료 부과 사건을 발표한 충청북도 선관위는 보도자료에서 '행복플러스 희망포럼'이라는 단체명과 대선후보자 박근혜라는 실명을 아예 빼놓았습니다.

과태료를 부과받기 전이라면 모르지만, 분명히 과태료가 부과된 상황이라면 단체명과 실명을 밝히는 것이 옳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이런 단체들의 불법 선거운동 방지와 멋모르고 따라간 선량한 유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선관위는 박근혜 지지모임과 박근혜 대선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했던 발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과태료를 내라고 통지서를 발부했는데, 누구 때문인지를 알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돈 받은 사람만 범죄자이고, 왜 돈을 줬는지 윗선은 밝히지 않는 꼬리자르기식 은폐로 보입니다.

○ 선관위의 실수? 왜 막지 못했을까?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번 행사를 사전에 막아 평범한 옥천주민들이 1인당 약 70만원의 엄청난 과태료를 내지 않게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시골에서 현금 70만원이면 큰돈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과태료를 부과한 과정을 보면 선관위의 실수와 방치, 무엇이 맞는지 모를 정도로 허술했습니다.

▲ 박근혜 지지모임이 주최한 행사에는 버스마다 주최측이 준비한 많은 양의 술과 과자, 음료수, 떡, 고기가 나뉘어 실렸다. 출처:옥천신문

'행복플러스 희망포럼'이 주최한 행사 당일, 관광버스가 대기했던 옥천읍사무소 앞에는 선관위 직원이 나와 있었습니다. 선관위는 대체로 정치인들의 지역 조직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행복플러스 희망포럼'이 박근혜의 지지모임이고, 관광버스까지 대절하여 관광을 가는 행사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관위 직원은 단순히 1차 조사만 하고 돌아갔고, 그래서 참석한 주민들은 별문제가 없으니 선관위 직원이 그냥 돌아갔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의 억울함은 아래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옥천신문은 <버스관광 참가 주민 최대 87만원 과태료 부과>에서 지난해 11월6일 버스관광 출발지인 옥천읍사무소 광장에는 선관위 직원들도 나와 있었는데도 당시의 상황을 기록하기 위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선관위 직원까지 나와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버스관광이 선거법위반으로 과태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옥천신문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단체가 선관위 직원들의 ‘참관’이라는 가장 안전한 상황 속에서 수백 명의 주민들에게 버스관광을 제공했고 그것의 결과가 현장에서 별 다른 문제의식을 가질 수 없었던 주민들에게 최대 87만원이라는 과태료 폭탄을 안기는 사태로 귀결된 것이라고 전했다. (제공: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아직도 시골 사람들은 선거법이 무엇인지, 그냥 동네 사람들이 공짜로 관광 간다고 따라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선관위가 진정 선량한 지역주민을 보호하고 계도하는 것이 평상시 업무라고 한다면,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동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늘상 선관위가 발표하는 '담당 직원의 실수'나 '법적 문제를 찾아 보기 어려웠다'는 변명을 듣는다고, 70만원짜리 과태료 부과 통지서를 받은 옥천 주민들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 박근혜의 책임론과 전국적인 그녀의 대선 사조직'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을 단순하게 독재자 박정희의 딸로 많은 유산을 상속받은 인물로만 평가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무서움은 정치권력의 중심부에서 어떻게 정치 권력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경험했던 인물이고, 젊은 시절부터 수많은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축하고 이끌었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사] - '오빠 전두환'에게 300억을 받았던 박근혜

박근혜 위원장은 '구국여성봉사단','새마음 봉사단','근화 봉사단' 등의 전국 조직을 운영했습니다. 이런 조직들이 명칭만 바뀌면서 계속 전국적으로 조직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창립대회를 마친 박근혜 대선 사조직 '희망포럼'


현재 강창희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참여해 발족한 '국민희망포럼'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 조직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민 희망포럼'이라는 박근혜 위원장의 외곽조직은 
이번 옥천 사건에서 나온 '행복플러스 희망포럼'처럼 명칭만 조금씩 바꾸면서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런 조직이 그냥 단순한 지역인사들이 만든 조직이 아니라 박근혜 위원장의 측근들이 주도해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서울 희망포럼'은 친박 중심 이성헌 의원이 참여하고,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강인섭 전 의원과 윤한도 전 의원 등이 이사를 맡았습니다. 충청권은 친박 인사인 김학원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고문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 상임공동 대표로 새누리당 김호연 의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력이 단순한 정치인 팬클럽 차원에서 조직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대선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점이 예사롭지 않고, 앞으로 대선에서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친박조직의 움직임과 옥천 사건에 박근혜 위원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요?

▲ 경기희망포럼 송년 모임에 참석한 박근혜 위원장과 미주희망포럼에 등장한 박근혜 위원장 명의 화환


정치인이 화환을 보내는 것은 그냥 아무한테나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 화환이 미치는 영향력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측근이 운영하는 조직이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지지세력의 행사에 화환을 보냅니다.

박근혜 위원장이 보낸 화환은 저 멀리 미국에까지 등장합니다. 물론 한국에서 보낸 게 아니지만, '국회의원 박근혜'라고 선명하게 찍힌 이름은 그녀가 얼마나 외곽조직을 측근 등을 통해 직접 관리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각 지역 조직들 중에 친박 인사가 직접 개입하고 있는 '희망포럼' 행사에는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참석하여 축사나 연설을 합니다. 이것은 그녀가 확실히 이 조직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행동이면서, 참석자들에게는 자기가 속한 조직이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위원장을 위해 활동하는  친위대라는 자부심을 갖게 만듭니다. 

박근혜라는 인물을 지지하는 단순한 팬클럽 모임이라면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에서 무엇이 문제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외곽조직이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 당선에 따라 얼마나 많은 요직을 차지할지,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례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이명박 정권 사조직 출신들의 정치 요직 발탁 사례

정직한 인물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향해 뛰어다니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선 외곽조직들의 주요인물들은 자신의 실무능력과 상관없이 오로지 대선 당선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쳤는지에 따라 권력 요직에 임명됩니다.

한국에서 정치는 권력,여자,돈,명예를 한번에 얻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습니다. 지금도 정치인으로 성공하여 부와 권력을 누리고자 애쓰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인물들은 어떻게 하든 유력 대선 후보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불법적인 선거운동과 조직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뉴라이트 연합 세력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을 공식적으로 했습니다. 그 후 많은 뉴라이트 출신 인사들이 정계와 요직에 진출했습니다. 이런 세력들과 연관 있는 후보가 바로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입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뉴라이트의 '시대정신'을 비롯해 김진홍 목사, 안병직 교수 등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뉴라이트 단체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노리고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했는지는 뻔합니다. 이제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말을 갈아타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김진홍 목사를 비롯한 뉴라이트 단체는 '자신들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라고 자랑했습니다. 이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겠습니까? 바로 권력입니다.

권력과 부를 노리고 정치 조직에 가담한 자들이 나중에 성공하여 부패한 권력의 주범이 되는 부분도 문제이지만, 그런 조직들의 활동에 멋모르고 참가했다가 엄청난 과태료를 내는 순박한 시민들이 있다는 점도 큰일입니다.

박근혜 지지모임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행여나 여러분의 부모님이 이런 모임에 끌려가서 2만9천원짜리 관광 한번 하고, 70만원짜리 과태료 받지 않도록 꼭 알려주기 바랍니다.

똑똑하고 정직한 자녀를 둔 부모는 선거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내지도 않고, 자신들의 손자,손녀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을 위해 투표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