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서울시장 박원순'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작년 10월26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의 시장이 바뀌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안철수 교수와의 합의를 거쳐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에 당선됐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식부터 온라인으로 자신이 직접 사회를 보며 진행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고, 이에 따라 시민들의 반응 또한 엇갈렸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지 6개월, 과연 서울시는 어떻게 변했을까 살펴보겠습니다.

'시민의 편에서 지하철 9호선과 전쟁을 벌이다'

지하철 9호선이 500원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요금인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밝혔듯이,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은 이명박 정권과 맥커리 같은 거대 민간 투자 회사의 잘못된 결합과 과도한 이자 요구에 대한 문제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입니다.

[시사] -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주범은 MB?

이런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단호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시 의회 시정질의 답변에서는 지하철9호선의 요금인상은 "불법 행태여서 용납할 수 없다"라고 발언했으며, '서울시민 사과'가 우선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나타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대(對)서울시민 사과'에 대해 지하철 9호선에서 사과 용의를 밝혔다고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렸습니다. 그러나 '조건부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협상을 재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더욱 강경하게 나갔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이런 강경함은 지하철 9호선의 주장이 서울시민의 입장에서 부당했기 때문입니다.


○ “2009.7.24 개통당시 1년간만 한시적으로 동일요금 을 적용키로 하고 개통”했다는 주장에 대해
 - 당시 9호선 개통 임박 시점까지도 사업시행자는 대중교통 통합요금체계 반영 및 연락운송과 관련한 협약체결 등이 미비되어 동일요금을 적용토록 요구하였고 메트로9호선(주)는 이를 수용하여, 12개월 이상 실제이용 수요조사를 하여 필요할 경우 상호 협상을 거쳐 새로운 운임표를 작성하는 것으로 하고 개통하였으며, 현재 새로운 운임표를 산정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여 왔음

○ “개통이후 수요는 협약의 95% 내외이나 운임수입은 동일요금 적용으로 협약의 50%내외로 인하여 9호선 회사 재정상황은 악화되어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 협약서 제58조 규정에 따라 운영개시일로부터 15년간 실제운임수입이 보장기준운임수입에 미달할 경우 그 부족분을 보장해 주기로 하고, ‘09년 142억원, ’10년 323억원을 보전해 주었으므로 요금이 인상되지 않아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음

○ “최소운임수입보장에 따라 6개월 단위로 90%를 보장받기로 했으나 지급시기가 제대로 안 지켜진다.” 라는 주장에 대해
 - 서울시에서는 6개월 단위로 지급요청이 있을 경우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메트로9호선(주)에서 신청서를 1년 단위로 제출함에 따라 1년 단위로 지급하고 있으며, 최소운임수입보장금을 늦게 지급한 사례는 없음 ※ ‘09년 지급액 → ’10.4.20 신청, 10년 지급액 → 11,3.30 신청, ‘11년 지급액 → 12.3.13 신청

○ “서울시가 건설하고,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 운영하는 1~8호선도 모두 적자” 라는 주장에 대해
 - 서울시 투자기관에서 운영하는 1~8호선 지하철은 건설재원이 포함되어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나, 9호선은 전체 투자규모의 1/6에 해당하는 재원을 민간사업자가 투자하고 운영적자를 운운하는 것은 과다한 수익률, 차입이자 등이 그 원인이라고 판단됨

서울시는 지하철9호선이 주장하는 요금인상의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반박했으며, 실제 자료를 살펴보면, 지하철9호선이 요금인상의 근거로 삼는 주장들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은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박원순 시장이 지하철 9호선이 요금징수를 강행하면 관련법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지하철 9호선 주식회사가 자신들 마음대로 요금인상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값등록금, 진짜로 가능했다'

작년 대한민국 정치계의 화두는 반값등록금이었습니다. 나날이 치솟는 대학등록금의 문제를 반값등록금으로 해결하겠다던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권은 말뿐인 공약으로 만들어버렸고, 이는 젊은 대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게 만드는 요소가 됐습니다.

[정치] - 사기당한 국민,반값 등록금 공약은 돈이 아닌 마음만.

지난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반값등록금에 대한 공방이 이루어졌고, 복지포퓰리즘 논란 속에서 박원순 시장은 '한대련(한국대학생연합)'과 정책협약을 통해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및 장학금 확충'을 약속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이와 같은 약속을 지켰고, 서울시립대는 2012년 3월부터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고, 학교 장학금을 확충하여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지원 혜택을 받았습니다.

(서울시립대) 정씨의 이번 학기 등록금은 135만원. 지난해만 해도 270만원의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허덕였던 정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학교 장학금까지 챙긴 덕에 이번 학기 등록금으로 27만원만 냈다.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씨는 "등록금 인하로 인해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가족의 부담을 덜게 된 점"이라며 " 저뿐만 아니라 한 가정의 모습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겨레 신문의 서울시립대 인터뷰 기사)

반값등록금 공약을 자신은 한 적이 없다고 외쳤던 이명박 대통령의 비겁한 변명과 비교하면, 서울시립대생은 박원순 시장 취임 6개월 만에 정말로 반값등록금 혜택을 받게 된 것입니다. 

 

▲ 잿더미로 변한 구룡마을 화재 현장 출처:연합뉴스


'화재로 집을 잃은 구룡마을 이재민들, 임대주택에 들어가다'

작년에 서울시 최고 부자들만 사는 강남안에 판자촌 구룡마을에 화재가 났습니다. 2012년 1월 1차 화재로 6가구 20명,2차 화재로 10가구 16명이 삶의 터전이었던 집을 화재로 잃은 것입니다.

이들은 박정희 시절 강제 이주민들로 수십 년을 국가권력의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힘들지만,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무허가 건물로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었던 이들이 비록 임대주택이지만 서울시의 노력으로 모두 임대주택에 입주했습니다. (구룡마을을 떠나길 싫어하는 2가구는 마을 내 교회와 지인 집으로 이주)

이재민들은 '도시개발사업 예정 보상금'으로 임대보증금을 대체하여 별도로 임대보증금을 내지 않았고, 향후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재입주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추운 겨울에 일어난 화재로 힘들었던 이들이 그동안 지냈던 마을회관과 임시거처에서 임대주택으로 입주가 완료되었다는 사실은 말뿐인 복지가 아닌 진짜 복지가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보도블럭 공사 60년 관행, 마침표를 찍다'

서울에 살면 매일같이 걷는 곳이 바로 보도블럭이 깔린 인도입니다. 그런데 이 보도블럭을 지날 때마다 서울시민들은 화가 머리까지 솟구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 깨지고 벌어진 보도블럭과 연중 벌어지고 있는 보도블럭 교체 공사 모습 출처:원순닷컴


공사한지 몇 달도 안 된 보도블럭이 깨져서 다리가 삐끗한 경우가 다반사이고, 색깔과 무늬가 제각기인 보도블럭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또한 선거철이나 연말만 되면 이곳저곳에서 갑자기 보도블럭 공사가 벌어지는 일들이 연중행사처럼 매년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전부터 자신의 웹사이트였던 '원순 닷컴'에서 이런 보도블럭의 문제점을 몇 번이나 강조했습니다.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고 시정을 요구받고 있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줄기차게 대한민국의 보도블럭은 이렇게 개선이 안되고 있는 것입니까? 조금 더 튼튼하고 안전하게 잘 만들고 공사를 해서 1년이 아니나 10년이 가도, 100년이 가도 끄덕이 없는 그런 보도블럭을 만들고 시공할 수 없는 것일까요? 2011년 7월 원순닷컴

박원순 시장은 "6.25 이후 서울에 보도블록이 깔리기 시작해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이어왔던 보도 60년 관행에 마침표를 찍겠다"면서 "불편, 불법, 위험, 방치, 짜증 위를 걸어야 했던 시민들에게 만족, 합법, 안전, 배려, 행복을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하면서 보도블럭 10계명을 발표했습니다.

◎ 보도블럭 10계명

①보도공사 실명제
②부실업체 원스트라이크아웃제
③보행안전도우미 배치
④11월 이후 보도공사 금지
⑤보도 파손자 보수비용 부담
⑥424명 거리모니터링단 운영
⑦시민불편 신고제
⑧보도 위 불법 주정차, 적치물, 오토바이 단속
⑨납품물량 3% 남겨 파손블록 신속 교체
⑩서울시-자치구-유관기관 협의체

보도블럭을 공사한 시공사에 대한 실명제와 납품물량 3% 보유를 통해 보도블럭 공사의 품질을 높이고, 연말 예산 소진을 위해 무작정 벌였던 보도블럭 공사 관행을 막는 등의 보도블럭 10계명을 통해 앞으로 거리를 걸으면서 짜증 나는 보도블럭 문제가 앞으로 많이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공무원을 쥐잡듯 잡는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 몰래 '세빛둥둥섬' 민간사업자에게 운영기간을 25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해준 서울시 고위 공무원이 있었습니다.박 시장이 이 사실을 알고 고위공무원을 불러서 질책하며 제대로 처리할 것을 지시합니다. 그런데 이 공무원은 자신은 분명히 박원순 시장에게 구두로 보고했다고 대듭니다. 

▲ 박원순 시장의 공식,비공식 자리의 모든 대화를 기록하고 녹음하는 사관 출처:서울시


그러자 박원순 시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사관의 기록물들을 확인했고, 그 결과 고위간부의 구두보고는 거짓으로 판명이 납니다. 박 시장은 지난 해 11월부터 시장 집무실에서 진행되는 각종 회의나, 공식,비공식 면담 내용을 기록하는 사관을 두고 있었는데, 이런 박 시장의 사관제도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보도블럭 10계명' 관련 기자회견 도중에 보도블럭을 담당하는 허명선 서울시설공단 강남공사관리처장 등 공단 임직원을 기자와 외부인들이 보는 앞에 불러 세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공사가 완료된 곳에 직접 가서 확인할 것"이라며 협박을 해댔습니다. 

담당 직원들과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런 박원순 시장 때문에 예전과 비교하여 업무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투덜댑니다. 그러나 이런 그들의 불평,불만을 듣는 서울시민들은 고소하면서 기쁘기만 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힘들고 일을 잘할수록 서울시민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원순 시장이 모든 것을 잘해내는 슈퍼맨이나 임기 내내 칭찬만 들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취임 6개월 만에 매일 비판만 하던 정치블로거가 칭찬할만한 일을 포스팅 내내 꽉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서울시민들은 단지 서울시장을 오세훈에서 박원순으로 바꾸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기분 좋아지는 일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포스팅을 쓰다 보니 갑자기 서울시로 다시 가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투표 왜 잘해야 하는지 이제 느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