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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돈 된다고 '제주 고사리' 꺾다가 목숨까지 위험

 

 

제주 고사리 철이 왔습니다. 제주도는 고사리가 나는 4~5월이면 고사리 채취로 난리법석입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은 물론이고 육지에서도 고사리를 채취하러 제주까지 내려옵니다.

 

많은 사람이 제주 고사리를 채취하러 다니는 이유는 제주 고사리가 돈이 제법 되기 때문입니다. 요새 햇고사리 300g이 3만 원이 넘으니 한우보다 더 비싼 셈입니다.[각주:1] 새벽부터 고사리를 채취하면 많이 버는 사람은 10만 원이 넘게 벌기도 합니다.

 

제주 고사리로 돈을 버는 사람도 많지만, 매년 4~5월이면 제주도는 고사리 때문에 몸살을 앓습니다.

 

'고사리철만 되면 바쁜 119구조대'

 

제주도 소방서들은 매년 4~5월만 되면 바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제주에서 '길잃음 사고'는 132건이었습니다. 그중 50건이 고사리 채취 때문에 발생한 신고입니다. 거의 절반 가량의 길잃음 사고가 고사리가 나는 4~5월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각주:2]

 

고사리를 채취하러 가는 곳이 대부분 오름이나 한라산 중턱 등 수풀이 우거진 곳입니다. 고사리를 더 채취하는 욕심에 자꾸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부부 또는 사람들과 함께 가도, 각자 고사리를 채취하면서 일행과 떨어지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각주:3] 특히 남보다 더 많이 고사리를 채취하려는 욕심으로 다니다가 휴대폰이 안 터지거나 배터리가 떨어져 실종 신고까지 들어가는 일은 매년 발생합니다.[각주:4]

 

아무리 고사리가 돈을 벌게 해준다고, 자기 욕심 때문에 진짜 위급한 상황에 출동해야 하는 119구조대가 하루에도 몇 번씩 출동하게 만드는 일은 스스로 주의해야 합니다.[각주:5]

 

' 고사리 철만 되면 운전하기가 겁나'

 

제주도의 오름이나 숲길 근처는 대부분 왕복 2차선 도로입니다. 제주는 대부분 갓길이 없어서 차량이 한 대라도 도로에 주차되어 있으면 차량들의 통행이 불편합니다. 유명 관광지 부근에는 몰려드는 차량 때문에 교통난이 심각하기도 합니다. [각주:6]

 

▲ 제주 사려니숲 입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들 ⓒ한라일보

 

고사리가 나는 매년 4~5월이면 오름이나 숲길 도로 양쪽에는 고사리 채취하러 온 차들의 불법 주차가 극성을 부립니다. 차량이 통과할 수 있게 주차하면 그나마 낫지만, 갓길이 없으니 도로 쪽으로 주차를 해서 차량 통행이 불편해집니다.

 

그나마 일직선 도로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으면 멀리서도 알 수 있겠지만, 커브 길에 주차된 차량을 갑자기 발견하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고사리철만 되면 차들이 도로를 점령하거나 갑자기 숲에서 튀어나온 사람들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높습니다.

 

제주는 4~5월이면 유채꽃이 피는 등 관광하기 좋은 시즌입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등 연휴가 있는 시기는 관광객이 몰립니다. 특히 이 시기 제주를 관광하는 렌터카 운전자들은 진짜 조심해야 합니다.[각주:7]

 

가뜩이나 자동차 사고가 많은 제주에서, 고사리를 채취한다며 마구잡이로 주차하면 서로가 고통받을 수 있습니다.

 

'고사리 때문에 진드기에 감염될 수도 있어요'

 

제주도 고사리 철에는 무시무시한 진드기도 함께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의 매개물인 작은소참진드기는 주로 숲이나 목장, 초원 등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매개물인 작은소참진드기.ⓒ제주레저신문

 

진드기에 감염되면 발열, 전신 근육통, 설사,구토 등의 증상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나오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합니다. 혹시나 진드기에 감염될 경우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습니다.

 

2013년 진드기 감염으로 6명의 환자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각주:8] 그만큼 위험한 진드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긴 팔과 긴 바지, 모자 등을 착용해야 합니다.  

 

고사리를 채취하고 돌아오면 입었던 옷은 반드시 실외에 벗어 놓고, 꼭 샤워해야 합니다. 단순히 진드기 이외에도 각종 벌레도 옷에 있을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제주 고사리 채취, 돈 보다 즐기세요'

 

제주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듭니다. 제주도 할망들은 숙달됐기 때문에 괜찮지만, 보통 사람들은 온종일 허리를 구부리고 고사리를 꺾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이엠피터의 아내도 이틀간 고사리를 꺾고 오더니 몸살이 나기도 했습니다.

 

▲ 채취한 고사리는 삶은 다음에 햇볕이나 건조기로 말린다. 건고사리 100g을 만들려면 2~3배 이상의 고사리를 채취해야 한다.

 

숙련된 제주 할망들은 자기만 아는 고사리 서식지가 있고,[각주:9] 몸이 부지런해서 남들보다 빨리 채취하지만, 육지에서 오거나 제주로 온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은 무작정 고사리를 찾다가는 길만 잃기 쉽습니다.

 

고사리를 채취하면 돈이 된다고 하지만 실제 채취한 고사리를 삶아서 말려 놓으면 양은 생각외로 적습니다. 10만 원 이상 벌려면 진짜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채취해야 됩니다. 보통 사람은 그 정도 고사리를 꺾으려면 약값이 더 들기도 합니다.

 

누구네는 고사리 꺾어 1천만 원을 벌었니 하는 소리가 항상 고사리 철에는들립니다. 물론 벌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의 억척스러운 할망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니, 평범한 사람들은 고사리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접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고사리를 채취하던 도중에 미리 싸온 도시락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

 

제주에 살면서 고사리를 꺾어 말려 육지의 친척들에게 보내주면 좋아합니다. 제주에서 직접 채취한 자연산 고사리는 맛도 좋아 인기가 많기도 합니다. 그러나 돈 욕심에 전문적으로 고사리를 꺾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제주는 몸살을 앓습니다.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굳이 아이엠피터가 고사리 채취를 문제 삼을 필요가 없습니다. 점점 고사리 채취 인구가 늘어날수록 그에 따른 피해 또한 늘어납니다.

 

동네 이웃끼리 소일삼아, 산책을 겸해 도시락을 싸서 오름을 오르면서, 안전하게 고사리를 꺾으며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고사리가 아무리 많이 나도[각주:10] 너도나도 고사리를 꺾다 보면 언젠가는 제주도 고사리가 더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 나는 먹거리, 적당히 먹을 만큼만 꺾어 즐기는 삶도 그리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1. 한우 100g을 마트나 인터넷에서 구매할 경우 [본문으로]
  2. 고사리 따러 갈 때 호루라기 꼭 챙기세요. 한겨레 2014년 4월 1일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30725.html [본문으로]
  3. 호루라기를 준비해 일행과 떨어져 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방법도 좋다. [본문으로]
  4. 제주서 고사리 채취 주민 실종신고 잇따라. SBS 2012년 4월 20일.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1161145 [본문으로]
  5. 고사리 채취 길 잃음 사고 주의보 발령. 미디어제주 2015년 4월 9일.https://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171680 [본문으로]
  6. 사려니숲길 비자림로 주차난 심각. 한라일보 2014년 11월 8일. http://www.ihalla.com/read.php3?aid=1415449499480512184&spage=1 [본문으로]
  7.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대충 어디쯤 고사리 채취 차량들이 있어 주의를 하지만 렌터카 운전자들은 지형을 몰라 당황할 때가 많다. [본문으로]
  8. 진드기 활동철, 고사리 채취 등 야외활동 주의. 제주레저신문 2014년 4월 11일.http://www.leisur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16 [본문으로]
  9. 제주 할망들은 자기가 아는 고사리 서식지를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본문으로]
  10. 고사리는 꺾어도 또 자란다. 9번까지도 고사리가 돋기도 하는데, 비가 오면 금방 자라, 4~5월에 내리는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