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요새 국정교과서라는 말이 뉴스에서 나오는데 무슨 뜻인지 잘 모르지. 요셉이가 당장 배울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에 가면 배울 역사교과서가 하나만 있다는 뜻이야. 하나만 있으면 좋을 거 같다고?
음... 우리 이렇게 생각해보자, 요셉이가 좋아했던 파워레인저는 시리즈가 많잖아. '파워레인저 캡틴포스', '파워레인저 다이노소스', '파워레인저 미라클포스', '파워레인저 트레저 포스'처럼 말이야. 아빠는 왜 파워레인저 시리즈를 요셉이가 다 사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런데 요셉이는 파워레인저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말했지.
국정교과서는 쉽게 말해서 파워레인저는 무조건 하나만 있어야 한다면서 세상의 모든 파워레인저 시리즈를 다 없애버리는 것과 비슷해.
장난감 말고, 책으로 얘기를 해보자. 우리가 하나님을 믿고 성경을 읽잖아? 그런데 옛날에는 목사님이나 장로님이 아니면 성경을 읽지 못했어. 왜냐하면, 성경은 라틴어로 된 책밖에 없었거든.
요셉이가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싶어도 라틴어를 모르면 성경을 읽을 수 없어. 그러면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지 못하겠지? 그래서 마틴 루터라는 사람이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 보급했어. 만약 라틴어 성경만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한글 성경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요셉이는 성경을 읽지 못했을 거야.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이 반드시 라틴어야 할 필요는 없어. 하나님도 꼭 라틴어 성경만 읽고 믿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거든. 하나님의 말씀은 어떤 언어로 된 것이 중요하냐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리를 요셉이 스스로 기도하고 묵상하며 깨닫는 일이야.
아빠가 미국에 가기 전에는 종교 박해를 피해 아메리카로 간 청교도가 엄청나게 착한 사람이고 그곳에 살던 인디언들이 나쁜 사람인 줄 알았어. 못하는 영어로 미국 역사를 배우는데, 오히려 평화롭게 살던 인디언을 죽인 사람들이 청교도였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
미국 역사책에는 미국인들이 인디언을 학살하고, 흑인을 아프리카에서 잡아다 노예로 착취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고. 요셉이와 같은 초등학생도 다 배우고 있었어. 왜 미국은 창피하고 부끄러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칠까?
만약 아빠가 페이스북에 요셉이와 에스더가 싸웠던 얘기는 절대 하지 않고, 무조건 요셉이와 에스더는 사이좋게 지낸다고 하면 거짓말을 하는 셈이야. 아빠가 페이스북에 에스더가 땡깡을 부리고 울었던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그 모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야.
있었던 일을 그대로 기록하는 일이 역사이고, 만약 사실대로 기록하지 않으면 나중에 요셉이의 아들은 거짓말을 진짜라고 믿게 되는 거야.
그래도 좋은 얘기만 쓰면 훨씬 멋져 보이지 않느냐고? 요셉이는 무조건 착하고 에스더는 무조건 나쁘다면서 욕하는 일을 어려운 말로 '국수주의'라고 해. 국수주의는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야. 아빠,엄마가 에스더는 항상 착한 딸이고 요셉이는 무조건 나쁜 아들이라며 요셉이만 혼내면 어떨까?
국수주의 때문에 다른 종교를 믿지 못하게 하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나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어. 요셉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때리고 욕하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요셉이도 교회를 다니지 않고, 피부 색깔이 다르고 외국인이라고 괴롭히거나 욕하면 절대 안 돼.
일본이 우리나라를 괴롭혔다는 이야기를 적어놓은 책을 자꾸 금지하고 일본이 잘했다고만 가르치고 있어서 화가 나지?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일본처럼 역사를 숨기면 우리나라도 일본과 똑같아지는 거잖아. 우리는 그렇게 살지 말자.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가 죽어 장례식을 할 때 초등학생이었던 아빠는 눈물이 나지 않았어. 그런데 아빠 친구들이 '넌 대통령 각하가 돌아가셨는데도 울지 않는 나쁜 놈이야'라는 말에 오히려 서글펐어. 울지 않은 아빠가 나쁜 놈이었을까?
아빠는 요셉이가 똑같은 옷에 똑같은 책으로 똑같이 공부하면서 똑같은 대답만 하지 않았으면 해. 요셉이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고 다르게 말할 수 있는 아이잖아.
요셉이가 '아빠도 잘못했으니 사과해'라고 할 때가 있지? 아빠가 어른이지만 사과하는 이유는 요셉이가 알려준 것처럼 아빠도 실수할 수도 잘못할 수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야.
매일 포스팅을 하는 아빠의 글에도 분명 실수가 있어. 아빠는 아빠 글만 보는 아들이 아니라, 아빠를 미워하는 사람의 글도 읽는 요셉이가 되었으면 해. 아빠가 실수한 글을 지우는 아들이 아니라, 잘못을 지적하는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아빠가 약속할게, 요셉이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는 단 한 권의 역사 교과서가 아닌 다양한 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줄게. 아빠처럼 요셉이도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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