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2015.10.28 07:57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42분 연설을 하는 동안 박수가 53번 나왔습니다. 47초마다 박수가 나온 셈입니다. 박수를 받은 그녀의 연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말입니다.

 

'한 사람의 큰 걸음보다 백 사람의 한 걸음씩이 더 크듯이, 우리 경제의 힘찬 재도약과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갑시다.'(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 

 

오마이뉴스 사진부에서 친절하게 그녀의 연설이 왜 중요한지 동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했던 '한 사람의 큰 걸음보다'의 대목은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에 나온 말입니다.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국가를 세운 레닌도 이 문장을 인용해 연설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한 사람의 큰 걸음보다 백 사람의 한 걸음씩이 더 크다'는 말의 배경과 그 의미를 안다면, 그녀는 분명 우리 사회에서 좌파라고 부르는 사람이라고 봐야 합니다.

 

'막심고리키의 소설 '어머니'와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는 막심 고리키의 고향 근처인 소르모보 공장에서 일어났던 '표트르 자르모프 모자 체포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소설입니다. 빠벨의 어머니 닐브로나는 술주정뱅이 노동자 남편에게 맞고 사는 평범한 아내이자 어머니입니다. 희망이 없는 공장 노동자의 아내로 살던 닐브로나는 남편이 죽자 술도 마시지 않고 독서만 하는 아들 빠벨이 걱정됩니다. 아들 빠벨은 노동운동을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메이데이(노동절)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됩니다.

 

아들의 체포를 통해 어머니는 노동운동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감옥에 갇힌 빠벨을 대신해 전단지를 몰래 돌리면서 혁명가의 어머니로 불립니다. 빠벨과 동료들이 시베리아 유배형을 받자 어머니는 재판에서 했던 아들의 연설문을 배포하기로 합니다. 삐라를 가지고 가다 헌병에 잡히는 순간 어머니는 삐라를 뿌리며 사람들에게 간절히 호소합니다. 소설은 어머니가 헌병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끝이 납니다.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삶은 비슷합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온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붙였고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말을 남기고 쓰러집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방치됐던 전태일은 어머니 이소선 여사에세 "어머니, 내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대신 이뤄 주세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숨집니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아들의 유언에 따라 노동운동가로 활약했습니다. 노동운동가들이 이소선 여사를 가리켜 어머니라고 부르는 모습은 막심고리키의 소설에 나오는 빠벨의 동지들이 닐브로나를 어머니로 부르는 소설 속 장면이 현실로 나온 느낌마저 듭니다.

 

'불온도서 막심 고리키 '어머니'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는 출판과 동시에 러시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작품이 연재됐던 잡지는 압수당하고 폐기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부가 연재됐지만, 검열 때문에 곳곳이 심하게 삭제당했습니다. 지하판본이나 필사한 노트가 돌아다녔습니다. 

 

 

독재정권 시절의 한국에서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는 불온서적이었습니다. 1985년 전두환 정권은 305종의 불온서적을 발표하는데,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도 포함돼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기도 했습니다.

 

1980년 후반 운동권의 커리큘럼이나 '사회과학 학습을 위한 도서목록', '필독 리스트'에는 항상 막심고리키의 어머니가 포함됐습니다. 아마 70~80년대 운동권에 조금이나마 몸을 담았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어머니를 읽어봤을 정도입니다.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는 당시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 이소선 여사와 심상정 국회의원,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려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매일노동뉴스

 

심상정 의원은 '당당한 아름다움'에서 고리키의 소설을 말하면서 자신이 남성중심의 학생운동 중심에서 '여 총학생회' 등을 설립한 과정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는 단순한 노동운동이 아닌 평범한 여성이 왜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지 깨닫는 과정과 실천 방식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태일 열사 동상에 헌화하려고 찾아갔습니다. 그녀의 행보로만 본다면 박정희 독재시절 빨갱이로 낙인 찍혔던 전태일은 더는 반국가사범이 아니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는 전태일-박정희, 이소선-박근혜에서 나타나는 노동운동과 여성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놓고 본다면 이제 불온서적이 아닌 대통령이 인용할만한 서적이 된 셈입니다.

 

'우리의 강령, 이제 사장을 소환합시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인용했던 '한 사람의 큰 걸음' 이 대목이 나온 부분은 빠벨이 공장 노동자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공장 안 공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빠벨이 앞으로 나섰다.

 

"동지들, 우리는 교회와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뿐입니까? 쇠사슬과 돈도 만들었어요. 말하자면 우리는 살아있는 힘입니다.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기쁨을 안겨주는 힘 말이에요. 우리는 어디서나 앞장서서 일했지만, 늘 가장 밑바닥에 있었습니다. 지금껏 단 한 번이라도 우리에게 사람대접을 해준 자가 있습니까?"

 

"아무도 없어 !"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빠벨은 감정을 억제하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뭉쳐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본론을 얘기해라!" 누군가가 소리쳤다.

"방해하지 마라!" 양쪽에서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몇몇 사람들은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지한 눈길로 빠벨을 응시했다.

 

"동지들, 우리 자신 말고는 그 누구도 우릴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이것이 바로 우리의 강령입니다. 이제 사장을 소환합시다"

 

"사장을 불러내라!"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내 수십 명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니의 얼굴에 자부심이 어렸다.

(막심 고리키 소설 어머니 범조사)

 

빠벨은 노동가들 앞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힘을 합치고 뭉쳐야 한다면서 함께 나아가 사장을 소환하자며 '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1905년 러시아 노동자 14만 명은 8시간 노동제와 최저임금제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군인들은 총을 발포했고, '피의 일요일'을 계기로 러시아 혁명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러시아 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이나 박정희 독재시절 전태일이라는 청년이 겪은 현실과 별 차이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나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존경하시는 대통령 각하 옥체 안녕하시옵니까? 저는 제품(의류) 계통에 종사하는 재단사입니다. 각하께선 저들의 생명의 원천이십니다. 혁명 후 오늘날까지 저들은 각하께서 이루신 모든 실제를 높이 존경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길이길이 존경할 겁니다. 삼선개헌에 관하여 저들이 알지 못하는 참으로 깊은 희생을 각하께선 마침내 행하심을 머리 숙여 은미합니다. 끝까지 인내와 현명하신 용기는 또 한번 밝아오는 대한민국의 무거운 십자가를 국민들은 존경과 신뢰로 각하께 드릴 것입니다.

 

저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쌍문동 208번지 2통 5반에 거주하는 22살 된 청년입니다. 직업은 의류계통의 재단사로서 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직장은 시내 동대문구 평화시장으로써 의류전문 계통으로썬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것으로 종업원은 2만 여명이 됩니다. 큰 맘모스 건물 4동에 분류되어 작업을 합니다. 그러나 기업주가 여러분인 것이 문제입니다만 한 공장에 평균 30여명은 됩니다. 근로기준법에 해당이 되는 기업체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조금도 못 받으며 더구나 2만 여명을 넘는 종업원의 90%이상이 평균 연령 18세의 여성입니다.

 

기준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어떻게 여자에게 하루 15시간의 작업을 강요합니까? 미싱사의 노동이라면 모든 노동 중에서 제일 힘든(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노동으로 여성들은 견뎌내지 못합니다. 또한 2만 여명 중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연령 15세의 어린이들로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이들은 회복할 수 없는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인 것을 부인 할 수 없습니다. 전부가 다 영세민의 자녀들로서 굶주림과 어려운 현실을 이기려고 하루에 9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으며 하루 16시간의 작업을 합니다. 사회는 이 착하고 깨끗한 동심에게 너무나 모질고 메마른 면만을 보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각하께 간구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착하디 착하고 깨끗한 동심들을 좀더 상하기 전에 보호하십시오. 근로기준법에선 동심들의 보호를 성문화하였지만 왜 지키지를 못합니까? 발전도상국에 있는 국가들의 공통된 형태이겠지만 이 동심들이 자라면 사회는 과연 어떻게 되겠습니까? 근로기준법이란 우리나라의 법인 것을 잘 압니다. 우리들의 현실에 적당하게 만든 것이 곧 우리 법입니다. 잘 맞지 않을 때에는 맞게 입히려고 노력을 하여야 옳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 기업주들은 어떠합니까? 마치 무슨 사치한 사치품인양, 종업원들에겐 가까이 하여서는 안 된다는 식입니다.

 

저는 피끓는 청년으로써 이런 현실에 종사하는 재단사로서 도저히 참혹한 현실을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저의 좁은 생각 끝에 이런 사실을 고치기 위하여 보호기관인 노동청과 시청 내에 있는 근로감독관을 찾아가 구두로써 감독을 요구했습니다. 노동청에서 실태조사도 왔었습니다만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1개월에 첫 주와 삼 주 2일을 쉽니다. 이런 휴식으로썬 아무리 강철같은 육체라도 곧 쇠퇴해 버립니다. 일반 공무원의 평균 근무시간 일주 45시간에 비해 15세의 어린 시다공들은 일주 98시간의 고된 작업에 시달립니다. 또한 평균 20세의 숙련 여공들은 6년 전후의 경력자로서 대부분이 햇빛을 보지 못한 안질과 신경통, 신경성 위장병 환자입니다. 호흡기관 장애로 또는 폐결핵으로 많은 숙련 여공들은 생활의 보람을 못 느끼는 것입니다.

 

응당 기준법에 의하여 기업주는 건강진단을 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을 기만합니다. 한 공장의 30여명 직공 중에서 겨우 2명이나 3명 정도를 평화시장주식회사가 지정하는 병원에서 형식상의 진단을 마칩니다. X레이 촬영 시에는 필림도 없는 촬영을 하며 아무런 사후 지시나 대책이 없습니다. 1인당 3백 원의 진단료를 기업주가 부담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전부가 건강하기 때문입니까? 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실태입니까? 하루 속히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약한 여공들을 보호하십시오. 최소한 당사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정도로 만족할 순진한 동심들입니다. 각하께선 국부이십니다. 곧 저희들의 아버님이십니다. 소자된 도리로써 아픈 곳을 알려 드립니다. 소자의 아픈 곳을 고쳐 주십시오. 아픈 곳을 알리지도 않고 아버님을 원망한다면 도리에 틀린 일입니다.

 

저희들의 요구는

1일 14시간의 작업시간을 단축하십시오. 1일 10시간 - 12시간으로,

1개월 휴일 2일을 일요일마다 휴일로 쉬기를 희망합니다.

건강진단을 정확하게 하여 주십시오.

시다공의 수당 현 70원 내지 100원을 50%이상 인상하십시오.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기업주 측에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사항입니다. (전태일 열사가 박정희에게 보낸 탄원서)

 

박정희는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행위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조장했습니다. 러시아 혁명 시기보다 한국 노동자의 현실은 더 참혹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한 사람의 큰 걸음보다 백 사람의 한 걸음씩이 더 크듯이, 우리 경제의 힘찬 재도약과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갑시다.'고 말했습니다. 그녀가 주장했던 의미는 분명 노동자에게만 요구하는 희생이 아니라 재벌과 기업, 정부의 희생까지도 포함된다고 믿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계기가 됐던 전태일의 동상을 방문하고, 노동혁명 운동의 어머니를 말하는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를 인용한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노동개혁이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알고 있어야 마땅합니다. 설마 대통령이 자신이 하는 말의 배경이나 사상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말했을까요?

 

 

아이엠피터는 비밀 독립군도 갑자기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비밀좌파라는 오마이뉴스의 주장이 타당성이 있다고 봅니다. 비밀좌파 박근혜 대통령이 막심 고리키 소설 어머니에 나오는 빠벨처럼, 그의 어머니처럼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여성 대통령이 됐으면 합니다.

 

"과연 배를 채우는 것만이 우리가 바라는 유일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들 목덜미에 걸터앉아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자들에게 우리가 모든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결코 바보도, 짐승도 아닙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다만 배 채우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인간으로 살기를 하는 엄격한 인간, 그 자체인 것입니다. 우리는 또 적들에게 보여 주어야만 합니다. 그들이 얽매어 놓은 우리의 힘겨운 삶도 지적으로 그들과 동등해지고 심지어 그들보다도 훨씬 위에 서는 데 하등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바다를 이룰 만큼의 피를 흘려도 진실은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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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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