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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 흑돼지' 먹으러 왔다가 '미국산' 먹고 가지요

 

 

제주에 오는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먹거리입니다. 여행하면서 먹는 맛있는 음식은 일상에서 색다른 맛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제주에 살다 보면 '어디가 맛있어?'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메뉴가 '제주산 흑돼지'입니다.

 

전국적으로도 흑돼지는 많이 있지만, '제주산 흑돼지'는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제주에 오는 사람들은 '제주도 왔으니, 제주 흑돼지는 먹고 가야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자신 있게 '제주산 흑돼지'를 소개하기가 꺼려집니다. 그 이유는 제주산 흑돼지 먹으러 왔다가 수입산 먹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산,벨기에산 돼지고기를 제주산으로 둔갑시키는 제주 식당들'[각주:1]

 

제주에는 흑돼지나 제주산 돼지고기 전문점이 많습니다. 삼겹살부터 목살, 양념갈비까지 다양한 메뉴들이 있습니다. 

 

식당에 가면 '제주산','제주 흑돼지 전문점' 등을 당당히 내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돼지고기를 진짜 제주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XX가든은 미국산 돼지갈비와 미국산 돼지 목전지[각주:2]를 혼합하여 제주산+미국산 돼지갈비로 판매하다가 적발됐습니다.[각주:3]

 

제주산+미국산을 반반 섞은 고기를 사 먹는 손님들 입장에서는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미국산이고, 제주산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돼지고기가 전부  제주산 돼지고기가 아니면서도 '제주산+미국산'으로 표시하여, 사람들에게 미국산을 먹으면서도 마치 제주에 와서 제주산을 먹는듯한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제주 성산읍의 XX갈비는 벨기에산 뼈삼겹살과 미국산 목전지를 혼합하여, 생갈비는 제주산으로 양념갈비는 벨기에+제주산으로 삼겹살은 제주산으로 표기해서 판매했습니다.

 

제주산은 아예 있지도 않으면서도 제주산 삼겹살이라고 버젓이 판매했습니다. XX갈비의 간판에는 '흑돼지 전문점'이라는 표시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벨기에산과 미국산,독일 돼지들이 '흑돼지'가 됐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돈XX라는 업소는 헝가리산 돼지 목살과 제주산 돼지갈비를 혼합하여 양념갈비로 만든 후, 원산지 표시는 '국내산'으로 표시했습니다.

 

헝가리산과 제주 돼지가 혼합했다고 '국내산'으로 바뀔 수 있나요?

 

수입산을 제주산으로 속인 업소들은 대부분 수입산과 제주산을 혼합하여 판매했습니다. 조금은 양심에 찔렸는가 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주산과 수입산 돼지고기는 엄연히 다르며, 그 비율 또한 정확히 표시했어야 합니다.

 

'중국산 김치라고 왜 말하지 못하나?'

 

요새 식당은 김치와 쌀도 원산지 표시를 정확히 해야 합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나오는 밑반찬도 돈을 주고 먹기 때문에 어떤 음식인지 알아야 할 권리도 있습니다. [각주:4]

 

 

한국인이 밥을 먹으면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에서 고춧가루는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그러나 일부 식당에서는 배추는 국내산을 고춧가루는 값싼 중국산을 사용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고춧가루를 중국산을 사용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했으면서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일이 문제입니다.

 

제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했다고 표시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제주 식당 중에서 유독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이라고 속여,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곳이 많습니다.

 

 

제주시내 식당들은 중국산 배추김치를 국내산으로 표기해서 손님들에게 제공했습니다. 특히 중국산이면서 당당하게 배추도 고춧가루도 국내산으로 표기했습니다.

 

또한 관광객은 구이용 돼지고기가 아니라 무심코 넘어가는 국수나 돔베고기 등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를 마치 국내산처럼 속여 '제주산'이라고 표시한 업체도 상당수였습니다.

 

국내산이 비싸서 수입산을 썼거나, 아예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 중국산 배추김치를 제공합니다.'라고 했으면 오히려 더 솔직하다고 손님들이 인정할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 비싸고 불친절한 식당, 과연 제주의 미래를 위해 괜찮을까?'

 

제주로 여행 와서 4인 가족이 한 끼 식사를 하면 5만 원 정도는 쉽게 나갑니다. 관광지라서 비싸도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자체는 손님을 그저 돈 내는 하마로만 생각하는 얄팍한 상술에 불과합니다.

 

 

제주 여행 중에서 불만족했다고 응답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식당의 불친절과 바가지요금입니다. 비싸도 좋은 재료 쓰고 친절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싸구려 재료에 불친절하면서 가격까지 비싸다면 그 누구도 만족하기는 어렵습니다.

 

관광 산업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금방 홍보가 될 수 있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새처럼 '맛집 마케팅'이 성행하고, 제주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식당을 찾아가는 환경에서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원산지 표시를 속이거나, 거짓으로 손님을 받는 식당이 제주 전체 식당의 전부는 아닙니다.[각주:5] 그러나 일부 제주 식당의 불친절과 거짓 원산지 표시, 바가지요금은 즐거워야 할 제주 여행을 망치는 주범이 될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몇 시간의 운전도 마다치 않는 세상입니다. 제주 식당들이 진심으로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정당한 가격을 받는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오히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제주에 와서 진짜 '흑돼지'를 맛있게 먹고, 또 먹으러 오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제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1. 본문 글에 나오는 식당들은 원산지 표시 위반 등으로 년 2회 이상 처분이 확정된 식당 중에서 6개월 이내 업소들이다. [본문으로]
  2. 돼지고기의 앞다리와 목심,등심 가까이에 있는 경계부분 [본문으로]
  3. 원산지 표시 위반 업소들 목록. http://www.origin.go.kr/portal/falsdisp/violatorPublic4NAQS.jsp [본문으로]
  4. 제주에서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쇠고기에 비해 제주에서 널리 사용되는 돼지고기의 과태료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쇠고기 1차 위반 150만원, 돼지고기 30만원 [본문으로]
  5. 제주 맛집으로 검색한 식당 중 10%미만이 원산지 표시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