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무역규모가 1조16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방송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KBS 뉴스에서는 '우리가 해냈다! 무역 1조 달러 시대'라는 기사를 통해 자랑스러운 한국이라고 떠들었습니다.
여기에 늘 나오는 '세계에서' 9번째 무역 1조 달러 달성이라는 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이런 기사 보도는 지난 미국 방문 때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21세기는 FTA의 시대라면서 한국은 EU, 미국, 인도 등 주요 경제권과의 FTA 체결로 경제 영토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보다도 넓은 경제영토를 가지게 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됐습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국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늘 주장했습니다.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고, 한미 FTA만 하면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훨씬 잘 살고, 세계 9번째로 경제규모가 커졌으니 선진국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지금 저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이 두 아이를 대학까지 키우려면 저는 5억2천만원이 필요합니다. 제 수입은 4인 가족 생활비에도 못 미치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금 저는 무료로 농가 임대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다른 곳으로 간다면 최소 1억 이상의 전세금이 필요합니다.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제가 혹시나 아프거나 국가보안법에 걸려 앞으로 글을 쓰지 못할 경우, 우리 가족은 최소 3억 이상의 돈이 필요합니다. 가구당 부채는 말하기조차 창피할 지경입니다.
한국일보가 조사한 자료를 본다면 저는 좋게 말하면 저소득자, 단적으로 말하면 하층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제주도 산골짜기에서 아무것도 없이 살려고 온 우리 가족만 하층민일까요?
통계청이 조사한 2011년 사회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45.3%가 자신이 하류층이라고 답했습니다. 국민 절반이 자신은 하층민이라고 답했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에 가까운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소득이 있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조차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하층민이 직업이 없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 빈곤층에서 나타나는 자괴감이, 한국은 직업도 있고 교육도 받은 평범한 국민 절반이 느끼고 있는 점입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소득은 줄고 빚은 자꾸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소득에 대한 불만족도는 49.1%로 늘어난 반면에 세금과 의료보험등으로 지출된 상태에서 사회 보장 제도가 더 나빠졌다고 답한 사람은 29%로 나타났습니다.
제가 사는 농촌이라고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1년 내내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추곡수매가 끝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빚잔치'입니다. 추곡수매로 3천만원을 받아봤자, 농협 대출과 농기계 대출금 등 급한 빚을 먼저 갚고 나면 돈이 없어 또다시 대출창구로 가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가계부채는 사상최고로 연말이면 907조원, 자영업자들의 부채까지 더하면 1.000조원이 넘습니다. 1조달러 무역과 1.000조원의 부채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EBS 지식채널e'에서는 '끊어진 고리'편이 방송됐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1조달러를 달성한 나라에서 어떻게 일자리는 줄어들고, 임금은 삭감되고, 가계대출은 늘어나는지를 무섭도록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오늘은 제 글을 읽으시는 대신에 이 한편의 영상만이라도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지금 대한민국이 '무역 1조 달러 달성'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역 1조 달러가 이명박 정권에는 기쁜 소식으로 (홍보용으로는 최고) 들리겠지만, 국민 45%가 하층민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의 신음과 탄식으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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