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기쁨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되었습니다. 박원순 변호사는 무소속 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조직에 강한 박영선 의원에 밀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젊은 유권자들의 막판 대거 참여로, 국민참여 경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853표 차이, 총계 52.15%로 선출되었습니다.

이번 야권 단일후보 과정을 보면서 박원순에 대한 시민 지지가 어떻게 야권단일후보 통합 경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결국 무소속 후보인 박원순 후보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결정으로 이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10월26일 재보궐 선거에서, '정당 VS 시민', '보수VS 진보' 대결로 격돌하게 되었습니다.

박원순 변호사가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서울시장 후보 합의부터 지금까지 여러 걸림돌이 있었기에 혹 자는 이제 거의 서울시장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생각은 노련하고 복잡한 대한민국 정치를 너무 순수하게 보고 있기에 가능한 생각입니다.

승리의 기쁨보다 더 큰 벽과 문제가 쏟아질 박원순 변호사의(이하 존칭생략) 앞으로의 길을 예측함으로, 10월26일 진정한 승리를 예견해보고자 합니다.


■ 민주당의 딴지걸기와 복합한 속내도 경계의 대상

박원순의 야권단일후보 결정으로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초상집과 다를 바가 없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겉으로는 승리를 축하해주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좋은 말만 하기에는 민주당의 모양새와 앞으로의 향후 행보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일단, 한나라당으로부터 '불임 정당'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으며, 제1 야당으로의 명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시장은 그렇다 치고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보다 오히려 시민운동가나 무소속 후보가 난립할 경우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민주당이 지난 경선 과정을 모두 잊고 가면 좋겠지만, 이번 야권단일 후보 선출과정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보여준 박원순 흠집 내기를 생각하면, 그저 손털고만 가기에는 개운치가 않습니다.
 
민주당은 경선 직후 "야권 단일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박원순 후보를 당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할 것" 이라고 했지만 그 말을 곧이 믿기에는 민주당 내부가 너무 복잡합니다. 손학규 대표를 향한 질타가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민주당의 존재론마저 위협받는다면,민주당이 박원순을 당 차원에서 올인하기에는 매끄럽지 않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먼저 생각해볼 일은 '박원순의 민주장 입당' 주장입니다. 무소속 후보 출마보다 기호 2번이 훨씬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과 조직적 차원에서의 선거 운동이 필요하다면 입당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의 힘으로 끝까지 가려고 하는 박원순이 민주당에 입당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민주당 입당 주장파의 입김이 드세지면 실제 선거운동에서 민주당의 도움이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전망도 예측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과의 선거 운동 지원은 박원순보다 야권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조율해줘야 합니다. '혁신과 통합'이나 한명숙 전 총리 같은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민주당에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한몸이라는 인식으로 가야만 하지, 그저 무소속 후보이니 방해는 안 하고,힘이 남으면 도와주거나 민주당에게 유리한 것이 없다는 이기적인 마음은 절대 금물입니다.

민주당은 정당 정치를 위한 기존 정치적 사고방식보다 시민의 힘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힘을 다른 방법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믿고 일단은 따라가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민주당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보일지라도 최후의 승리에 동참한다면, 그들의 어깨에 시민의 손이 얹혀질 것입니다.


■ 끈질긴 보수 우익 세력의 인해전술과 동네축구 전법.

정치를 공부하다 보면 대한민국 보수 우익의 사조직은 끝도 없습니다. '한국자유총연맹', '국민성공실천연합(뉴한국의 힘)','선진국민연대','희망포럼', '뉴라이트 전국연합' 등의 큰 조직 이외에 하부 사조직은 수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들 사조직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회원 수 몇백만은 기본이고, 가깝게는 동네 부녀회나 지역 선도위원회, 산악회 등을 장악하여, 이들만 움직여도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박영준 전 차관이나 영포회 같은 인물들은 사조직을 동원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공로로 대거 정계에 입문하기도 했습니다.

보수 우익 조직들의 역사는 민자당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들은 보수 우익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기득권 세력들의 모임인 동시에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지키기 위한 아주 무섭고도 끈질기게 우리 사회에서 기생하며 사는 존재들입니다.

이석연 변호사가 '한나라당 나경원을 지지하겠는가?'에 대한 물음을 회피했다고 하지만 보수 우익의 연합은 언제든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즉 이들이 표면적으로 지금은 연합하지 않을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보면 이들은 하나로 힘을 합쳐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

그 이유는 그들은 동네 축구처럼 공 하나만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동네축구에서 공만 보면 우르르 사람들이 몰리는 것처럼, 이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 유지를 위해 세상을 보지 않고 자신들의 목표인 돈과 권력만을 쫓아갑니다.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기득권 세력들은 진보나 야당이 집권할 경우 자신들이 무너질 수 있고, 지금과 같은 특권을 누릴 수 없다는 생각에 속칭 똥줄이 타서 뭉치기 마련입니다. 이들에게는 누가 되었든 일단 자신들의 몫을 챙겨줄 것 같은 사람에게만 올인 합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마음이 떠났다고 외치는 이들도 있지만, 선거에서 위기론을 부각한다면, 친일이나 친미, 독재나 인권탄압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투표할 사람이 대한민국에는 너무 많습니다.

보수 우익의 끈질긴 잡초와 같은 생명력은 강력한 제초제로도 안 됩니다. 제일 좋은 것은 시민의 힘으로 아예 불태우고 땅을 갈아엎어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 검풍,청풍,북풍은 언제든지 불어올 수 있다.

한명숙 전 총리와 곽노현 교육감의 공통점이 무엇입니까? 누가 봐도 명백한 권력에 의한 강압적인 수사를 통해 진보 세력과 야당 흠집 내기에 표적이 된 인물들입니다.

대한민국은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어떠한 방법으로든 선거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이기에 선거가 그저 선거운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안일함을 버려야 합니다. '요새 같은 세상에도?'라고 한국의 정치권력을 순수하게 보시는 분들은 아래 도표를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2009년,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에 의해 체포됩니다. 대한통운 비자금 의혹 연루인데, 이 사건으로 한명숙 전 총리는 서울시장 후보권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2월경 민주당 내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를 믿고 서울시장 후보로 강력하게 추대되는 움직임이 나옵니다. 하지만 생뚱맞게 청와대에서 '한명숙은 무죄 받아도 서울 시장 자격 없어'라는 말이 나옵니다.

2010년 4월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합니다. 검찰의 표적수사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5월에 천안함 사건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가 북한소행으로 결론 내려집니다.

결국, 한명숙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에게 근소한 차이로 낙선하게 됩니다.

중간 중간 여론조사의 결과가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이 과정에는 검풍(검찰), 청풍(청와대),북풍(북한)이 모두 한 번씩 나옵니다.

박원순의 '아름다운 재단' 기부금 논란을 청와대에 근무하는 공무원께서 친히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정치] - 박원순 죽이기에 나선 청와대, 왜?

일단 청풍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에 가세해서 아마 검풍이 한차례 불 것입니다. 기부금 논란에 대한 기업체 조사나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할 꼬투리가 '혐의없음'을 입에 달고 사는 무능력한 검찰의 손에서 엄청난 수사력을 발휘하며 나올 것입니다.

IT 강국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에서 북한 해커의 눈부신 활약이 돋보이는 일들이나,'북한 소행'으로 결론나는 사건도 나올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일이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제 모든 현상을 그냥 있는 그대로 믿기에는 이명박 정권이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한 양치기 소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자꾸 발생하면, 1%의 진실과 99%의 거짓을 혼합한 사기에 말려들 수 있습니다.

김여진씨가 홍대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홍대 총장을 타겟으로 조선일보에 낸 광고

시민들은 똑똑해졌습니다. (물론 아직도 한나라당과 보수 우익, 조중동과 같은 찌라시 언론의 말을 그대로 맹신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기에 정치도 스마트해져야 합니다. 성품이 좋은 것과 치밀하고 스마트한 정치를 과감하고 단호하게 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좋은 뜻과 능력을 스마트하게 아주 치밀한 계산에 의해 시민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박원순 변호사가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정치계에 입문했다면, 새로운 가능성과 모습,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 후보에게 보여준 시민의 열망이, 정당이나 선호도에 관계없이 이제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그것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이 나라 미래를 생각하는 국민이 해야 할 의무이자 권리이고 변화에 대한 동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