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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나철수'와 '노사모'는 무엇이 다를까?



안철수 교수가 드디어 자신이 구상했던 기부 사업을 위한 안철수 재단 (가칭) 설립을 시작했습니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웃음으로 일관했던 그가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 재단 설립에 의지를 보였던만큼, 지난 6일 기자회견 장에서도 안철수 재단에 대한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재단 설립과 즈음해서 갑자기 '나철수'라는 명칭이 뜬금없이 방송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조선,동아일보를 통해 알려진 '나철수'는 안철수 교수의 싱크탱크이자 팬클럽을 자처하고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안철수 교수 측 강인철 변호사는 "안 원장은 물론 안철수 재단과 (나철수)는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린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안철수 재단이나 안철수 교수와 전혀 무관한 '나철수'는 도대체 어떤 조직이며, 이 조직이 과거 노사모와 비교하여 어떤 차이점을 가졌는지 비교해봤습니다.

■ 시민의 자발적인 시작과 계획된 집단의 모임

노사모는 16대 총선에서 국회 입성이 가능했던 종로를 포기하고, 부산 강서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바보 노무현'이라 부르며 인터넷 공간에서 시작된 모임이었습니다.

출처:한겨레


그때 당시에는 모임도 아니고 당시 노무현 의원의 홈페이지였던 노하우 (
www.knowhow.or.kr) 와 PC 토론방에 그저 임시 게시판을 만들어 '바보 노무현'을 지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TV조선과 인터뷰를 한 '나철수' 공동 대표 정해훈 이사장 출처:TV 조선 화면 갈무리



그런데 '나철수'는 조금 이상한 사람들이 시작됐습니다. 우선 '나철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나철수' 공동 대표인 북방권교류협의회 정해훈 이사장의 말을 보겠습니다.


Q. '나철수'는 팬클럽인가, 싱크탱크인가? 안철수 원장과 상관없는 단체입니까?
- 처음에는 전문가 그룹을 묶어서 포럼 형태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일을 추진하다 보니 너무나 많은 사람이 참여를 희망하다보니 포럼으로 구성하기 어려워서 팬클럽으로 확대했다. 그러면서 핵심 사업으로 안철수 원장이 지향하는 나눔의 봉사활동 핵심을 나눔봉사단에 두고 있다. (TV 조선과의 인터뷰)


인터뷰 답변을 보자면 '나철수'는 팬클럽도 아닌 포럼이라고 합니다. 전문가 그룹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라기보다는 어떤 집단의 의도적인 모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그저 '바보 노무현'을 위로하고 대한민국 지역주의에 대한 현실을 분개하며 자연스럽게 모인 '노사모'와 비교하면 '나철수'는 전문가(?)들이 모여 의도적으로 만든 조직이라는 결론이 납니다.

■ 시민의 모임 VS 전문가 모임

노사모는 처음에 모임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던 조직이었습니다. 그냥 단순한 팬클럽 형태의 게시판이었습니다.

노사모 초창기 게시판

노사모 초창기 게시판을 보면 그에 대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앞으로 지역주의 타파를 통해 한국 정치가 변화되기 원하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런 글들이 서로 모이다 보니 '바보 노무현'의 가치관과 그의 정치 철학을 지지하는 길이 올바른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에 오프라인 모임까지 연결되면서 조직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철수'는 처음부터 일반 시민이 아닌 지도층 인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나철수' 공동 대표인 정해훈 북방권 교류협의회 이사장은 KBS 기자 출신으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유세ㆍ홍보본부장, 조순 민주국민당 총재 비서실장을 역임했습니다.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으로 남양주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던 인물입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2)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치외교분과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고종문 한국경제예측연구소 회장(55)은 경제 연구소 출신으로 주택관리공단 사장 출신입니다.

이밖에 한국유비쿼터스 회장인 정창덕 고려대 컴퓨터정보학과 교수(52) 를 비롯한  여야를 막론한 인사 1000여 명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나철수'공동 대표와 운영진을 보면, 모두가 그 분야에서 내놓을만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나눔정책연구단’, 봉사단체인 ‘철수드림나눔단’이라는 조직을 구성하고, 인사들을 영입하거나 그들이 모여 업무를 분담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민들이 글을 쓰다가 만난 '노사모'에 비해 '나철수'는 철저하게 의도된 전문가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나철수가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나철수 공동대표인 정해훈 이사장은 "안 원장이 혼자만 (정치권과)고군분투할 게 아니라 지지자도 그 고민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은 안철수 교수가 실질적인 대권주자로 나설 때를 대비한 지지세력을 구축하려고 하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이런 모임이 앞서 밝혀 듯이 상당히 정치적 의도로 조직됐다는 사실입니다.

노태우 대통령 사진이 메인에 있는 정해훈 이사장 온라인 카페



'나철수' 공동 대표인 정해훈 이사장이 지난 2011년 7월에 개설된 인터넷 카페입니다. 카페명이 '정해훈의 정치 25시'입니다. 이 카페의 메인 대문을 보면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한 조순 민주국민당 총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이런 면은 정치 후보자들이 총선을 앞두고 개설하는 홍보카페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개설일도 2011년, 즉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개설한 점과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했던 점을 미루어 정해훈 이사장은 정치권 입성이 목적인 인물로 보입니다.

순수 팬클럽이 아닌 정치권에서 흔히 보는 포럼 형태로 시작했다가, 참여인사가 많아지자 팬클럽 형태로 바꾸었다는 '나철수'의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안철수 교수 측 강인철 변호사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나철수)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면서 '나철수' 조직 결성을 반대해도 '나철수'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자꾸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포럼이나 세미나를 하면서 돈을 걷는 일이 다반사인데,'나철수'도 이런식으로 자금을 모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안철수 교수 측에 따르면 안철수 교수와 친한 박경철,강인철 변호사는 물론 안철수 연구소의 직원들에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줄을 댈 수 있을까하고 수도없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대권주자로 부각되면서 그에게 편승하려는 정치꾼들이 꼬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노사모도 초기와 다르게 점점 변하여 많은 사람들이 떠나기도, 잡음이 끊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 노사모는 처음에는 순수했으며,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지역 통합이나 한국 정치의 앞날을 걱정했던 순수하고 자발적인 모임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철수'는 오늘 글을 읽다 보면 느끼듯,  정치꾼들이 조직적으로 모여 안철수 교수의 대선을 돕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노리겠습니까? 당연히 정치적 입지를 통해 금배지나 권력의 자리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 재단 임시 홈페이지


안철수 교수가 대선 주자로 나오든, 나오지 않든 지금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 그가 진짜 자신의 입으로 대선 출마를 하면 그때 논하면 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 그의 이름을 팔아 정치 입성을 노리는 정치꾼들의 행태입니다.

나철수가 ‘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을 내세워 안철수 교수의 아름다운 사회 참여의 꿈을 훼손하면서 자신들의 정치 욕망의 꿈을 달성하려는 모습을 경계해야 합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나철수'와 안철수 교수는 전혀 상관없는 단체임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