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이주해 오는 인구가 부쩍 늘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제주에 오던 2010년에만 해도 마을에 외지인은 서너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마을의 3분1이 외지인으로 구성된 마을도 생길 정도입니다.
제주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많은 꿈과 희망을 품고 내려옵니다. 그러나 제주에 막상 와보면 제주살이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육지에서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경우라면 제주살이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갑자기 급등한 부동산에도 돈이 있으니 턱하고 땅도 사고 별장 같은 집도 건축하면 됩니다. 은퇴연금이나 모아놓은 재산으로 굳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균 나이 30대 초반의 경우 전세금이나 소형 평수 아파트를 팔면 제주에서 겨우 집 하나 장만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아이는 커 나가니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제주에서 직장 구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 전국 꼴찌의 급여를 받는 제주도'
육지에서 제주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 경력이 3~4년 이상 많게는 10년 이상의 전문가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제주에서 직장을 구할 때 가장 처음 부딪치는 장벽이 급여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우리지역 노동시장의 이해>를 보면 제주의 월 평균 급여액은 213만 6천 원입니다. 서울의 300만 7천 원보다 현저히 낮고, 대구 지역의 225만4천 원보다도 10여만 원이 적습니다.
사실 이 통계는 말 그대로 월평균입니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한 달 급여가 200만 원을 넘는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자신의 경력을 낮게 취급하는 제주라도, 육지에서 받던 월급의 3분1을 겨우 받을 정도입니다. (제주에서는 정규직도 보통 120~150만 원 사이)
제주에 사는 청년들의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이 40.7% (전국 평균 20.5%)입니다. 가뜩이나 취업 환경도 안 좋으면서 적은 급여를 받느니, 가족의 농사를 돕는 일이 훨씬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는 자신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회사도 별로 없거니와, 경력직이라도 그다지 대우를 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워낙 취업 시장이 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직장 구하기는 거의 포기하고 살아야 합니다.
' 근로기준법 위반은 당연,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제주'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직장을 구해도 문제는 있습니다. 제주의 직장 문화는 육지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괸당문화로 이루어진 제주에서 육지인 한 두명은 직장 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의 말(제주 사투리)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제주 직장 문화입니다.
영업이나 업무도 괸당문화답게 서로서로 아는 지인들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육지에서 내려온 사람은 영업이나 업무면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직장문화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황당한 근로여건은 직장생활의 회의를 느끼게 합니다.
아직도 대한민국 직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회사가 많지 않아도, 제주는 더 심합니다. 그나마 제주에서 가장 직장이 많은 관광업계 회사들은 근로기준법이 무엇인지조차 모릅니다.
1일 12시간씩 주 5일을 근무하면 60시간입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주 40시간, 노사 합의하에 최장 12시간을 더해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근로외 수당이나 상여금 등은 말조차 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더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합니다.
급여도 낮고, 직장 문화도 어렵고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는 회사 생활은 제주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듭니다.
' 농사라도 하면 된다고? 반나절 만에 도망치는 사람들'
제주에 내려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 생활이 싫어서 내려 오니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등을 합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천개가 넘는 게스트하우스나 수많은 카페에서 성공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시간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장도 어렵고, 게스트하우스나 펜션, 카페 등도 힘들다면 그냥 농사나 짓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주 농사는 대농(보통 몇만 평 이상) 정도 되어야 경제적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땅을 많이 사거나 임대를 해도 트랙터를 비롯한 장비 구입, 수확이 있기 전에 지급되는 인부들 일당, 비료,농약 대금 등은 대출받지 않으면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농사도 배우고 돈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은 밭농사 인부로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농사일을 해보지 않은 외지인들을 인부로 쓰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제주에서는 보통 밭농사 인부를 용역 회사를 통해 하는데, 일당 5만 원에서 6만 원 사이 인부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입니다. 할머니들이야 평생 농사를 짓던 분들이라 손쉽게 합니다. 그러나 농사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침 6시부터 시작한 농사일을 한 두 시간만 해도,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밭농사를 시작한 사람 중에는 점심나절에 도망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주 할머니들이 사투리로 하는 말도 알아듣지 못하니 일을 제대로 하기도 어렵거니와, 일을 못 하니 밭주인이나 할머니들의 눈초리를 견뎌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11월 중순이면 시작되는 감귤따기도 그리 쉽지 않습니다. 감귤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하루에 노란색 컨테이너 박스(보통 20Kg) 40개를 채워야 하는데, 이 정도는 어릴 적부터 감귤따기를 했던 사람이나 할머니들 이외에는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품성 있는 귤만 제대로 꼭지를 따서 (꼭지를 제대로 자르지 않으면 귤끼리 상처가 나서 금방 썩는다.) 컨테이너에 채워야 하는데, 할머니들의 손놀림을 초보인부들은 결코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제주에서는 감귤수확 철이 되면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만, 그것은 숙련된 할머니들이고, 농장주들은 숙련되지 않은 외지인들을 그리 선호하지 않거니와 잘 쓰지 않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유독 제주에 살면서 비판적인 글을 올립니다. 그 이유는 제주에 오지 말라는 소릴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주를 제대로 알고 와야 한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제주는 본래 척박한 땅이었기에 힘든 직장이나 적은 급여, 어려운 농사일도 마다치 않고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 제주에서 사는 일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힘들 수 있습니다.
그저 환상만 가지고 제주에 오면 아픔도 시련도 겪습니다. 그래서 제주에 오려면 거센 파도를 헤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거센 파도를 헤치면 육지에 닿을 수 있듯이 자신만의 독특한 창업 컨덴츠나 틈새 취업을 노린다면 제주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마음만 앞서고 나침반이나 암초가 표시된 지도를 갖지 않고 배를 타면 분명 곤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 오려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지도와 나침반을 꼭 준비해서 제주에 왔으면 합니다.
'제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에서 운전할 때 '이것'을 조심하세요 (17) | 2013.12.14 |
---|---|
'제주 감귤체험' 입장료 없이 즐기는 방법 (9) | 2013.11.30 |
'제주도지사' 도민 죽음 외면,골프 치고 새누리당 입당 (8) | 2013.11.19 |
산골학교가 '아름다운 숲-생명의 숲'이 된 사연 (4) | 2013.11.09 |
'제주 감귤따기 체험 농장' 공짜로 마음껏 드세요 (20) | 2013.11.02 |
평당 10만원이 40만원까지 '미친 제주 부동산' (7) | 2013.10.19 |
제주 부동산,농가주택, 사기 안 당하는 법 (19) | 2013.09.28 |
바다 놔두고 수원으로 물놀이 간 '제주 촌놈' (8) | 2013.08.31 |
가뭄에 물난리, 제주도지사가 '81억 사기'만 안 쳤어도 (21) | 2013.08.09 |
시설은 세금으로, 입장료 6천원은 개인이 꿀꺽 '산굼부리' (16) | 2013.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