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2015.11.03 07:22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행정예고 절차가 11월 2일 자정으로 끝났습니다. 교육부는 행정예고가 끝나자마자 11월 3일 오전에 확정 고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교육부가 서둘러 확정 고시를 하는 이유는 거세게 반발하는 국민 여론 때문입니다. 국정교과서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반정부 여론이 들끓고 있어 새누리당은 하루빨리 법적 절차로 가기 원했고,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11월 3일 확정 고시될 예정입니다.

 

국정교과서의 마지막 관문인 확정 고시를 하면 교육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은 한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 추진은 위법 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법을 어기고 있는지 조사해봤습니다.

 

'행정절차법을 어긴 교육부'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든지 예고된 입법안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행정청은 해당 법안에 대한 의견이 제출된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 처리하고, 의견을 제출한 자에게 그 제출된 의견의 처리결과를 통지해야 합니다.

 

 

 

이 내용은 '행정절차법 제44조'에 명시된 법입니다. 법률로 규정된 내용과 절차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교육부는 이 행정절차법을 제대로 지켰을까요?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교육부 국정화 이의신청 팩스 꺼져 있었다(한겨레 신문) 

 

한겨레에 따르면 한국사 국정화 관련 의견제출을 팩스로 받아야 할 교육부가 아예 팩스를 꺼놓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겨레 기자가 역사교육지원팀을 방문했을 때 꺼졌던 팩스가 다시 켜졌고, 이의제기 문서가 계속해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IT강국이라 외치는 한국에서 의견제출을 팩스로 받는 자체도 꼼수였지만, 아예 팩스를 꺼놓고 의견제출을 받지 않았다는 자체가 징계 내지는 위법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 10월 30일 오후 교육부에 도착한 '국정화 반대' 팩스 의견서 일부. ⓒ 윤근혁

 

교육희망 윤근혁 기자가 ('국정화 의견' 듣는 전화, 벨소리가 안들렸다:교육희망) 의견제출 전화번호를 받지 않는다는 제보를 받고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화벨 소리를 줄여 아예 전화를 못 받는 상태였습니다. 시민들이 제출한 팩스 의견서만 수백 장이 넘었습니다. 교육부는 처리 결과를 홈페이지에 일괄 공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견제출은 전화나 팩스 우편으로만 받고 처리는 홈페이지에 하겠다는 교육부의 행태를 보면 행정절차법에 따라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11월 3일 관보 처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결과'

 

교육부는 11월 3일 전자관보에 국정교과서 확정 고시를 게재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11월 2일 자정에 끝난 의견 처리를 제대로 했다면 11월 3일 전자관보에는 나올 수 없습니다.

 

<관보예규>

제7조(관보 게재의뢰 접수 및 관보게재일)

①관보의 게재의뢰 접수마감은 근무일 14:00로 한다.

②관보 게재의뢰가 접수마감 내에 접수된 경우에는 접수된 날로부터 3일째 되는 날에 발행되는 관보에 게재한다. 다만, 접수마감 후에 접수된 경우에는 접수된 날로부터 4일째 되는 날에 발행되는 관보에 게재한다.

③제2항에도 불구하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대한민국 법률로 지정된 관보 예규를 보면 관보의 게재의뢰 접수마감은 근무일 오후 2시입니다. 11월 2일 의견제출을 제대로 받았다고 가정해도 11월 3일 오전에 관보 게재 의뢰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11월 3일 오전에 한다면 의견 제출도 검토하지 않고 관보게재 의뢰를 사전에 했다는 뜻입니다.

 

관보예규에는 11월 3일에 관보를 접수해도 3일째 되는 날에 발행되는 관보에 게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빨라도 11월 5일 목요일 내지는 금요일에 게재가 가능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일이 이토록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입니까?

 

'전자관보가 아닌 종이관보가 원칙'

 

교육부는 종이관보가 나오는 시기를 앞당겨 전자관보로 빨리 확정 고시를 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전자관보가 아닌 종이관보가 원칙입니다.

 

조례 및 규칙의 공포가 게재된 지방자치단체 공보(公報)의 발행방법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0조 관련) [법제처 10-0134, 2010.6.21]

【질의요지】「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0조제1항에 따른 조례 및 규칙의 공포는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보(公報)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례와 규칙의 공포를 종이로 된 인쇄물 형태의 공보(종이공보)로 하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전자적 형태의 공보(전자공보)로만 하는 것이 가능한지?

 

【회답】「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0조제1항에 따른 조례 및 규칙의 공포는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보(公報)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례와 규칙의 공포는 종이로 된 인쇄물 형태의 공보(종이공보)로 하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전자적 형태의 공보(전자공보)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종이관보가 아닌 전자관보로만 조례나 규칙 등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교육부가 행정 절차를 이메일 대신 팩스로 받겠다고 떳떳하게 주장했던 이유는 이런 종이 문서 등이 기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전자관보나 종이관보가 왜 이토록 중요하냐면 날짜 때문입니다.

 

<법적 효력과 관보의 중요성>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 제12조(공포.공고일) 제11조의 법령 등의 공포일 또는 공고일은 해당 법령 등을 게재한 관보 또는 신문이 발행된 날로 한다.

① 관보일자설

② 인쇄완료시설

③ 발송절차완료시설

④ 최초구독가능시설<통설>

⑤ 지방분포시설 나.판례 : 최초구독가능시설(최초구독가능시설)

 

법령 등 법률은 효력을 언제로 잡느냐가 중요합니다. 보통은 공포일 또는 해당 법령 등을 게재한 관보 또는 신물이 발행된 날로 하는데, 여기에서도 몇 가지 차이가 납니다.

 

<대법원 판례>

①  대통령령이 ‘69.5.19자 관보에 수록되어 있기는 하나 실제에 있어서 발행된 일시가 ’69.5.21 오후이면 이를 효력발생의 시점으로 한다.(대판 70누126(‘70.12.23) )

 

②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하기로 한 법령 등의 시행일은 그 법령이 수록된 관보의 발행일자가 아니고 그 관보가 정부간행물 판매 센타에 배치되거나 지방관보보급소에 발송된 날이다. (대판70누76(‘70.7.21))

 

③ 관보게재일이란 관보발행 일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송달문서의 내용을 게재한 관보가 인쇄된 뒤 전국의 각 관보보급소에 발송 배포되어 이를 일반인이 열람 또는 구독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 최초의 시기를 뜻하는 것이다. (대판69누129(‘69.11.26))

 

④ 국가배상법이 ‘67.3.3.자 관보에 게재되었다 해도 실지로는 ’67.3.9에 인쇄 발행되었다면 위 법이 공포된 날짜는 3.9이다. (대판68다1753(‘68.12.6) )

 

대법원 판례를 보면 관보에 수록된 날보다 발행된 날짜 또는 종이관보를 읽을 수 있도록 배포한 날, 인쇄된 날 등이라고 결정했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확정 고시가 무조건 11월 3일에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교육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이 강하게 밀고 나가는 국정교과서 확정 고시는 요소요소 행정소송까지도 갈 수 있는 위법적인 요소가 많이 내재해 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읽기도 힘든 법률을 빼곡하게 적으며, 국정교과서 확정 고시가 위법인 요소가 많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법치국가에서는 법을 통해 판단하고, 법을 기준으로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국민 누구나 정부가 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해야 하고, 만약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비판해야 합니다.

 

법이 왜 중요하냐면 초,중등교육법의 법률이 바뀌었다면 대통령이나 교육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교과서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돼있습니다.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는 '국정도서는 교육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교과목의 교과용 도서로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돼 '대통령령'이 아닌 '따로 법률'로 규정되었다면, 대통령이나 교육부 장관이 함부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이라도 법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추진을 보면 법 위에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서 있는 듯합니다.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만든 역사교과서, 아이들에게 뭐라 말할 수 있을까요? 너희가 배우는 교과서는 불법으로 만든 교과서라고 가르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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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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