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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대항마 '27세 이대여성' 왜 뜨나?



4.11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심사가 시작됐습니다. 각 지역 공천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 바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출사표를 던진 부산 사상구입니다. 문재인 이사장이 당선된다면 그 여파는 지금 새누리당의 어려움이 배가 될 것은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홍준표를 비롯한 거물들이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다는 소식도 있지만, 갑자기 부산 사상구에는 여타 정치인이 아닌 27세 젊은 여성이 급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산 사상구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한 사람은 27세 여성 후보인 손수조 씨입니다. 그녀의 프로필을 잠시 보겠습니다.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예비 후보 손수조 프로필 출처:손수조 후보 블로그


손 후보는 부산 사상구 출신으로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잠시 언론홍보회사에 근무했던 경력 이외에는 없습니다. 그녀가 밝힌 자신의 경력도 대졸-취업준비로 끝입니다. 그런데 요새 그녀는 각종 언론에 많은 노출이 되고 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의 막강한 정치인도 아닌 27세 젊은 여성이 문재인 대항마로 뜨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이명박과 한나라당 심판론을 조기에 차단해라

문재인 이사장이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는 것을 저는 반대했었습니다. 전국적인 야권연대와 통합을 위해 가교 역할과 지원 유세가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이사장은 자신이 먼저 부산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로 부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문 이사장의 부산 출마로 영남의 아성으로 굳건함을 지키고 있던 새누리당은 급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자신의 텃밭인 곳에서조차 이명박과 한나라당 심판론을 들고 나온 문재인 이사장이 당선된다면 전국적으로 그 불길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나름 문재인 이사장의 대항마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힘듭니다. 이번에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예비 후보자를 보겠습니다.

19대 국회의원 부산 사상구 예비 후보자 출처:중앙선관위


부산 사상구에 새누리당으로 예비 후보 등록을 신청한 사람은 김대식,김수임,손수조,신상해 씨입니다. 여기서 제일 공천이 가능한 사람이 바로 김대식 교수입니다. 그런데 김대식 교수는 철저한 MB맨입니다.

부산 동서대 교수인 김대식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 이명박 후보 캠프에 뛰어들었는데, 이 당시 박영준과 함께 선진국민연대를 함께 이끌었습니다. 

알다시피 박영준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도와준 공로로 국무총리실을 거쳐 지식경제부 차관까지 올라갔던 MB정부의 실세였고, 김대식 교수도 국민권익위원회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만약 김대식 후보가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한다면, 부산 사상구는 말 그대로 MB사람 VS 노무현의 사람 대결 구도로 선거판이 바뀝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된다면 문재인 이사장에게 밀리고 그 결과에 따라 완벽한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예 MB맨이나 한나라당 출신 인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내세워 격돌시키는 것이 오히려 새누리당에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손수조 후보가 오히려 김대식 후보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나라당의 영원한 선거전략, '지역구도'로 나간다?

문재인 이사장이 부산에 출마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부르짖었던 이 지역주의는 그리 쉽게 없어질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이런 지역주의는 득표율에 가장 많은 영향을 차지하는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손수조 후보의 선거 명함 출처:손수조 후보 블로그


손수조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에 지역 출신을 강조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상구 출신이라는 부분이 득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부산에서 호남 사람이 많은 사상"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경솔했다는 반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손 후보는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 중의 하나인 '지역 밀착성'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지역주의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지역주의는 장점보다 더 많은 폐해를 대한민국에 남겼기 때문에 그것이 지속해서 선거전략에 이용되는 것은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여기에 딜레마가 생기는 것입니다. 득표를 위해서는 '사상이 낳은 딸'을 강조해야 하고, 미래지향적인 선거를 위해서는 지역주의를 버려야 하고...

어쨌든 부산을 비롯한 영남 지역에서 지금 새누리당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지역주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선거 전략을 통해 '부산 갈매기'의 바람을 내세우는 것이 그나마 손수조 후보의 희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손수조 후보가 연일 언론에 노출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내 연봉 3,000으로 선거 뽀개기"라는 타이틀을 내건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손 후보는 이번 선거를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치르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따라 자신의 선거비용을 매일매일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손수조 후보가 블로그에 밝힌 선거 비용 목록 출처:손수조 후보 블로그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내 연봉 3,000으로 선거 뽀개기"에서 손 후보의 3,000만원은 자신이 벌었던 연봉이 아니라 대략적인 청년 연봉을 3,000만 원으로 계산해서 올린 타이틀입니다. 손 후보의 선거 비용 3,000만 원은 자신이 모은 돈과 손 후보 부모가 지원한 돈이지만 각 언론에서는 마치 손 후보가 3,000만 원을 일해서 번 돈이고, 그 돈으로 선거를 치르는 모습으로 둔갑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젊은 여성이 3,000만 원이라는 적은 돈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모습이 과히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돈봉투, 차떼기당으로 불린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손수조 후보 띄워 주기에 나선 언론들

손수조 후보는 2월 15일부터 2월20일 사이 단 며칠 만에 각종 언론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지역구 예비 후보 중에서 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언론에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에 보도된 손수조 후보 기사들 출처:뉴스 사이트 화면 갈무리


각종 인터넷 신문을 비롯해 조선일보는 무명의 27세 여성 후보를 적극 띄워 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문재인 이사장의 돌풍을 빨리 잠재워야 다른 지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 많은 정치적 연줄도 없는 그녀가 무조건 신선하고 좋다고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이 띄워 주겠습니까?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로 손수조 후보를 선택해서 문재인 대항마로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깜짝공천으로 손수조 후보를 공천할 수도 있고, 김대식 교수와 같은 MB맨을 앞세울 수가 있습니다. 어찌 됐든 문재인 이사장 처지에서는 새누리당의 거물급 후보가 나와 제대로 결전을 벌이는 것이 부산 사상구 출마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손수조 후보가 나온다면 마치 게임에서 버릴 패를 가지고 가장 강력한 자에게 물 먹이는 효과를 새누리당은 톡톡히 볼 수 있습니다.


손 후보의 블로그와 트위터에는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도 그녀를 비난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차피 그녀가 이런 선거를 통해 자신의 스펙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녀의 당찬 모습이나 나름의 선거 전략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성 정치인들도 배울 점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녀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순간 그녀가 가진 생각은 모두 무너질 수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동생과 아버지로 한정된 선거운동원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그들에 대한 지원이 현재 3,000만 원으로는 감당이 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젊은 여성이 새누리당 부산도당의 지원을 받는다면 그녀 스스로 선거운동을 결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점이 바로 새누리당이 가진 장점이자 깨끗한 선거라는 그녀의 모습을 퇴색시키고, 결국 기성정치인화 되는 과정으로 변질할 것입니다.



'부산 사상구의 바람이 다르다'는 분위기가 지금 전국적으로 불어오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으로 변한 그들의 전략에 맞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그 바람대로 따르면 좋으리라 봅니다.

문재인 이사장의 대항마로 누가 오든 그것은 상관없습니다. 이제 문재인 이사장에게 남아있는 길은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운명처럼 나아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