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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본여행/관광/요리

일본 온천에서 하룻밤을

온천에서 보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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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야(奈良屋)의 정문. 130년 전통의 나라야는 유바타케(湯畑)바로 옆에 위치한 목조 3층 건물의 온천여관이다.

 

 

 

일본은 전국 각지에서 솟아나는 온천이 26,000여개가 넘을 정도로 온천의 나라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발달된 탐사기술과 굴착기술로 일본 어디를 파든지 대체로 온천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 온천은 일본인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오래전부터 온천을 즐겼던 일본인들이기에 온천을 즐기는 방법도 유별난지도 모른다.
일본의 혼슈(本州)의 중심에 위치한 군마현(群馬縣) 북서부에 위치한 쿠사쓰(草津)는 온천의 나라,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지 중의 하나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쿠사쓰의 온천을 발견한 것은 고대의 전설적인 영웅인 야마토 타케르고도 하고, 8세기경의 승려인 교키(行基)라고도 한다.

 

오래된 일본 온천역사 속에는 불교의 승려가 자주 등장한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 상처나 병을 치료해주던 온천은 신비한 힘을 가진 은혜로운 존재였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고명한 승려와 온천을 결부시킨 설화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된다.
버스터미널에서 여관을 향해 걸으며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 온 것이「유바타케(湯畑)」라고 불리는 온천이 솟는 거대한 원천지였다. 쿠사쓰의 온천은 자분천(自噴泉)이라는 지표까지 솟아나는 온천이다. 온도는 56℃로 그대로 온천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뜨거워「유바타케(湯畑)」라는 이름대로 나무로 논처럼 막아 온천수를 식히는 것이다.「유바타케(湯畑)」주변은 광장처럼 사람들이 모여 쉴 수 있는 장소로 되어 있다.
 
오랜 전통의 여관들은「유바타케(湯畑)」근처에 많지만, 오늘 밤에 묵을 나라야(奈良屋)도 13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한다. 노렌(영업중임을 알리는 점포 앞에 거는 천)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가면 반토(지배인)가 우렁찬 목소리로 맞이해준다.
프론트에서 숙박절차를 마치고 접객 담당인 나카이(仲居)의 안내로 방으로 향한다. 온천에 관한 사항, 예를 들면 욕탕의 장소와 들어가는 방법 등을 설명하므로 주의 깊게 들어 두는 것이 좋다.
 
요즘 온천여관의 대욕실은 오전중부터 낮시간에 걸친 청소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언제든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많으며, 또 욕탕의 크기에 차이가 있는 경우 남녀 공평하도록 시간을 정해 놓고 교대로 들어가는 곳도 있다.
방에서 쉬고 있으면 나카이(仲居)들이 차를 끓여 준다. 차에는 대개 그 지역특산의 일본식 과자가 곁들여 나오지만 야채절임이나 쓰쿠다니(조림) 등 짭짤한 것이 나올 때도 있다. 이 때 저녁식사 시간을 확인한다. 대개 숙박요금에 저녁과 아침, 두 끼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식사를 하는 장소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여관도 늘어나고 있지만, 옛 전통대로 하는 온천여관에서는 대개 방까지 가져온다.
욕실에 갈 때는 유카타(浴衣)를 갈아입고 가는 것이 좋다. 온천으로 달아오른 몸에 유카타의 무명이 닿는 촉감이 좋기 때문이다. 쌀쌀한 계절에는 온천에서 나온 몸이 식지 않도록 유카타와 함께 준비된 하오리(羽織)와 탄젠(丹前)이라는 두루마기를 걸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좋다. 일본 호텔에 반드시 유카타가 준비되어 있는데, 이 전통의 뿌리는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통, 호텔에 묵을 때는 유카타를 걸치지 않는 나도 온천여관에서만은 역시 유카타와 하오리나 탄젠을 걸치지 않으면 기분이 나지 않는다.
여관에 도착한 후, 일단 온천욕을 하고 식사를 마친 다음, 자기 전에 다시 한번, 다음날 아침에 거듭해서 온천욕을 즐긴다. 온천에 묵으면 대개 하루에 몇 번이고 온천에 들어간다. 모처럼의 온천이기에 몇 번이고 들어가고 싶겠지만 몸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온천에 너무 많이 들어가면 몸이 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일본어로는 유아타리라 한다. 욕탕 천정에 바람이 통하도록 설계를 해 놓은 것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겨울에는 욕탕이 춥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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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객실은 다다미 8장(약 13m² )넓이가 보통이다. 이 방에서 아침과 저녁을 먹고 밤에는 이불을 펴고 잔다.
아래/방에는 차와 과자, 야채절임 등이 준비되어 있다.
쿠사쓰의 온천은 특히 성분이 강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살균력이 강하다는 효능이 알려져, 항생물질이 없었던 시대에는 전염병 치료에도 이용됐다고 한다.


어느 여관이든 유카타(사진 위)와 하오리(왼쪽)가 반드시 준비되어 있다. 여관 안에서나 외출할 때도 유카타만으로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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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야의 원형 석조 대욕실. 이 밖에도 노천탕이나 가족탕이 있다. 연한 백색을 띤 이 온천은 유황분이 강해, 각종 질병에 좋다고 한다.

지금은 온천에 간다고 하면 1박을 하는 것이 주류이지만, 이전에 온천에 간다는 것은「토우지(湯治)」라고 해서 요양하기 위한 목적이 많았다. 1주일을「히토마와리(一廻)」라 해서, 하나의 단위로「후타마와리(二廻)」또는「미마와리(三廻)」식의 장기체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단기간의 토우지(湯治)가 각지에서 일반화된 것은 18세기경부터이다. 또,여행을 목적으로 하룻밤을 묵는「하룻밤 토우지(湯治)」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이것이 1박2일을 기본으로 한 오늘날의 온천여 행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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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여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오카미(女將)」(맨왼쪽사람)는 바쁜 업무 중에도 정성을 다해 손님을 배웅한다. 오른쪽
가운데/현관에 나란히 놓인 나막신. 온천여관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오른쪽
오른쪽/밤이 되면 객실담당이 이불을 깐다. 대개 손님이 산책이나 입욕을 위해 방을 비운 사이에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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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타케 주변은 온천을 즐기는 손님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성황을 이룬다.
왼쪽/입욕후에 쿠사쓰 거리를 산책하는 숙박객.
중앙 위/쿠사쓰의 명물 중 하나인 유바타케에서 채취한 천연 입욕제「유노하나(湯之花)」를 파는 노점상.
중앙 아래/전통있는 온천지의 정서를 찾아 젊은 숙박객도 늘어나고 있다.
오른쪽/유바타케 옆에 설치된「유케무리테」는 온천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인기시설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머지않아 온천여행은 온천만을 위한 여행이 아닌 그 지방의 맛과 정서, 그리고 연회를 즐기는 일본인들의 대표적인 레저가 되어갔다.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60~70년대의 고도경제성장시대가 되 면서 사람들은 회사내 대인관계를원활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단체여행을 기획해 온천에 오기 시작했다. 경제성장으로 연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온천지에는 그런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도시호텔 같은 대형여관이 생겨났다. 경제 번영에 매진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것도 온천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단체객이 감소하면서 여관의 역할도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경향이라고 한다. 온천여관이 대형화하던 시대에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던 소규모 여관들이 요즘 인기가 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일본식 여관에서도 실내의 비품들을 발리의 리조트호텔에나 있을법한 의자나 테이블 등을 사용하는 등, 기존개념을 깨는 다양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날 일본의 온천은 언제나 그 모습을 바꿔가며 일본인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어설프게 전통을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도 안 좋지만, 온천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할 수 있는 존재라면 작은 변화도 좋다고 생각한다.
여유롭게 온천을 즐기고 배가 고플 무렵이면 나카이들이 저녁을 방까지 가져온다. 산간마을 온천답게 산나물 중심의 음식이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낸다. 석양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인다.
식후에는 마을을 산책하러 가기로 했다. 현관에는 손님이 벗어 놓은 구두가 치워지고 게타(나막신)가 놓여져 있다. 걸을 때마다 똑딱똑딱 울리는 나막신 소리가 상쾌하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모인 듯 색색의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몇몇이서 모여 다니고 있다. 산 속의 밤바람이 좀 쌀쌀하지만 여관에 돌아와 다시 온천에 들어가면 된다.
방으로 돌아오면 저녁상이 치워지고 이불이 깔려 있다. 문득 오카미(女將, 여주인)의 말이 떠오른다. 「요즘은 젊은 손님도 많지요.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다다미 생활 자체가 드문 체험이라 생각합니다.」
나도 젊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침대에서 자고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러니 이렇듯 같은 방이 식사를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하고 잠을 자는 공간이 되기도 하는 것은 신선한 체험이다.
일본인에게 온천은 옛모습대로의 일본인의 생활양식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튿날 아침도 좋은 날씨였다. 부드러운 아침햇살이 욕탕 창으로 들어오고 그 햇살이 매끈매끈한 온천물 위로 반짝인다. 조금 나른하던 몸이 따뜻해 지고 온몸에 생기가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온천에서 한때를 보내는 행복을 느끼는 것은 이런 아침의 한때이기도 하다.
아침욕을 하고 돌아오면, 이불이 개어져 있고 아침식사 준비가 되어있다. 아침의 온천욕이 좋은 운동이 되는지, 아침욕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배가 고파 있다. 온천수로 천천히 반숙으로 익힌「온센다마고(溫泉卵)」의 매끈매끈한 감촉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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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안내】
나리타공항(成田空港)에서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고 도쿄역(東京驛)에서 죠에쓰신칸센(上越新幹線)으로 갈아 타고 카루이자와역(輕井澤驛)에서 내린다. 다시 버스를 타고 종점인 쿠사쓰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소요시간은 나리타에서 도쿄역까지 약 1시간 30분, 도쿄역에서 카루이자와역까지 70분. 버스는 약 1시간 20분.
<나라야 홈페이지>
http://www.kusatsu-naraya.co.jp/
(일본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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