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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가카새끼 짬뽕'이라니,MBC뉴스가 미쳤나.


매달 1일은 정치,시사 관련 뉴스에 대한 저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올리는 시간으로 바뀝니다. 뉴스가 뉴스답지 못한 세상에서 뉴스가 보여주는 그 교묘함과 절묘함,그리고 언론과 여론의 차이를 언론기사를 정리하며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월31일 MBC 뉴스 데스크 화면 편집

어제 MBC뉴스는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단어가 앵커의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뉴스 꼭지는 이정렬 판사 징계 건에 대한 소식이었는데 이 뉴스를 전하면서 권재홍 앵커는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날렸습니다.

"이판사는 지난달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가카새끼 짬뽕’패러디물을 올려 서면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

보통 이런 경우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패러디물'을 올려라고 하지 굳이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단어를 방송에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제는 갑자기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갑자기 깜짝 놀라기도 그러면서 MBC 뉴스가 정신차렸나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물론 다시 말하면 이정렬 판사를 후안무치한 사람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단어가 공중파 방송에 나왔다는 사실만 놓고본다면) 


알다시피 현재 MBC노조는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예능과 드라마를 제외하고 '뉴스데스크'는 15분, 90분 편성의 '뉴스투데이'는 5분만 방송하는 뉴스 파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MBC 노조 파업과 김재철 사장 출처:민중의 소리

현재 MBC 파업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김재철 사장입니다. 김재철 사장이 MBC를 경영하면서 보여주는 MB를 향한 삐뚤어진 충성심이 지금 MBC 파업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MBC노조의 파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기존에는 많은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결론은 흐지부지 끝나는 변죽만 올리다가 아무런 성과도 없었던 결국 도로 MB방송이 되었던 모습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MBC 파업은 어떤 희생을 겪고서라도 김재철 사장을 반드시 퇴진시키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민의 호응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MBC파업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김재철 사장은 끄떡없는 행동을 합니다. 사원에게 드리는 글에서는 자사의 시청률만 자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해를품은달>은 35.3%의 시청률 (1월 26일, 닐슨) 로 방송사를 통틀어 시청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국민 드라마'가 탄생했다면서 매 회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언론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과 <세바퀴> 등 예능프로그램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사원에게 드리는 글에서 발췌

방송국이 뉴스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와 예능프로 못지않게 방송은 언론사 고유의 기능인 뉴스를 공정하게 보도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지상파 방송이 가진 힘이 거대하기에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여론이 바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1월25일 추적60분에 방송된 제주7대 자연경관 의혹 출처:KBS 홈페이지

저는 온라인에서 계속 제기된 '제주 7대 자연경관 의혹'을 작년 초에 자료를 모아 포스팅을 했습니다.

[정치] -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는 대국민사기극,
[시사] -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 대국민 사기극2탄

이 포스팅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지만, 전 국민이나 제주도민의 반향까지는 불러오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추적 60분'의 보도로 제주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이 '제주 7대 자연경관 의혹'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의혹을 KBS에서만 취재한 것은 아닙니다. 모 방송국에서도 취재까지 다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방송되지 못하면 취재했던 PD를 비난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취재했던 모 PD나 과감하게 취재를 한 PD나 모두 언론인으로 충분히 자격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양날의 칼처럼 그들을 바랄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언론인으로의 책임을 요구하는 냉혹한 시선입니다.

YTN 해직기자 노종면 씨를 비롯한 해직언론인이 만든 '뉴스타파'가 첫 방송 만에 30만번의 조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꼼수다'이후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디어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 방송을 호응하고 들으려고 애를 쓸까요?

바로 현재 언론이 말하지 않는 진실을 알려고 하는 욕구입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언론은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처럼 통제받는 언론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당시는 강제로 통제를 받고, 지금은 자체 통제를 받고 있다는 차이일 뿐이겠죠.

어떤 사람은 저를 1인 미디어로 부르는데, 그 말은 맞지만 1인 언론사는 아닙니다. 그것은 언론은 객관적인 보도를 할 의무가 있지만, 저는 자유롭게 저만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미디어적인 요소만 있을 뿐입니다.

언론과 미디어의 차이가 모호해진 세상입니다. 분명 팩트만을 말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 가치입니다. 하지만 팩트를 가지고 너의 생각을 알려달라고 외치는 세상을 기자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팩트를 수집합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습니다. 과연 의혹의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저는 제 생각을 말합니다. 이정도 자료를 모아놓고보니 이럴 것이라는 예상과 결론을 내리죠. 그 생각이 전부 옳을 수는 없지만 그또한 저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론은 팩트를 모으다가 그 끝이 안 보이면 거기서 접습니다. 아니 아예 팩트 수집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자는 취재하지만, 데스크에서 잘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우리 조선일보에서 저항 세력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 시대와 맞지 않고 조선일보 사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저항 세력은 발본색원하겠다." 1986년 조선일보 송년회 방우영 사장 발언

언론사 사주에 대한 비판과 관련 인물들의 비리는 아예 취재불가 내지는 성역이 되었고, 위정자의 통치 철학을 건드리거나 비리는 적당히 내보내야 하는 세상입니다. 1980년대나 지금이나 그런 행태는 별로 변한 것이 없습니다.

시민은 진실과 그에 따른 목소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언론은 자꾸 퇴행하고 있으며 기자나 언론인은 지성인에서 무시당하고 천대받는 직업군으로 전락했습니다. 저는 MBC파업을 보면서 어쩌면 그들 스스로 반성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 사주의 눈치를 보고 데스크를 걱정하는 '자기 검열'을 하며 살았던 삶을 스스로 돌아본다면, 왜 시민이 언론을 인정하지 않고 '나는 꼼수다'와 '뉴스타파'와 같은 비주류 미디어를 환호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MBC 뉴스데스크의 사과문 출처:MBC 뉴스 화면 갈무리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단어로 제 귀를 번쩍 뜨게 했던 MBC뉴스데스크는 마지막 화면에 뉴스 파행에 대한 사과문을 방송했습니다. '역시나, 그냥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한 멘트였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과문이었습니다.

언론과 불로거를 비교할 수 없습니다. 각자가 가진 위치와 조직,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민은 언론을 떠나 미디어로 개성있는 목소리를 원하고 다양한 소식을 원한다는 열망을 바라보면 나름의 색깔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살다 보면그 또한 매체별로 시민의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주 눈치, 데스크 눈치를 본다면 MBC파업처럼 힘겨운 싸움으로 늘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결말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눈치 안보고 글을 쓰는 블로거라 이럴 때는 행복합니다.)

[각주:1]20세기 1세대 폭로기자로 유명한 업톤 싱클레어는 1919년 "창녀 언론"이라는 책에서 권력자와 재벌만 옹호하는 부패한 언론을 비판했습니다. 그의 말을 통해 언론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새겨보시기 바랍니다.

"일부 언론의 왜곡과 많은 지식인의 침묵과 냉소는 용기있는 증언자들을 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경제 민주주의가 지연되고 있는 배후에는 언론과 지식인의 책임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또 경제라는 물신을 위해 모든 가치를 뒤로 미루는 오늘의 국민 정서 또한 재벌의 범죄를 방관하거나 관대하게 대함으로서 결과적으로 공범이기도 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1. 장행훈 씨의 기사에서 인용됐던 책과 인용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