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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빽을 잘못 써서 특공연대에 차출된 사연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가야 하는 군대이지만,군대에 가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신검부터 보충대나 훈련소 입소,자대 배치,병과 나 보직 발령 등 처음부터 선택과 결정,그리고
차출 등 다양한 인생의 기로(?)가 군대에도 무수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701특공연대 출신이다.그런데 701특공연대를 어떻게 가게 되었을까?

보통 대한민국에서 육군으로 군대에 가는 경우 아래와 같은 장소로 입소한다.

1.논산훈련소
2.102 보충대
3.306 보충대

논산 훈련소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보충대는 입소 대대라고 해서 장병(군인이 아니다)으로
불리우며,3일 동안 정밀 신체 검사를 받고 훈련소를 배정 받는다.보통 여기서 사단 훈련소를 배정
받으면,거의 자신의 군복무 기간 동안 배치된 사단에서 근무하고 제대를 한다.

여기서부터 필자의 군생활 명암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군대를 제대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있다.바로 군대에서는 대놓고 빽을 쓰게 한다.


 보충대는 아니지만 사단 훈련소를 가면 그림처럼 상사 이상의 계급이 있는 군인들의
이름이나 관계를 작성하게 하거나 손을 들어서 말하게한다.여기서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체
사장등이 자신의 친척이나 아버지인 경우 말하게 한다.

필자는 306 보충대에서 25사단 훈련소로 배치를 받았다.처음에 필자는 25사단 훈련소에서
제대할 때까지 근무하는 줄 알았다.그래서 군악대를 차출 하러 온 소령에게 테스트를 받고
군악대로 갈 부푼 꿈을 꾸었지만,두번때 테스트에 아무 말이 없었다.그래서 궁금하던 차에
소대장이 불러서 가봤더니  너 OOO 아느냐고 묻더니,지나가는 말로 넌 25사단 병력 아니라고
이야길 해주었다.

보통 사단 훈련소에서는 수색대,군악대,기무사 등등  다양한 병과를 차출하러 나오기 하는데
필자는 사단 병력이 아니라서 사단 군악대에 차출을 할 수 없었다.필자는 25사단 병력이 아니라
상급 부대인 1군단 병력으로 306 보충대에서 부터 내정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필자가
군대에 입대를 하자마자,우리 부모님은 온갖 아는 사람을 동원해서 나름대로 빽을 써서
상급 부대로 뺐던 것이다.

그 당시 25사단은 GOP 철책 근무를 하는 사단으로 어느 연대로 배속 받는가에 따라서 군생활 동안 철책근무를 2번 하고 제대하기도 하고 1번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25사단이 아니라는 사실에 너무 감사(?)했다.


25사단 훈련소에서는 초기부터 어느 부대에 배치되면 힘들고 어렵기에 훈련병끼리
서로 기분 나쁘게하면 하는 욕이 있었다.

"에이 그지 같은 늄..특공연대에나 가라"

그 당시 25사단의 훈련에 게릴라로 작전에 투입되었던 병력이 701특공연대이기에 25사단에서는
701특공연대가 힘들고 빡세다는 말이 돌았기 때문이다.

무사히(?) 25 사단 훈련소를 퇴소한 필자는 1군단 병력이므로 1군단 사령부로 가서 대기했다.
그런데 여기서 군대의 병과를 잠시 설명해보자.군대 갔다 온 사람은 다 알겠지만...

모든 부대는 상급 부대가 편하다.즉 연합 사령부,군 사령부,군단 사령부가 저 밑에 XX 사단 OO연대
XX 대대 OO중대 100 (소총수)보다 훨씬 편하다.그래서 상급 부대에 서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1군단에 도착해서 대기를 하면 여기서부터 다시 군단 직할 부대로 배치를 받는데,
정찰대,특공연대,통신대,화학대,헌병대 등등이다.하지만 이런 직할 부대보다 1군단 사령부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좋다.

필자는 속칭 빽을 잘못 써서 1군단 사령부에 근무하지 못하고 직할 부대로 배치를 받은 것이다.
아니 빽을 썼으면 썼지,어떻게 빽을 잘 못 썼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군대에는 보직에 대한 수 많은 청탁이 들어온다.예를 들어 별 4개 짜리 장군이 빽을 쓰면
별 1개짜리 청탁은 그냥 묻히게 되는 것이다.즉 필자의 빽은 1군단까지는 가능했지만
군단 사령부의 쟁쟁한 빽에 밀려서 701 특공연대로 가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서 한 가지 더 사례를 들어 주겠다.

필자의 동생은 석사 장교였다.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석사 학위를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고 장교로 임관해주는 제도이다.석사 장교는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가기 어려운 
고학력자들이 선호하는 시험이라서 굉장히 치열했다.

필자의 동생도 시험을 치르고 불합격 되었다는 통보를 아는 지인을 통해 미리 알고 낙담을 했는데
그 소식을 들은 다른 지인이 한번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정규 발표때에는 합격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원래 5명 선출을 하는 인원이라면, 그 중에 고위 공무원과 장군의 청탁으로 2명이 중간에
들어 와서 시험 성적으로 뽑힐 2명이 탈락하게 된 것이다.이런 사정을 알게 된 지인이 바로 군감찰에
고발한다고 협박을 해서 시험 성적대로만 선발을 하게 된 것이다.

과연 이런 사례들이 가능할까?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번 국정 감사에서 나온 이야기를 해보겠다.

 

현재 육군 사병으로 근무하는 현역 장성의 아들 32명중 일반 전투병으로 복무하는 사람은
6명 (18.7%)으로 육군 전체 전투병 비율(50%)과 비교하면 필자의 말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

여기에 지금 한참 사병들 사이에서 가장 각광받는 해외 파병을 보면 장군의 아들 중 6명이나
해외 파병되어 있는 것을 보면 당연하게 좋은 보직을 장군의 아들들이 쉽게 갈 수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군대에서 운전 병과로 근무를 했지만,(실제로 수송부 생활이 아니라 일반 전투 소대원들과
함께 생활) 가끔 군단 사령부나 육군본부에 가보면 운전병들의 빽이 장난이 아니었다.
어디 군단장 아들,어디 연합사 조카,청와대 비서관 사촌 등등 수 많은 인맥과 지연으로 좋은 보직을
그들이 독점하는 것을 쉽게 알 수있다.

특히,필자의 형님은 과천에서 근무를 했는데,그 부대는 고학력을 비롯해서 정계,재계를 비롯한
사회 저명 인사와 고위급 인물들의 친인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연히 군대를 가야하는 대한민국 사회이지만,현실은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총리,여당 대표를 비롯한
고위 장관들이 군대를 면제 받았다.여기에 대한민국의 사회 지도층 인사 자녀들의 병역 면제율을
보면 기가 찬다.

군대를 가지 않아도 문제이지만,군대에 가서도 빽과 권력자들이 모든 기득권과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공정한 사회라고 떠들어도
믿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의 배려(?)에 필자는 조금은 힘들었다는 701 특공연대에 가게 되었던 사실을 처음에는
후회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살아간다.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는 고위층들의 비리와 무한 권력에도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은
보직에 상관없이 열심히 군복무를 하고,군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빽써서 군생활 편하게 한 사람들은 군대 이야기를 해도 별로 인정 못받는다.
군대는 그냥 군인답게 몸 건강하게만 제대하는 것이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