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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청강부대와 모래 채취했던 나의 육공트럭


4대강 사업을 위해 청강부대라는 부대를 만들어서 4대강 사업을 매진하는 모습의 방송을 시청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필자는 임진강과 가까운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701 특공연대로
자대 배치받아 생활했지만,수송부 생활은 별로 하지 못하고,대대 파견 생활을 주로 했습니다.

대대 생활을 (701특공연대는 3대 대대로 구성된 연대 병력이지만 인원은 1개 보병 대대 수준)하면서
수송부로 내려가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전투장비지휘검열 이라는 전체적인 검열과 봄과 가을에 하는
장파리 모래 채취 작업입니다.

모래 채취 작업은 한마디로 모래를 채취해서 부대 내 작업을 하거나 기타 사업에 쓰는 것을 말합니다.


청강 부대의 모습과 제 군생활 당시의 모래 채취 작업을 비교해보면서,왜 대한민국 군인들이 다시는
군대에 가고 싶지 않은 지 느끼고자 합니다.


청강부대는 공병대대답게 15톤 덤프 트럭을 사용합니다.저는 우측에서 보듯이 속칭 육공 트럭
원래는 2 1/2톤,또는 두돈반이라고 불리는 트럭을 운전했습니다.제가 운전했던 육공 트럭은
제조연도가 아마 197X년도로 기억을 합니다.제가 군생활을 했을 때가 1992년이었으니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육공 트럭의 특징은 파워 핸들이 아닙니다.그래서 좁은 곳에 주차하려면 한 몇 수십번은 앞뒤로
움직이며 속칭 후까시를 주면서 핸들을 돌려줘야 겨우 움직입니다.

엔진 소리가 워낙커서 운전석과 조수석에 있는 사람들끼리 대화가 안 됩니다.그래서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야 대화가 됩니다.에어컨 없습니다.히터 있는데 오래 틀면 머리 아픕니다.

중요한 것은 트럭이 펑크나면 거의 죽습니다.볼트 하나 풀려면 커다란 쇠파이프를 하나 끼고
위에서 올라타야 겨우 돌릴 수 있습니다.타이어를 갈 때에는 곡괭이를 써서 링을 빼기 때문에
저처럼 곡괭이를 잡아 보지 않은 사람은 수송부가서 무지 고생합니다.



제가 매년 갔던 장파리는 임진강변을 말합니다.그런데 이 장파리에는 고운 모래가 유명하고
아주 모래의 질도 좋습니다.그래서 공사장이나 연병장에 깔면 아주 딱 맞습니다.

대한민국 군대는 가난합니다.그래서 부대 개보수를 하거나,어떤 막사나 시설을 만들 때
이렇게 장파리와 같은 곳에 가서 모래를 채취해서 사용하기도 하고,이 모래와 시멘트를
민간 철물점에 가서 교환(?)하기도 합니다.

제가 모래 채취를 했던 장파리에는 매년 모래 채취를 위해 공병대대가 상주하기도 하는데
저희 부대는 공병 대대가 아니므로 트럭이 몰고 장파리에 갈 때에는 반드시 1개 소대
12명을 태우고 갑니다.

장파리에 도착하면,12명의 소대원들은 모래를 두돈반 ,육공 트럭에 삽으로 퍼서 올립니다.
보면 알겠지만 두돈반 차량의 높이는 꽤 높습니다.그래서 그냥 삽질을 해서는 안되고
엄청 삽질을 위로 힘주어서 퍼 올려야 합니다.


15톤 덤프 트럭에 저 포크레인으로 몇 번 푸면 되는 일을 저희 부대원들은 거의 1시간 넘게 삽으로
두돈반을 꽉 채워야 합니다.속칭 노가다입니다.아니 어쩌면 노가다보다 더 힘듭니다.
뙤약볕에서 웃통을 젖히고 이런 작업을 하루에도 수차례 합니다.

보통 공병대대가 파견 근무를 나가니 편하다고 하는데,아닙니다.장파리에 있던 공병대대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그들 나름대로 미칩니다.하루종일 포크레인 작업만 하다가 제대하면 대우도 못 받고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작업하면 탈수현상은 물론이고 병력도 없이 혼자 일해서 낙도 없습니다.
(물론 쫄다구일때에는 좋겠지만,지겨운 군생활의 낙은 전우들과 노가리 까는 재미가 있죠,.)

저희 부대에서도 장파리에 가는 병력은 군생활에 찍힌 저 같은 운전병이나 대대에서 잘못한 병력의
얼차려와 같은 처벌이었습니다.제 동기나 잘 나가는 운전병들은 이런 곳에 절대 안갑니다.
서울 가락시장 운행이나,대대,연대장 운전병으로 빠지고 한여름에도 에어컨 틀고 삽니다.


청강 부대원들의 일상을 보면서 제 군생활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입니다.바로 아침 점호입니다.
수송부는 차량 점호라고 차량 앞에서 일직사관이 명령하면 하나씩 점검을 합니다.라이트 점검
냉각수 점검,브레이크 오일 점검 등등.

매일 아침마다 차량 점호를 하고 하루 종일 뙤약볕에 가서 작업하고,또 들어 와서는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차량 세차를 해야 합니다.만약 차량이 더럽거나 차량을 세차하지 않으면
바로 구타를 당하거나 욕을 먹습니다.(지금은 구타가 없겠지만)

만약 저녁까지 작업이 늦게 끝나면 밥도 못 먹습니다.군대는 계급이 있지 않고서는 배식 시간이
넘으면 절대로 밥을 주지 않습니다.저도 장파리로 모래 채취 나가면 저녁 못 먹기 일쑤였고
밥 못 먹고 저녁을 보내면 왜 이리 서러운지 ㅠㅠ

청강부대는 4대강 사업을 위해 조직된 부대입니다.그런데 4대강 사업은 제가 했던 모래채취 작업과는
전혀 내용이 틀립니다.저희 부대의 모래 채취는 부대를 위한 작업이었지만,청강부대는 오로지
4대강 사업을 위해 조직되고 4대강 사업의 모래 준설을 위해 가동되고 작업을 합니다.

왜 대한민국 군대가 박정희 시대도 아니고 이런 작업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말로는 운전병들의 고급 운전 기술 습득과 4대강 사업비 절감 효과라고 합니다.

4대강 사업비의 0.01%도 안 되는 10억 절감액을 위해 170여명의 병력과 50대가 넘는 중장비가
동원되어서 4대강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저 부대의 소중한 병력은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은
4대강 사업을 위해 군대에 입대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군대의 일반병은 모두가 병역의무를 위해 군대에 왔습니다.그 병력이 어느 병과이든
열심히 군복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1970년대도 아니고,왜 멀쩡한 우리의 자식들이 건설직 일군도
아니고,새벽 5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뙤약볕에서 작업해야 합니까?

지금 대한민국 군대가 북한처럼 군인 동원해서 건설하는 천리마 운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김영삼 문민정부시절부터 군사 지역 이외에는 공병부대가 작업하지 않는 세상인데,어떻게
대한민국은 군사정부 시절처럼 거꾸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잘생긴 박동우 상병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군인이기에 명령이므로 열심히 4대강 사업에
동원되어서 일하고 있습니다.박상병이 무슨 죄가 있어서,군인으로서 해야 할 다른 훈련과
임무를 놔두고 4대강 사업에 투입되었을까요?

대한민국의 군대가 작업이 많아서,저처럼 서울 촌놈도 군 제대했더니 웬만한 건설 일용직보다
삽질을 잘하게 되어서 제대를 하여도,저들의 모습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고위층 자녀들과 재벌,언론사 사주의 자녀들은 군대도 안가는 세상을 원망하기도 이제 지쳤습니다.
그래도 멀쩡한 대한민국 군인을 동원해서 4대강 사업을 하는 것은 절대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 군인의 임무는 국민의 안녕을 위해 나라를 지키는 것이지,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쳐 모래를 나르는 임무는 아닙니다.

군대를 갖다 오지 않은 인물들로만 조직된 정부라도
제발 대한민국 육군 규정대로 군 복무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