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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술맛 떨어지는 정치를 맛있게 마시는 비법.



대한민국 술자리, 그것도 남자들만 있는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 중의 하나가 바로 정치입니다. 그런데 이 '정치'라는 주제의 술안주가 처음에는 먹을만해 보여도 조금만 지나면 쓴 맛과 구린내가 나서 도저히 테이블에 놓고는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술자리 분위기를 망쳐 버립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좋게 시작한 '정치'가 나중에는 '야 술맛 떨어지니 그만하자','우리가 이야기해봤자 머 변하는 게 있냐, 술이나 마시자'라는 말로 테이블에서 멀리 떨어져 쓰레기통에 처박혀 버립니다.

매일 정치 이야기를 하는 저에게 들려오는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생각을 통해 정치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술맛 나게 하는지 이야기 보겠습니다.

■  씹고 뜯고 마시는 정치인, 최고의 술안주

세상에서 욕을 먹어도 되는 사람 중에 합법적이자 사회 통념상 가능한 직업인들이 바로 정치인들입니다. 저는 연예인과 보통 사람은 욕을 하지 않아도, 언론과 정치인은 까도 된다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언론은 잘못된 기사 한 줄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기능 때문에 그렇고, 정치인은 그들이 가진 권력이 너무나 위대하고(?) 그들을 제어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행정부와 사법부는 국정감사라도 받지만, 국회의원들은 면책 특권에 자신들의 혜택은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여론이나 민심이라는 불이 있어서 그 불이 자신들 옆에서 활활 타오르면, 겁이 나서 조금은 몸을 사리는 집단이 정치인들입니다.

술자리에서 정치인을 씹으면 재밌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까면 마치 내가 대한민국을 너무 사랑하는 숨은 애국자 같은 생각이 듭니다. 맞습니다. 정치인들을 제대로 비판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입니다.

정치인을 시민들이 까지 않으면 법으로도 제어를 할 수 없습니다. 성희롱을 커피 자판기 뽑아내듯 줄기차게 뽑아 낸 강용석 의원도 이제 여론이 조금 잠잠해지니 자신이 무슨 박원순 변호사 저격수마냥 박원순 변호사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여대생을 동네 다방에서 커피 한잔시켜놓고 엉덩이 만져대며 노는 양아치처럼 대했던 강용석 의원이 국회에서 쫓겨났습니까? 학교를 출석하지 않으면 졸업장을 주지 않는 것이 기본이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면 월급 주지 않고 잘리는 것이 세상 이치인데 강용석은 성희롱 파문 때문에 국회에 나가지 않았어도 무려 1,800만원 세비는 받아갔습니다. 이런 인간을 누가 막을 수 있습니까?

술자리에서 회사 상사나 동료의 뒷말하지 말고 정치인들을 까고 씹어야 합니다. 오징어처럼 자근자근 씹어줘야 우리가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아무일도 안 하고 그대로 챙겨가는 저들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 씹어도 원산지는 알고 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술자리에서 자주 먹는 안주 중의 하나가 쥐포입니다.(저만 그런가요? 오징어보다 쥐포가 더 맛있어 하는 사람인지라) 그런데 요새 이 쥐포가 국내산보다 베트남산이 중국산이 많습니다. 포장지를 까서 구워 나오는 쥐포인지라 원산지를 모르지만, 먹어보면 국산인지 베트남산인지 대략 맞출 수가 있습니다. 인심 좋은 사장이 국내산 쥐포를 내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듯이 정치도 원산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요전에 나경원 의원의 중증장애인 알몸 목욕을 비판하고, 영화 '도가니'에서 한나라당을 비판했더니 무슨 정치적인 이유를 이렇게 갖다 붙이느냐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장애인 딸 때문에 정치에 입문했고 장애인을 위해 열심히 의정 활동을 한다는 나경원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8년 동안 장애인 관련 법안을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했습니다. 영화 도가니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던 이유는 한나라당이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안'법률을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까는 정치인을 어떻게 까야 하고 씹는지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무턱대고 제주에서 파는 고등어는 국내산이라는 편견을 가지면 제주도에 와서 몇만 원짜리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먹으면서 바가지 쓰고 갈 수 있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점을 까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해도 그가 잘못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그 과정까지도 알아야 합니다. 나경원 의원의 장애인 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장애인 딸을 팔아 자신의 금배지와 더 나아가서 서울시청에 들어가려는 모습을 비판해야 합니다.

원산지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원산지 허위 표시가 문제가 큰 문제이지만, 다른 야당들도 원산지를 속이거나 원산지는 제주인데 영광굴비라고 가짜 포장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원산지가 어딘지, 가공을 어디서 하고 어떻게 포장하고 나오는지 면밀히 따지면서 음식을 섭취해야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가 안전하듯, 정치도 그저 눈에 보이는 가짜 맛집에 속아서 이야기하면 돈 내고 오장육부가 버리게 됩니다.

■  다음 술자리는 오늘보다 더 나은 곳에서 마셔야 돈이 아깝지 않다.

오늘 술자리 안주가 맛이 없고 분위기도 안 좋았다면 다음번 술자리는 더 좋은 곳을 생각하고 집에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돈만 내고 기분은 그지같은 술자리에 가기가 싫을 것입니다.

영화 도가니의 재조사와 법률 제정 등으로 정치권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모습이 얼마나 단순하고 가식적인가 아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번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특수교육학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책을 실시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인화학교에서) 일부 어른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천막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배후세력에 의해 학생들이 이용되는 것은 안 된다."(<데일리안> 2007년 5월 10일자)

인화학교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던 지난 2007년 안순일 광주교육감의 발언입니다. 인화학교가 배후세력에 의해 이용된다고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했던 안순일 교육감이 이번 교과부가 내놓은 특수학교 대책 본부장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성폭력 혐의 교직원을 복직시켜준 사람도 안 교육감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무슨 대책을 어떻게 내놓겠습니까?

정치를 단순하게 지금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가짜 맛집, 더럽게 맛 없는 술집은 절대로 가지 말고 철저하게 퇴출해야 다음에는 돈 내고 즐겁게 술을 마실 수가 있습니다. 자꾸 '맛 없으면 안가면 그만이지,'라고 한다면 또다시 그런 술집에 가서 분위기 냉랭하고 더럽게 술에 취할 수가 있습니다.

정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술에 취해 화가 나서 그냥 술기운에 폭발하듯 마구 쏟아내고 그 다음 날에는 기억을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똑같이 가서 맛없는 술을 마시고 취해서 몸 버리고 돈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일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정치는 그저 술자리의 쥐포처럼 씹고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더럽고 신경 쓰기 싫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세금은 많이 내고도 그 혜택은 모두 부자들과 권력자들에게 돌아가고, 여러분은 멍청한 머슴처럼 새경 한 푼 받지 않고 주인 집 땅만 늘려주는 바보가 됩니다..

술을 마시면서 정치인들을 씹고 까고 비판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다음날 필름 끊긴 사람처럼 잊지 말고 좋은 사람과 행복한 술자리를 즐기듯 정치에 대한 혜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