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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 죽어라' 쓴 민주통합당 후보의 이중성



2009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시기 한 달 전에 민주당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옵니다. 이 글은 '노무현은 스스로 죽어라'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컬리진'이라는 필명으로 올려진 글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잘못을 몰랐다며 책임전가하였기 때문에 노무현의 죄가 실체를 뛰어 넘어 더욱 가중되어 가고 있다'면서 '노무현이 죽어야 산다. 박연차 사건의 주인공은 노무현이다. 노무현 때문에 부인과 자식 그리고 형님 조카 노패밀리가 죽는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 글을 쓴 사람은 이번 4.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대전 서구을에 출마한 서진희 예비후보였습니다.


대전 서구을에 출마한 서진희씨가 과거에 쓴 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민주통합당 내에서 많은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녀가 3년 전에 쓴 한 편의 글로 그녀를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떤 글을 쓰던 그것은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서진희 후보가 어떤 의도로 글을 썼는지, 그녀가 썼던 글과 모습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 노무현 비판은 정동영 때문에?

서진희 후보의 글이 진정 민주당을 생각하며 쓴 글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표현 방식에서 '노무현은 스스로 죽어라'라는 제목은 자극적이면서 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서진희 후보는 '컬리진'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었는데, 그녀는 정동영 의원 팬카페 '정동영&신민주시대'의 카페지기입니다. 그녀는 2007년 정동영 대선 후보의 대전 사이버 청년특별위원장을 맡았고, 정동영 의원과 각별한 친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진희 후보가 출판한 '나동영' 출처:서진희 후보 블로그


또한, 서진희 후보는 지난 1월에 '나동영'이라는 책을 출판한 저자입니다. '나동영'은 정동영 의원에 대한 책으로 이 책의 출판 기념회에는 정동영 의원이 축하인사는 물론이고 특강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다시피 정동영과 노무현 대통령의 사이는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정동영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23일 조문을 위해 봉하마을을 찾아왔다가 시민들의 저지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24일 다시 방문하여 조문)

서진희 후보가 민주당을 살리려는 마음에 '노무현은 스스로 죽어야 한다'라는 글을 썼다고 보기는 어려운 모습입니다. 그것은 민주당이라는 하나의 큰 틀 안에서 각자의 생각을 서로 중립적인 비판을 하면 몰라도, 한 명의 사람을 향해 '너 때문에 지금 민주당 지지자가 떨어져 나가고 힘드니, 너가 책임지고 죽어라'라는 형태와 다를 바가 없이 비쳤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제가 문재인 이사장을 지지한다고 안철수 교수를 비난하면서 '너는 정치에 꿈도 꾸지 마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녀가 민주당을 살리기 위한 비판으로 '노무현은 스스로 죽어라'라는 글을 썼다고 당당하게 말하기에는 그녀의 글과 모습과 행동이 특정인 편향주의 활동에서 너무 앞서 갔다고 보입니다.

■ 글에도 예의가 있고, 인격이 나타난다.

서진희 후보의 글이 왜 문제가 되냐면 일국의 전직 대통령을 향해 '노무현은 스스로 죽어라'라고 썼던 표현 때문입니다. 서진희 후보는 자신의 글에 '달은 아니 보고 손가락만 쳐다 본다'며 글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서진희 후보가 사건이 터지고 트위터 올린 글 출처:서진희 후보 트위터 화면 갈무리


물론 그녀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생각은 민주당이 살아남기 위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모두 책임을 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노무현은 스스로 죽어라'라고 표현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저에게 그녀의 주장은 변명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돋보이게 하려고 제목을 자극적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연 설명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민주당원의 간곡한 부탁'이라든지, 글 안에 자신의 생각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애절한 마음으로 썼다는 표현은 없습니다.

결국, 민주당을 생각하며 썼다는 그녀가 달을 가리키기 위한 표현 방법은, 보수세력이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표현했던 방식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갖은 욕설과 '개구리'라고 표현하고, 그를 탄핵했던 집단과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인 서진희 후보의 글은 그리 많은 공감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조중동의 노무현 죽이기 관련 자료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그녀는 노무현 대통령 죽이기에 나섰던 조중동에서조차 '노무현씨를 버리자'라는 표현보다 더 심한 '노무현은 스스로 죽어라'라는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글에 정말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이 표현될 수 있게 쓰는 것도 글쓴이의 능력이자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덕목입니다. 그러나 서진희 후보의 글은 노무현 죽이기에 나선 조중동의 표현과 생각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 서진희 후보의 이중성

서진희 후보의 글은 2009년에 올려진 글입니다. 그것을 지금에서야 문제를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여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의 모습과 다르면서 민주통합당 예비후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의 이중성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진희 후보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이런 이중성이 더 나옵니다.

서진희 후보가 칼럼니스트로 국민뉴스에 기고한 기사 출처:국민뉴스 화면 갈무리


서진희 후보는 2010년 시민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국민뉴스'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님 즐거우십니까'라는 글을 올립니다. 그녀는 여기서 노무현 대통령 추모콘서트를 신랄하게 비난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녀는 '일국의 대통령을 지내셨던 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추모콘서트의 분위기를 비난하는데,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에게 그녀는 무어라 했습니까? '노무현은 스스로 죽어라'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일국의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진희 칼럼니스트는 즐겁게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노무현 추모 콘서트를 비난하면서 '유교식 제례'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저희 집은 기독교 집안이라 제사 대신에 추모예배를 드립니다. 온 가족이 모여 드리는 추모예배는 슬픔보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게 해준 우리의 조상에 감사하며 후손의 행복함을 강조합니다.

자신의 가치관이 옳다고 무조건 남을 비판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표풀리즘을 반대할 수는 있어도 추모콘서트의 형태까지 비난하는 글은 그녀가 노무현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그 무형의 정신적 지지자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서진희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방지를 신랄하게 비난합니다. 저도 그런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방지 기자를 비난하는 그녀 또한 선거를 위해 지방지를 이용하며 자신이 출마했다는 사실을 널리 홍보하기도 합니다.

서진희 후보의 출마를 보도한 지방지 기사들: D뉴스,J일보 화면 갈무리

서진희 후보는 출마하면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알다시피 기자회견을 한다고 기자가 그냥 오지는 않습니다. 보도자료를 뿌리고, 기자들에게 연락합니다. 이런 홍보를 통해 대전 지역 신문 대부분이 서진희 후보의 출마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그녀가 지방지 기자들과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짐작은 할 수 있으나 그 사실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지방지 기자를 비난하면서도 그녀는 이런 지방지를 이용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모습은 그리 좋은 모습으로 다가올 수 없습니다.


서진희 후보는 대전서구을에 출마했습니다. 대전서구을에는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박범계,서진희 후보 단 2명만 출마했습니다. 지금 민주통합당이 여성 전략공천을 내세우기 때문에 그녀는 공천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여성에 대한 전략공천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여성이라고 모두 공천을 받아야 하는가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여성이라고 무조건 추천하는 방식또한 여성에게 특혜를 준다는 주장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여성이 평등한 사회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그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조건이라는 방식또한 평등한 모습은 아니라는 개인적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진희 후보는 3년 전에 쓴 글로 많은 비난을 받았고, 이에 대해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어제 서진희 후보가 쓴 칼럼과 블로그 글을 모두 읽어봤습니다. 그 중에는 정말 공감하는 내용도 있었고, 글을 쓴 의도가 명확하게 보여 눈살이 찌푸린 글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무조건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글을 쓴 이유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판의 치졸함을 서진희 후보가 보여주고 있어,이런 정치계의 문제를 다시 한번 고민하려고 글을 썼습니다.

정치블로거로 민주통합당내의 여러 계파간의 싸움과 말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이야기를 잘 쓰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 글을 읽는 사람 대부분은 정치를 모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계파간의 공천 문제,계파간의 정적 죽이기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반인에게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내용이면서 오히려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하는 모습입니다.

비판은 언제나 자유롭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대 계파에게 억울함을 당했다고 다시 상대방 죽이기에 나서는 모습은 썩어빠진 정치계의 돌고도는 구태의연한 정치행태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는 사람 눈물 닦아주는 것, 그게 정치 아닌가?"

이 말은 서진희 후보가 블로그에 썼던 글입니다. 그녀가 진정 우는 사람 눈물 닦아주는 것이 정치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기 때문에 2009년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말했던 모습이 잘못됐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민주통합당에게 필요한 것은 개혁과 혁신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자만심에 빠져 개혁을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혁을 위해서는 따끔한 비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비판이 서로 간의 정적 죽이기로 변질하면 절대 안 됩니다.

어제 자료를 조사하고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저는 평생 친일파에서 보수로 이름 바뀌고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겉포장이 바뀐 집단에는 들어갈 수 없겠구나라는.. 그것은 제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새누리당을 향해 엄청난 비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후회하지도 그 생각이 변할 이유도 가치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것은 제가 그들을 통해 정치할 마음도, 금배지를 달고 싶은 손톱만큼의 유혹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정치에 대한 글을 어떻게 쓰고, 저 스스로 무엇을 잘못하거나 문제가 있는지 고민해봤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글로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인이 되려면 그가 글에 쓴 모습과 동일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정치는 우는 사람 눈물 닦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울지 않도록 먼저 손을 내밀어 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