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시즌이라 제주에도 관광객이 몰려와 도로에서 렌터카와 관광버스를 많이 봅니다. 제주에 사는 사람이라면 휴가철이 사실 곤혹입니다. 아는 지인들이 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이드를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를 찾아 온 손님이니 즐겁게 해주면 되지 왜 울상이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사실 돌아다닐 만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걷기를 좋아하거나 자연이 좋아 온 사람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비싼 입장료를 내는 관광지를 가길 원하는데, 돈은 돈대로 주고, 만족은 못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비싼 바가지 관광지 요금을 받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제주 산굼부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오면 꼭 들려보고 싶어하지만, 사실 억새가 나는 가을이 아니면 그다지 볼만한 곳은 아닙니다.
<산굼부리를 찾는 사람 대부분은 억새를 관람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산굼부리는 입구에서부터 억새 시즌이 언제이고, 지금은 억새가 없다는 안내문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주)산굼부리에서는 안내하지 않으니, 가을을 제외한 시기에 산굼부리를 찾는 사람은 꼭 주의해야 한다.>
억새가 나는 시즌이 아니더라도 산굼부리에 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입장료가 너무 비쌉니다. 1년 만에 3천원에서 6천원으로 인상된 산굼부리 입장료는 비슷한 천지연,절물휴양림,만장굴에 비해 거의 사설 박물관 수준만큼 가격이 높습니다.
여기에 다른 곳은 도민 할인, 노인 무료 등의 혜택이 있지만, 산굼부리는 6천원 인상과 함께 겨우 생색내기로 나온 도민 할인 1천원이 전부입니다. 그마저도 표시도 없고 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과거에 산굼부리에 갔다가 도민 할인이 되지 않아 그냥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입장료 6천원을 내고 볼만한 가치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이라고 해서 국가가 관리할 텐데 왜이리 비싸냐고 항의했더니 산굼부리가 사유지라 입장료는 자신들 마음대로 정하게 되어 있답니다.
산굼부리가 개인 사유지라 입장료를 비싸게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그 안에 들어가는 관리비용은 누가 지출하는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알아봤습니다.
정보공개 청구결과, 제주 산굼부리에 올 7울부터 12월까지 무려 2억 원의 돈이 분화구 정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돈을 벌 수 있게 시설 관리비를 정부와 제주도가 무료로 지원해주는데, 입장료 수익은 개인이 모두 갖는다는 점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보통 개인 사유지에 천연기념물 등이 있어 국가가 시설물을 관리해주면 대부분 입장료가 저렴해집니다. 그만큼의 관리 비용을 국가에서 세금으로 충당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산굼부리는 국가의 세금으로 관리도 받고 입장료는 다른 곳보다 배이상은 비쌉니다.
결국, 정부가 세금으로 개인이 땅만 갖고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고 있는 것입니다.
'한 번 행사에 수십억 세금 낭비, 땅 부자만 돈 벌어'
제주는 이처럼 개인 사유지에 나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집니다. 특히 축제나 문화 행사를 개인 사유지에서 벌여, 땅을 소유한 사람은 임대료라도 받지만, 제주도민은 그냥 수십억 세금만 갖다 바치는 일이 늘 생깁니다.
제주는 2012년에 '탐라대전'이라는 거대한 축제를 열었습니다. 당시 '서천꽃밭'이라는 제주의 설화를 소재로 한 꽃밭을 조성했는데, 이때 꽃밭 조성 사업에만 6천만원이 소요됐습니다.
6천만원을 들인 꽃밭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태풍 때문에 꽃밭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개인 사유지라 다시 어떻게 해볼 수도 없게 됐습니다.
결국 며칠 동안 꽃 구경 하겠다고 세금 6천만 원을 내다 버린 꼴입니다.
탐라대전 당시 제주도는 제주 전통배를 형상화한 2억5천만원짜리 '덕판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형물도 사유지에 있기 때문에 이전해야 합니다. 덕판배를 이전하여 리모델링을 하려면 5천만원이 소요됩니다.
이처럼 처음부터 국유지에 어떤 조형물이나 꽃밭 등을 조성했으면 그것이 남아 있었겠지만, 수십 억원의 돈을 쏟아 붓고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당한 결과를 만든 것입니다.
' 관광 제주?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아이엠피터는 제주에 살면서 자연을 느끼고 살기에 늘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자연이 이상하게 인간과 엮어지면 그토록 추잡해질 수가 없습니다.
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이엠피터네 가족은 매해 여름이면 자동차로 10~15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에서 온 가족과 수영을 즐깁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한가했던 바다에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자, 고약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모래바람만 날리던 한적했던 월정리 해변은 카페가 하나둘 생기면서 이제 월정리 해변은 카페 거리에 자동차가 잔뜩 있는 유원지처럼 변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 오자, 작년에는 없던 해수욕장 관련 용품 대여소가 생기고, 유료 샤워장에 그늘막 텐트 대여소도 확장해서 영업하고 있습니다.
불과 작년에만 해도 그늘막 텐트를 치고 가족이 즐겼던 장소에는 '개인 천막,텐트.그늘막 설치 금지' 표시가 되어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주고 파라솔을 대여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휴가철에 돈을 벌겠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멋대로인 요금은 둘째치고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해변에 개인 천막이나 그늘막까지 설치를 금지하면서 돈을 버는 불법적인 행위를 하느냐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주에는 도가 관리하는 해수욕장과 비지정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비지정인 경우 동네 청년회나 주민회가 주관하여 청소와 관리를 하며 그늘막 대여와 매점을 운영하며 수익을 취하고 있습니다.
자율적으로 청소하고 관리를 하면서 적정선의 요금을 받으면 좋으련만, 요금이 제멋대로입니다. 한 시간에 1만원짜리 그늘막이 서울 말씨를 쓰면 2시간에 3만원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오전에는 5만원, 오후에는 3만원 등 장사꾼 마음대로입니다.
제주도는 2011년 '제주특별자치도 해변 관리,운영 및 사용료 징수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지정(직접관리) 해수욕장은 준수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법에 따라 받도록 되어 있는 요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제주 해수욕장의 샤워장 요금은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이고, 그것도 찬물입니다.
제주도가 관리하는 해수욕장도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동네 주민이 운영, 관리하는 곳이야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처럼 여름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해변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기보다 바가지 요금에 기분만 상하고 갑니다.
동네주민이 자기 동네를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거나 관리하는 자원봉사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해변이 운영된다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두 번 다시 제주를 찾지 않을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제주를 망치는 행위입니다.
제주에 살면서 아이엠피터 가족이 제일 많은 돈을 들였던 용품이 물놀이용품입니다. 온 가족 구명조끼에 아이들 수영복에 튜브까지, 비싼 돈을 들였지만 여름이면 거의 매일 바다를 가기 때문에 아깝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점점 바다를 가는 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적하던 바다는 번잡한 해수욕장의 상술로 변질했고, 관리는 엉망이라 갈 때마다 기분이 상하고 옵니다.
제주에 사는 아이엠피터가 이정도라면 육지에서 관광으로 온 사람들은 더 불쾌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개선은 되지 않고 아무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돈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정당하게, 그리고 모두가 편안하게 자연을 즐기면서 법을 지키며 돈을 벌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야 할 해변이 사라진다는 말은 제주의 자연이 돈의 노예로 전락해 불법으로 망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면서 관광 산업으로 수익을 얻는 나라와 도시는 많습니다. 그러나 하와이안 셔츠를 공무원이 입는 것이 '창조경제'라고 떠들며 제주도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중국 관광객만 유치하려는 제주도 지사가 있는 한 제주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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