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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청와대에 내려진 특명 '내년 총선 올인'

 

 

청와대가 내년 총선에 올인하겠다는 특명을 받았나 봅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총선 예상 출마자만 무려 12명입니다. 청와대 관련 인물들의 총선 출마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청와대 인물들의 총선 대거 출마로 속이 탄 사람들은 친박이나 비박을 막론한 여당입니다. 12명 중 7명이 현재 새누리당 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구 출마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공천에 청와대 출신들이 특혜를 받는 것은 당연지사이기에 벌써 불안하기만 합니다.

 

특히 청와대 출신 중 무려 4명이나 대구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에 숟가락을 얹겠다는데 '박근혜의 남자','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보필한 남자'라는 타이틀만으로 이들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볼 정도로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구를 제외하고 청와대 출신들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행 전 대변인은 서울 중구,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서울 서초갑 출마가 예상됩니다. 민경욱 전 대변인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있는 인천 연수구 출마가 예상되는데, 아마 공천 막판 등에 조정이 될 가능성도 큽니다.

 

도대체 청와대 인물들이 총선에 대거 출마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청와대가 총선에 올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레임덕을 막아라'

 

청와대 인물들의 총선 출마는 차기 국회를 박근혜 대통령의 든든한 아군 내지는 박근혜의 사람들로 채워 레임덕을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총선이 끝나고도 1년 8개월의 대통령 임기가 남습니다.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닙니다. 만약 국회마저 레임덕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밀어주지 않는다면 정말 오리처럼 기우뚱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국민들의 삶과 대한민국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 국무회의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단지 메아리뿐인 것 같아 통탄스럽다.'라며 국회가 자기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진 트라우마 중의 하나가 배신에 대한 민감함과 극도의 분노입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를 믿지 못하고 청와대 인물들을 총선에 내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8년 공천 탈락 뒤 급조된 친박연대처럼 강력한 박근혜 대통령의 충신들을 모아야 레임덕을 막을 수 있고, 국회를 장악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회를 움직여야 마지막 히든카드로 내세울 '개헌'도 가능합니다. 국민이 아닌 자신의 권력을 위한 국회 장악을 위해 청와대 인물들을 총선에 내보내는 것입니다.

 

'노골적인 총선 개입'

 

청와대 출신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나서자 박근혜 대통령은 그들을 지지해달라는 노골적인 총선 개입에 나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월 10일 국무회의 발언에서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한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충신들을 말합니다. 국회에 가서도 박 대통령의 말을 잘 듣고 그녀의 지시를 따를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박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한 사람'입니다.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박근혜의 남자들'이라 읽는 그들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공천이나 선거에 적극나설 것입니다. 여론을 움직여 아예 국회를 물갈이해야 한다며 '국회 심판론'으로 총선을 치를 전략도 보입니다.

 

새누리당이라도 자신의 사람이 아니라면 낙선시키고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단호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 무섭습니다.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이 한국 정치를 뒤흔들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 오히려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

 

청와대 출신들이 총선에 나가면서 이제 새누리당이나 보수진영 후보들은 무조건 충성 경쟁을 해야 살아남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국민을 향한 충성 경쟁이 아닌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우박충정'(憂朴衷情)을 보여야 합니다.

 

 

안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성하고 밖으로는 '박근혜 마케팅'을 해야 살아남는 것을 아는 후보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과 영상을 배치하며, 자신과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총선 때마다 박근혜 마케팅은 늘 나왔지만, 내년 총선은 더 심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공천 전에 눈도장을 받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 지시 또는 추진 법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표결하는 행태가 보일 것입니다. 국민, 유권자, 지역구민의 의견보다 항상 박근혜 대통령의 안색만을 살피는 내시와 같은 모습이 국회에서 벌어질 듯합니다.

 

특권을 내려놓는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그 특권을 이용해 더욱 권력을 철옹성처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들며 선거와 국회까지 장악하려는 행동을 보면 겁이 납니다. 도대체 남은 임기에 얼마나 더 무서운 일들을 하려고 하는지.

 

총선에 개입해 청와대 인물들로 국회를 장악, 레임덕을 막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우는 '민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투표 전에 국민들이 곰곰이 생각해보길 간곡히 권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