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초등학교 2학년 요셉이는 지난해부터 올가을까지 학교 안에 '아름다운 숲'을 만든다고 애를 썼습니다. 93종의 나무들과 30여종의 초화류 등 총 4,600개의 식물을 심고 가꾼 숲을 아이들은 '빛솔 정원'이라고 부릅니다.
제주도 중산간 마을에 위치한 좋게는 '전원학교' 그냥 '산골마을'에서 무슨 숲을 만드는지 이해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산지사방이 다 산과 오름인 산골학교에서 왜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 있는지 사연을 소개합니다.
' 녹음교실은 그냥 교실이 아닌 아이들의 놀이터'
요셉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천연의 야외학습장인 '녹음교실'과 '무지개 연못' 있습니다. 요셉이 학교에서는 '녹음교실'이라는 야외 학습장에서 수업도 자주 합니다.
목관앙상블로 나름 유명한 산골학교인 송당초등학교 아이들은 '빛솔정원'에서 연주나 연습을 하기도 하고, '녹음교실'에서 식물 채집이나 과학 수업도 자주 합니다.
학교 안에 있으니 야외학습장에서 수업하는 일이 당연하겠지만, 아이들에게 '빛솔정원'이나 '녹음교실'은 수업만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농사일에 바쁜 부모들은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틈만 나면 숲으로 들어가서 학년을 따지지 않고 언니,오빠,형,누나들과 하하 호호, 깔깔대며 놉니다.
요셉이를 데리러 학교에 가면 아이는 매번 교실에 없습니다. 녀석은 꼭 1학년 동생이나 고학년 형들과 함께 '무지개 연못'에서 물장난을 칩니다. 한번은 무지개 연못에 빠져 담임선생님이 더러워진 옷을 벗기고 대신 선생님 옷을 입혀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송당초등학교 전교생 41명 아이에게 '빛솔정원'이나 '녹음교실'은 그냥 '아름다운 숲'이 아니라 놀이터입니다.
' 초등학교는 마을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이다.'
제주에는 괸당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외지에서 들어 온 사람들이 잘 적응을 못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 가족은 별로 그런 일을 겪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송당초등학교' 때문입니다.
송당초등학교에서 행사하면 학부모, 친척,동네 사람이 모두 모여야 합니다. 전교생이 41명이라 학부모는 물론 동네 사람들이 함께 참석해야 줄다리기라도 할 수 있습니다.
산골학교에서 하는 가족야영, 가을 운동회 등의 행사는 항상 마을 잔치가 되기 일쑤입니다. 마을 사람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을 이야기, 농사. 집, 아이들, 제주도 얘기를 서로 주고받습니다.
산골 마을이지만, 예쁘게 드레스도 입고 고깔모자도 쓰고 뽀로로 케이크를 앞에 놓고 아이들 생일잔치도 합니다. 무슨 시골에서 이런 과소비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골 아이들은 이런 시간이 아니면 도심 아이들이 손쉽게 하는 일들을 경험조차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만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들 생일을 빙자하여 만나서 술과 음식을 함께 즐기기도 합니다.
초등학교는 단순히 '학교'가 아니라 외지인과 제주 토박이, 마을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공간입니다.
' 아름다운 숲은 생명의 숲이다'
큰 아이 요셉이는 굉장히 내성적입니다. 눈물도 많아서 조그만 일에도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도 자주 웁니다. 요셉이의 이런 성격은 어릴 적 엄마,아빠가 일 때문에 떨어져 살았던 시기에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 요셉이는 학교 방과후 수업시간에 축구,악기,골프.택견 등을 배운다. 만약 사교육이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성적이며 소극적이었던 요셉이는 제주에 내려와 송당초등학교에 다니며 성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까불이'로 통할 정도로 신 나게 놀고, 장난도 많이 칩니다.
물론 학교 성적이야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1학년 때보다 훨씬 학습 태도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2학년 아이들이 5명, 그중에 남자아이는 요셉이밖에 없지만, 그 덕분에 담임선생의 전폭적인 관심과 학습 지도를 거의 과외처럼 받고 살아갑니다.
▲ 제주에서 태어난 에스더는 갓난아기 때부터 송당초등학교에서 놀았다.
막내 에스더는 송당초등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학교 행사에도 거침없이 돌아다닙니다. 교장 선생님이 훈화를 하든지 말든지 교실을 누비고, 운동장에서 자기 오빠를 찾아 그 옆에서 놀기도 합니다.
요셉이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송당초등학교를 드나들던 에스더에게 송당초등학교는 놀이터이자, 유일하게 또래 친구나 언니,오빠를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 12월생인 에스더는 아직도 기저귀를 차고 있다. 제발 유치원 입학식 전에는 기저귀를 떼야 하는데..
맨날 청강생처럼 오빠를 따라다니던 에스더도 드디어 내년이면 송당초등학교 행사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바로 만3세반 유치원생으로 입학할 수 있는 나이가 됐기 때문입니다.
아마 내년이면 엄마,아빠는 요셉이와 에스더를 번갈아 데리고 운동장을 뛰어다니거나, 한꺼번에 등하교를 시킬 수 있어 편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소식이 있는가 하면, 나쁜 소식도 있습니다. 전교생이 41명밖에 되지 않는 학교이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학교통폐합'으로 학교가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송당초등학교는 '아름다운숲전국대회'를 위해 학교 숲을 '빛살정원' 야외학습장을 '녹음교실'이라고 지었다. 숲 명칭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지었다.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학부모와 선생들은 어떻게 하든 학교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생명의 숲'이 주최하는 '아름다운숲전국대회'에도 응모, 최종적으로 전국 17개 후보지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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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에 당선된다고 학교가 사라지는 위기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건물을 세우고, 학교를 증개축하는 일이 아닌 숲을 꾸미는 일은, 언제라도 학교가 생명을 만드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요셉이가 학교에서 활기찬 생명력을 얻었다면, 이제 에스더가 뒤를 이을 것입니다. 떼 많고 욕심 많은 에스더이지만 학교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벗하고, 언니,오빠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그 아이도 누군가를 배려하는 소중함을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은 단순히 자연이 아니라 아이들이 커 나가는 추억이고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먼 훗날 이 아이들은 송당초등학교의 '아름다운 숲'에 다시 아이엠피터의 손자,손녀를 데리고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산골 마을의 작은 산골학교, 그리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투박한 자연을 '아름다운 숲'으로 가꾸어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동참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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