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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상호 기자 체포와 전두환 사저경호의 망측함



MBC 이상호 기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상호 기자는 MBC 팟캐스트 '손바닥TV'에서 '이상호의 손바닥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중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고문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면담을 요구하는 부분을 촬영하는 중이었습니다.

이상호 기자의 체포를 보면 대한민국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현실을 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창피하고 삐뚤어져 있는지 그 내막을 살펴보겠습니다.

■ 이상호 기자는 전경을 진짜 폭행했는가?

경찰이 이상호 기자를 체포한 이유는 전두환의 사저 경호를 하던 한 전경이 취재진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일명 '공무집행방해'라는데 과연 그들의 말이 사실일까요?

사실 이상호 기자의 이번 사건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전두환 사저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려던 이상호 기자는 전경을 폭행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행을 당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상호의 손바닥뉴스 7회에 나온 장면 출처:손바닥TV



지난 방송에서도 이상호 기자는 전두환과의 인터뷰와 고문피해자들의 사과를 요구하며 전두환의 사저 앞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경들이 몸을 밀치고, 서대문 경찰서의 경찰에게 목을 잡히며 질질 끌려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호 기자가 전경을 폭행했다는 주장은 너무 어이가 없는 주장입니다. 실제 이상호 기자가 밝힌 전경 폭행의 전말은 이상호 기자를 밀쳐내는 과정에서 전경이 맨홀에 스스로 발이 빠진 것이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경비를 위해 수십 대의 CCTV가 있는데도 이상호 기자를 체포당할 때는 모두 선이 뽑혀 있어 이 과정에 대한 물증이 없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카메라 기자가 이날의 상황을 취재한 필름이 있기망정이지,이런 황당한 경호 시스템(?)과 억지 주장에 이상호 기자가 고스란히 당할 수 있는 치밀함을 보인 경찰이었습니다.

80년대 독재와 정치공작의 달인 전두환을 경호하는 경찰답게 조작과 은폐를 위한 공작을 탁월하게 수행한 전두환 사저 경비단이었습니다.

■ 전두환 사저 경호는 법적으로 벌써 끝났는데.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거꾸로 가고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전두환의 사저 경호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습니다. 전두환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1997년 12.12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무기형을 받았던 전두환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법의 적용이 정지되는 조건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서 벗어나 경호만을 놓고 봐도 전두환의 사저 경호는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대통령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퇴임 후 10년'으로 명백하게 규정되었습니다. 당연히 전두환은 1988년에 퇴임했으니 23년이 넘었고 이 법률 규정에 따라 대통령 경호를 받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전두환 연희동 사저를 경비하고 있는 경찰


그렇다면 경찰은 무슨 근거로 전두환을 경호하고 있을까요?

경찰이 내세우는 법은 '경찰관 직무 집행법'이 유일합니다. 법2조에 나온 경찰관 직무범위에 경비,요인경호 및 대간첩작전 수행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여기에 따라 경호를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경찰청 내부 경호규칙에만 있는 요인 경호는 기밀사항이라 왜 퇴임한 대통령을 저렇게 꽁꽁 경호하는지 경찰에서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전두환 사저 경호에 쓰이는 돈이 평균 8억5천만원입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전두환 경호에만 들어간 비용이 대략 34억원 입니다. (여기에 현재 전두환 경호를 위해 서울시 소유 안가 4채를 경찰이 무상으로 사용 중.박원순 시장은 반드시 이곳을 회수해야 합니다.)

전두환의 추징금 미납액은 현재 1천672억원입니다. 그리고 꼼수를 부려 추징금 시효 연장을 위해 300만원을 납부한 것이 (4만7천원은 강제 징수)전부입니다.

1천672억원을 내야 할 범죄자를 경찰이 매년 8억원이라는 국민의 세금을 써가면서 지켜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들 자기들 마음대로.

경찰은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보다 범죄자를 법을 무시하고 지켜주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포스터 출처:국경없는 기자회



■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도는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국경없는 기자회가 밝히 2011-2012 언론 자유도를 보면 대한민국의 언론은 44위입니다. 헝가리,가나,남아프리가 공화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미국과 비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미국은 월스트리트 시위때문에 갑자기 하락했을 뿐입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밝힌 취재 중 체포된 기자는 총 1044명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중동지역 민주화 혁명이나 그리스.벨라루스.우간다에서 취재하는 도중에 체포되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이란,에리트레아에 기자들이 감금돼 있는 만큼 대한민국도 만만치 않게 기자들이 해직당하고 고소,고발 당하고 있습니다.

기자도 체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취재 도중, 그것도 옛날 군사독재자의 집 앞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다가 체포당하는 일은 중동지역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전두환은 범죄자입니다. 추징금 수천억 원을 미납한 자로 경찰의 보호가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 할 인물을 취재한다고 기자를 체포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수백 명의 국민을 학살한 독재자를 전직 대통령으로 깍듯하게 모시는 나라
추징금 1천672억원을 내야 할 미납자에게 매년 8억원을 쏟아 붓는 나라
대한민국 상위법을 무시하고 경찰 맘대로 살아가는 나라
인터뷰하려는 기자의 목을 조르고 수갑을 채우는 나라

'망측하다'는 말은 정상적인 상태에서 어그러져 어이가 없거나 차마 보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정말 '망측'하고 '망측'한 나라 대한민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