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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공짜로 독일에 왔습니다.


제주 산골짜기에 있던 제가 독일에 왔습니다. 제주에서 인천공항으로, 다시 이스탄블. 그리고 최종목적지인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습니다. 비행시간만 16시간, 경유 시간까지 포함하면 꼬박 24시간이 걸렸습니다. 만약 저보고 돈 내고 이렇게 비행기 타라고 하면 절대 못 탈 정도로 지겨운 비행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처음 타본 터키 항공은 최악의 서비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국적기를 타는가 봅니다. 어쨌든 비행은 힘들었지만, 처음 와 본 독일 베를린은 날씨도 맑고, 완전 도시가 아닌 서울 변두리 지역과 같은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 독일정부 주관 'Blogger Tour 2012' 프로그램


제가 이렇게 독일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제 돈으로 온 것이 아닙니다. 주한 독일대사관의 추천으로 독일정부가 주최하는 'Blogger Tour 201'에 참가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사는 세계 각국의 정치,시사 블로거들을 초청하여 독일 블로거들과 저널리스트가 함께 모여 “Blogs & Politics in Germany”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합니다.
 
참가국을 보면, 우크라이나, 튜니지, 러시아,카자흐스탄,이집트.남아프리카 공화국,우즈베키스탄,마케도니야,중국,루마니아 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참가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정치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존재하는 국가들이고, 참여한 블로거들 대부분이 정치 전문 블로거들이었습니다.

사실 블로거들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저널리스트와 칼럼니스트로 불리는 것이 맞는 말처럼 참가자 대부분이 각 나라에서 지식인들이었으며, 활동 범위도 블로그보다 언론과 책을 쓰는 저자로서 비중이 높은 편들이었습니다.

▲ 행사에 참석한 각국의 정치 블로거들,(정보기관이 감시하는 블로거들이 있어 모자이크 처리 했습니다.)


이번 주한 독일대사관 초청을 받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세미나 내용을 보면 제가 관심 있어 하는 '데이터 저널리즘'도 있고, 'e-정치','인권 운동' 등 전반적으로 제가 앞으로 정치,시사 글을 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섹션들로 구성되어 있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은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독일 정부가 초청하는 행사로 어떤 정치적 개입이 없느냐는 고민이었는데, 그 부분은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초청 행사에 관련된 글을 작성하면서, 어떤 가식이나 미화를 하기 싫은 성격탓에 그런 것을 원한다면 절대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떤 포스팅을 써달라고 하는 것도, 홍보목적도 아닌 단순한 세미나 참가 요청이라. 가기로 마음먹고 독일에 오게 됐습니다.

▲ 1910년에 세워진 'HONIGMOND'호텔


베를린에 와서 보니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준비해서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빠른 인터넷 환경에서 살다가 독일에 와서 글을 쓸려니 답답해 죽겠습니다. 보통 사진 크기를 600으로 해서 올리는데, 너무 느려서 사진을 전부 400으로 바꿨습니다. (호텔 공용 무선인터넷이라 사진 한장 업로드 하는 시간이 거의 5분이상 걸리네요 ㅠㅠ)

아마 며칠 동안은 사진보다 텍스트 위주로,그리고 글의 발행은 조금 시간이 뒤죽박죽으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행사에 참석하게 된 가장 큰 목적은 이런 세미나를 통해, 정치 블로거가 반짝 나왔다가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모습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정치 블로거의 수준을 높이고, 기성 언론에서조차도 무시 당하지 않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아마 이번 세미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조금은 더 많은 것을 느끼고,배우고, 생각하며 글을 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대한민국이 중국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의외로 중국 블로거와 이야기를 해보니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특히 블로그를 블락하거나 삭제하는 모습, 트위터 계정을 막는 모습은 솔직히 말하기 창피할 정도로 대한민국이라고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도적(오타였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너무나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실상을 외국 블로거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비참한 지금의 현실을 보면, 우리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고, 어떤 것이 진실이고, 왜 불의와 싸워야 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 머리는 지식으로 채워질 수 있을텐데, 배는 첫날부터 아내가 해주던 김치찌게가 그리워집니다.


배가 부르는 것과 머릿속을 채우는 일이 항상 다르게 느껴지기 보다, 적당하게 인간적인 삶을 즐기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자유롭고,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늘 희망해봅니다.

어떤 사람은 못사는 국가, 더 독재인 국가를 바라보면서 대한민국이 잘 낫다는 위안감을 갖기도 하지만.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는 어느 국가를 떠나 인간 스스로 가진 권리이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신이 주신 특권이라고 저는 봅니다.

오늘 세계 각국의 정치블로거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의 대부분은 부정부패였습니다. 즉 국민들이 못 사는 이유나 정치적 억압을 받는 대부분의 원인이 권력을 장악한 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기 위한 부정부패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최시중,이상득,박영준,맥커리 등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MB정권의 비리와 그들 나라의 정치인들이 벌이는 부정부패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누리당이나 MB정권이 벌이는 부정부패가 하도 많아서 이제 무감각해지는 국민이나, 다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고 항변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을 향해 제가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보통 아빠들이 출장가면 선물사오라고 하는데, 우리 아들은 아빠가 돈이 없는 것을 아는지, 그냥 건강하게만 갔다오라고 합니다. ㅠㅠ


세계 유명 호텔을 많이 다녀봤지만, 호텔방이 옛날 중세 시대 성처럼 내부가 꾸며진 호텔은 처음 와봤습니다. 고성처럼 내부에 그림도 많으면서 깔끔한 호텔입니다.

매일 컴퓨터에 앉아 글을 쓰는 저를 괴롭히는 한 살짜리 말괄량이 딸도 없고,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놀아 달라고 채는 아들도 없습니다. 조용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데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허전합니다.

세계의 내노라하는 정치블로거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국의 현실이 슬픕니다. 그런데 사무치도록 한국이 그립고, 나중에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이 어떻게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나라가 되었는지 자신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혹자는 가서 대한민국의 정치와 인권이 낙후됐다고 떠들려고 갔느냐고 저를 욕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런데 창피한 것을 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을 아는 것인데, 왜 우리는 그런 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을까요?

진실을 숨기는 가식보다는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비뚤어진 대한민국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