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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도가니법 폐기해놓고 이제는 서로 만들자고?



영화 '도가니'가 온 국민의 관심을 받으면서, 광주 인화학교의 우석 재단이 설립 취소되고 '도가니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한 편의 힘이 수년간 농성을 하고 법에 호소했지만,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고 있습니다.

보건복지위원 소속 여.야 국회의원 80명은 도가니 영화를 계기로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이후 관련 기관의 관리감독 소홀 규명을 위한 국조 요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영화 한 편이 국정조사까지 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여기에 국회에서는 일명 '도가니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애인 성폭력에 관한 처벌 규정을 재정비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왜 진즉 이런 일들이 법으로 보호되고, 처벌받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이고,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국가였다면 광주 인화학교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법으로 해결됐어야 하지 않았는가라는 물음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은 약자와 장애인, 그리고 힘없는 자들을 철저히 외면하는 국가였습니다. 지금 '도가니법'을 제정하자고 난리법석을 떠는 국회의원과 여성가족부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도가니법은 벌써 국회에 들어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약자를 위한 법, 장애인을 위한 법, 서민을 위한 법안은 어느 정도 국회에 들어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법이 어디에 있는지, 왜 통과가 되지 못하고 있는지를 국민만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국회에서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도가니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2010년 7월, 영화 도가니가 개봉되기도 전에 '도가니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습니다.

○ 발의자: 신낙균 의원 (민주당)
아동 성범죄에 대한 감경배제 및 공소시효 폐지에 관한 개정안 2건
①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②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신낙균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아동 성범죄를 범한 경우에 감경을 배제하며, 초범이나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이유로 작량하여 형을 감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법안이 광주 인화학교 사태가 벌어졌던 2005년 즈음에 발의되고 통과되었다면, 그 당시 성추행과 성폭력을 가했던 범죄자들은 집행유예가 아닌 중형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 이 법안은 2010년에 발의되었습니다.

늦었지만 그래도 작년에라도 발의된 이 개정안이 통과되었을까요?


처벌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에 계류되어 있지만, ②보호법 개정안은 올해 6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찬반 논란이 있고 나서 바로 폐기되었습니다.

작년에 발의된 법안이 아직도 계류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보호법 개정안이 다른 부처도 아니고 여성가족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폐기되었다는 현실이 기가 막힙니다.


이 당시 법안을 심사하는 전문위원과 국회의원 사이의 회의록을 꼼꼼히 읽어보면서 저는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대한민국 법안을 심사하고, 제정하는지 기가 막혔습니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호법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나왔던 논란 중의 하나가 ' 미성년자에 대한 공소시효의 민법 개정안' 여부였습니다. 즉 미성년자가 성범죄를 당했을 때의 공소시효 부분인데, 이들은 엉뚱하게 민법 개정안을 들고 서로 설왕설래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미성년자에 대한 공소시효의 민법 개정안'은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닌 손해배상이었습니다. 이 말은 성인 전에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커서 그 범죄자를 고발할 수 없고, 오로지 돈으로만 배상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범인을 그저 돈 몇 푼 받고 용서하라는 민법 개정안은, 철저하게 성범죄자들이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정의로 이 사회를 규정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들에게는 돈이 아니라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그런 범죄를 절대 당하지 않고 인생을 다시 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결국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다수 위원들의 생각대로 폐기되었습니다. 이상한 점은 통상적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법안은 계류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바로 폐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법안을 보완하거나 어떤 대비책도 없이 무조건 폐기한 이런 사람들이 지금은 어떻습니까?

진수희 '도가니 방지법' 국회 제출
국회 '도가니 방지법' 추진한다…영화가 사회를 바꾼다 :: 파란 ∽ 뉴스

국회 대정부질문, '도가니' 대책 추궁

 

'도가니' 진상규명 나선 이재선 위원장 주목

 

서로 이제는 자신들이 장애인을 위하고 인권을 위하는 사람들처럼 앞다투어 난리를 칩니다. 이것이 지금 여러분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세금을 받으면서 하는 모습들입니다.

국회의원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어 금배지의 권력에 취해 살도록 뽑아준 것이 아닙니다. 국회의원 면책권은 뇌물 받고 감옥에 가지 말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국회의원은 임기가 끝나면 구속할 수 있는 법안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