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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나경원-박원순 TV토론이 보여준 이상한 논리.



어제 SBS는 특집으로 '나경원 VS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토론'을 방송했습니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첫 공중파 방송인 까닭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방송을 보는 내내 기존과 다른 스타일의 선거토론 방송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현대 선거에서 미디어 선거운동은 당선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그중에 TV토론은 많은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책과 이미지를 널리 알릴 수 있어 철저한 준비와 정책 자료를 갖고 나와야 합니다.

상대방의 개인적인 부분을 절대 공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박원순 후보와 약간은 모호하며, 기존 선거토론 방식과 비슷하면서도 비켜갔던 나경원 후보. 

이번 서울시장 후보토론을 시청하면서 약간은 밋밋하다는 느낌과 함께 몇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의문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고, 누가 서울시장 후보에 적합한 인물인지 각자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정부의 회계기준이 단식부기?

서울시장 후보토론 내내 쟁점 중의 하나가 서울시 부채 관련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 부채의 규모가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 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나 후보는 서울시 부채를 4조 원 줄이겠다고 공약했고 박 후보는 7조 원을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현재 서울시 총부채의 규모가 여야 간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부채가 19조 5,318억원이라고 발표했고, 야권은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24조 9,943억 원에서 5조 4,625억원의 부채를 줄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 나경원 후보는 단식부기로 부채를 계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진짜 정부회계 기준은 단식부기가 맞을까요?


국가법령정보센터를 검색해서 찾아보니, 대한민국 지방재정법 제 53조 (재무회계의 결산)에 따라 '복식부기 회계원리'가 맞습니다. 실제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기업들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자,복식부기 도입을 시작했고, 지금은 정부기관 대부분이 복식부기에 따라 회계 결산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나 후보는 이런 발언을 했을까요?
서울시가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108조에서 나온 '채무관리 범위를 지방채 등 외부차입금만으로 규정한다'라는 항목을 이용한 해석을 했기 때문입니다.

법률적으로 100% 틀린 대답은 아닙니다. 법률 용어에 따르면 서울시 부채는 24조 9,943억원이고, 서울시의 채무는 19조 5,318억 원입니다.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시장의 잘못된 시정을 변명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는 새로운 서울시장으로 건전한 서울시 재정을 만들어야 할 새로운 서울시장 후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법으로 정한 '복식부기 회계원리'가 아닌 법률적 용어 해석으로 부채를 파악하고 있는 점은 많은 의문을 남겼습니다.

지금 우리는 법률적 해석을 하는 판사 나경원이 아닌,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서울시장 후보로 건전한 재정을 운영할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 서로가 칭찬하는 보기 좋은(?) 토론회

어제 토론에서 눈여겨봤던 장면 중의 하나가 '상대 후보의 장단점을 평가해주세요'라는 사회자 질문에 서로가 좋은 장점만 이야기했던 장면입니다. 예전 같으면 단점을 그 자리에서 공격하기 여념이 없었겠지만, 어제는 서로가 네거티브 발언을 자제하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없지는 않았습니다.
나경원 후보는 박원순 후보를 향해 넌지시 그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몇 가지 했습니다.

○ 박원순 후보의 양화대교 수중보 철거 발언
○ 정치 아마추어
○ 정치인의 말 한마디의 중요성

나 후보가 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빠지지 않고 말했던 이 세 가지는 어쩌면 이번 선거토론에서 나경원 후보가 구태의연한 정치인과 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 박원순 후보의 양화대교 수중보 철거 발언
- 당시 박 후보가 전문가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 과정에 있던 말을 타겟으로 말꼬리 잡기 식의 정치인 특유의 공격방법
▶ 정치 아마추어
- 서울시장 자리는 그 자리에 앉아 봐야 알 수 있는데, 그 점에서 나경원 후보도 별 차이가 없음,정치인들이 뛰어난 행정 경험이 있다는 가정인데, 그렇다면 연임한 오세훈 시장은?
▶ 정치인의 말 한마디의 중요성
-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가 어떤 여파를 보이는지, 그리고 그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과연 나경원 후보가 말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드는 대목.

장단점은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그러나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는 장점과 서로 칭찬에 바쁘기보다 상대방의 잘못을 정확히 비판해야,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정확한 팩트도 없고, 그럴 것이라는 가정법,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던지는 말이, 후보 스스로
독이 될지,약이 될지는 방송을 본 시민만이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 후보토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책

늘 정치인들의 토론이나 선거 후보토론을 보면 답답한 게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정책은 있는데 그 정책이 항상 두리뭉실 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공약집에 보면 다 나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요새 누가 그 공약집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요?

매번 토론에서 정책을 주장하지만, 그 정책을 말로만 표현합니다. 심심합니다. 재미가 없고, 진짜 가능한지도 모르겠고,그래서 채널을 돌립니다.


주요 정책 3가지를 10분만 프레젠테이션 하듯 PPT 자료와 화면을 이용해 알릴 수 있다면, 프레젠테이션의 대가였던 스티브 잡스처럼은 아니어도 시민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정치블로거치고 제가 이미지와 도표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텍스트만 잔뜩 나열하면 쉽고 빠르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치에서 자신의 주장을 주관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자신의 정책을 방송에서 말하는 정치인은 그리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상대방 후보를 향한 유머와 독설, 재빠른 받아치기 등의 모습이 없으면 현재 후보토론처럼 두 가지 현상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후보끼리 물고 싸우던지, 소금 간이 안 된 국처럼 싱겁던지..


정치는 분명히 즐거운 요소도 있습니다.무턱대고 재밌는 게 아니라, 새로운 희망에 대한 기대감으로 즐거워야 합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공약이나 말은 늘 선거 전과 선거 후가 다릅니다.   

한국 정치는 실현 가능한 청사진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모습이 없었습니다. 무소속 후보지만 시민의 열띤 지지를 받고 있는 박원순 후보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그런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관위의 제재와 압력으로 오늘 글은 소금간이 안 된 국처럼 싱겁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생각은 즐거운 기대감으로 충만하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바꾸는 힘의 시작이 서울시민의 손에 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흥분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