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이야기

평당 10만원이 40만원까지 '미친 제주 부동산'



지난해 제주 노형동에는 제주 노형2차아이파크가 분양됐습니다. 3.3㎡당 900만 원이었던 분양가는 제주 지역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으며, 전용면적 84㎡형은 무려 3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을 비롯한 육지에서는 아파트가 안 팔리고 미분양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유독 제주에서만은 전매제한이 없어 4~5천만 원의 프리미엄까지 형성돼 거래되기까지도 했습니다.

육지 사람의 눈으로 보면 마치 묻지마 투자처럼 보이는 제주의 부동산,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집은 있지만 팔지 않는 제주 사람들'

제주에 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제주는 지금 집을 구하려고 해도 구하지 못하는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주에 내려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5~6천만 원대의 농가주택을 선호합니다.

서울에서 살던 전세금 1-2억 정도를 가지고 제주로 와서, 5~6천만 원으로 농가주택을 사들여 1~2천만 원으로 리모델링을 하면, 텃밭도 가꾸며 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주 부동산에도 농가주택을 찾는 사람은 많지만, 매물이 거의 없다. 출처:SBS 모닝와이드


제주 농가주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예전에 4~5천만 원이면 거래되는 농가주택이 지금은 7~8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이상까지도  올라갔고, 이마저도 구할 수조차 없습니다.

제주의 주택이 부족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제주의 문화를 알아야 합니다. 제주는 밖거리,안거리라는 주택 구조로 되어 있는데, 안거리에는 부모가 밖거리에는 자녀들이 거주합니다.

▲제주의 전형적인 주택양식


처음 결혼을 해서 부모와 함께 살던 자녀들은 아이들이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제주 시내에 집을 구해 아이들은 시내에서 학교에 다니게 하고,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계속 시골에서 거주합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농가주택은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가 있기 때문에 팔기 어렵고, 제주 시내 집은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학교에 다녀야 해서 집을 내놓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제주에서는 기존의 주택이 매물로 잘 나오지 않아서, 땅을 구매해서 집을 짓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집을 구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평당 10만 원짜리 땅이 40만 원까지 올라간 중산간 마을'

제주로 유입되는 외지인들은 대부분 제주에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마땅한 일거리가 없기 때문이고,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하면 굉장히 낭만적으로 보이는 프로그램이 여러 차례 방송됐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마을들이 발전했고, 관광지도 해안도로 부근에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안도로의 주택을 개조해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려는 외지인들이 늘어났습니다.

수요자는 많지만 매물이 없으니 이제 사람들은 해안도로가 아닌 중산간 마을로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 중산간마을 중 오지에 속하는 송당리에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


중산간 마을은 제주에서는 오지에 속하는 곳으로 변변한 병의원은 물론이고 동네 구멍가게와 농사짓는 사람이나 건설 인부를 상대로 하는 소규모 식당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을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생겼습니다.

지리적 여건과 상관없이 장사가 잘 되면 좋겠지만, 사실 수도권도 아니고 제주 중산간 마을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관광객뿐입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기존의 게스트 하우스와 새로 생기는 게스트 하우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읍 단위에 2~3개만 있던 게스트하우스도 이제 마을에 5~6개씩 생기기도 하고, 골목길 전체가 게스트하우스인 지역도 있습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생기면서 제주 중산간 마을의 땅값은 2010년도에 평당 10~15만 원에서 2013년에는 20만 원을 훌쩍 넘어, 대로변은 40만원까지 올라가고 있습니다.

' 맹지에 미등기 건축물이라도 무조건 사는 묻지마 구매'

찾는 사람은 많지만, 매물이 없다보니 문제가 있는 집들을 무조건 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왜냐하면,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단 두 시간 만에 팔리는 일도 빈번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육지에서 제주로 오고 싶어하는 외지인들은 농가주택이 품귀현상이니, 농가주택이 나오자마자 집도 보지 않고 육지에서 계약금을 걸고 무조건 구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슬레이트 지붕과 미등기 건축물이 많은 제주 농가주택


묻지마식으로 농가주택을 구매하다 보니 농가주택이 가진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주도 농가주택에는 미등기건축물이 많은데 양성화 과정( 제주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오래된 미등기 건축물을 합법화해주기도 한다.)을 거치지 않으면 증축이나 리모델링이 어렵습니다.

제주 농가주택은 슬레이트 지붕이 많아 단순한 리모델링을 해서 거주하려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비용만 500만 원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모르는 외지인들은 그냥 농가주택이니 멋지게 리모델링하면 거주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무조건 사고 봅니다.

▲도로처럼 보이지만, 도로가 아닌 맹지이다. 출처:지지옥션


농가주택이 많은 제주에서는 도로가 없이 집만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보이는 도로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적도상 맹지로 되어 있거나 사도 (개인 도로)로 되어 있어, 소유주의 도로 사용 허가서를 받거나 도로로 바뀌어야 건축이 되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 부동산은 이런 중요한 내용은 알려주지 않고 무작정 구매를 유도하기도 해서, 외지인들은 농가주택을 구입했다가 증축이나 리모델링을 하면서 이 사실을 알고 건축허가를 받지 못해 미등기 건물, 즉 불법건축물에서 그냥 사는 일도 있습니다.
 
농가주택을 샀다가 도저히 허가를 받지 못하니 묻지마 구입을 원하는 외지인에게 또다시 되파는 일도 있으며, 무허가 미등기 건축물이 경매에 나왔다가 1~2천만원이 오른 가격으로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 다시 나오기도 합니다.

▲기자가 임대하고 있는 감귤 농장과 농가주택


제주에 사는 아이엠피터는 작년부터 감귤 1천 평과 그 안에 딸린 농가주택을 연세 500만 원에 임대하고 있습니다.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없다 보니 귤 농사를 한 번도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덜컥 임대했던 것입니다.


500만 원이나 줬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4인 가족이 살면서 글을 쓰는 작업공간까지 만들기는 공간이 비좁고, 언제 나갈지도 모르는 농가주택에 몇천만 원씩 들여 리모델링을 하기도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년 2월이면 계약이 끝납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 집이라도 구입하려고 서로 달려들 것입니다. 그러나 여름이면 벌레 때문에 창문조차 열 수 없는 환경을 알고 있기에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속내는 만류하고 싶습니다.

▲11월 중순,수확을 앞두고 있는 제주 감귤


조용하던 제주가 외지인과 중국인들의 투자 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친듯이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이 제주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중산간 마을까지 개발되는 모습은 마치 섬 전체가 파괴되는 느낌조차 듭니다.


감귤 농사를 1년 해서는 1천만 원 벌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감귤밭을 팔면 1억원 이상을 받을 수도 있고, 감귤밭을 갈아 엎어 집을 건축하면 몇억 원이라는 돈도 만질 수 있습니다.

제주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지금 제주에는 사라져가는 감귤밭과 파헤쳐지는 중산간 오름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