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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찰과 국정원의 주장을 믿을 수 없는 이유

 

 

해킹 프로그램 구매와 운용에 관여하다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죽음에 때아닌 '마티즈' 진실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임씨가 죽기 전  촬영된 CCTV 속 마티즈 차량이 임씨가 탔던 차량이 아니라는 의혹입니다. CCTV 속 마티즈 차량 번호판 색깔은 흰색으로 나왔는데,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번호판은 녹색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브리핑을 통해 '해당 지역에 설치된 카메라에 잡힌 영상 전체를 초당 30프레임으로 나누어보면 진행방향으로 차량이 움직이면서 해당 차량에 부착된 번호판의 색상이 밝은 색과 어두운 색으로 변화되어 나타나는 것이 관찰된다'며 저 화질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에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각주:1]

 

경찰은 국정원 임씨의 차량과 유사한 차량 (199년식 빨간색 마티즈 II. 녹색 번호판)까지 동원해 재연했다며, CCTV 속 마티즈 차량이 임씨의 차량과 동일하다고 밝혔습니다.

 

 

마티즈 진실공방에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도대체 임씨가 탔던 마티즈 차량은 어디로 갔고, 왜 경찰은 굳이 모델이 다른 1999년식 차량으로 재연을 했는가입니다.

 

경찰은 1999년식 마티즈 차량을 가지고 재연했습니다. 임씨가 탔던 마티즈 차량을 조회한 결과 2005년식 마티즈였습니다.[각주:2] 대다수 언론도 2005년식 마티즈라고 보도했습니다.[각주:3]

 

정확하게 임씨의 차량인지를 구분할 마티즈 자동차는 이미 폐차가 됐습니다.[각주:4] CCTV 속 영상을 비교할만한 정확한 증거물이 사라진 셈입니다. 단순한 색깔의 변화뿐만 아니라 증거물인 마티즈 자동차를 빨리 폐차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정원 임씨는 유서에서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하였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20년 경력의 사이버 전문가 임씨가 자료를 삭제했다고 유서에 밝히자, 야당은 임씨가 디가우저 장비[각주:5]를 사용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과연 복원이 가능하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씨는 디가우징이 아니고 그냥 컴퓨터에 있는 딜리트(Delete) 키를 눌러서 삭제했다고 합니다.[각주:6]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딜리트 키만 누르면 삭제가 되는 줄 압니다. 조금 컴퓨터를 아는 사람은 포맷을[각주:7] 시킵니다. 진짜 컴퓨터를 아는 전문가는 아예 하드를 박살 내던지 디가우징 장비를 사용합니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에서 20년 이상 사이버 전문가로 활동했던 사람이 딜리트 키를 눌러 삭제했다면, 국정원이 얼마나 무능한 곳인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국정원의 허술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시사인에 따르면 국정원과 이탈리아 해킹팀과의 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두 개였습니다. 첫 번째 계약서에는 '5163부대장인'이라는 빨간색 한글 직인이었고, 두 번째는 ‘The 5163 Army Div. The Goverment of ROK’라는 영문 직인입니다.

 

시사인은 L사 근처 도장집을 수소문한 결과, 바뀐 계약서에 사용됐던 영문 직인을 1만2천 원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각주:8] 너무나 허술한 국정원의 보안 절차였습니다.

 

왜 계약서의 직인이 바뀌었을까요? 공식적인 국정원의 계약이 아닌 개인적 일탈로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국정원은 연구용이나 대북용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국내용 자료가 나오면 ' 이 부분은 죽은 임씨가 단독으로 구입했다'고 발뺌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동네 도장집에서 1만2천원짜리 ‘The 5163 Army Div. The Goverment of ROK’ 직인을 구입해서 사용한다면 국정원 사칭이 될까요?

 

 

국정원 직원 임씨가 자살하자, 국정원 직원들은 '동료를 보내며'라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합니다.[각주:9] 세계 어떤 정보기관에서도 직원이 자살했다고 공동성명서를 내지는 않습니다.

 

국정원 직원들이 동료직원의 죽음에 안타까워 자신들의 입장을 냈다고 봐야 할까요? 공동성명서는 국정원장의 결재까지 받은 공식 문서입니다.[각주:10] 이병호 국정원장이 결재까지 한 국정원 직원들의 공동성명서, 문제는 없을까요?

 

 

공무원법 제66조에는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집단 행위의 금지' 조항이 있습니다.[각주:11] 전교조도 이 조항에 걸려 있습니다.

 

국정원도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국가정보원직원법 제7장을 보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징계를 받게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각주:12] 국정원 직원들이 공무원법을 위반했으니 징계를 받아야 합니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결재한 국정원 공동성명서는 '국가정보원법' 제 9조 정치관여 금지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국정원법에는 국정원장은 물론이고 직원들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각주:13]

 

안상운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를 통해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도 "성명 내용도 단순하게 애도의 표시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야당에 대한 공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치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명백한 정치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정원 임씨가 탔던 자동차가 영화 속 첩보원처럼 번호판이 자동으로 바뀌었다면 오히려 국민은 국정원의 능력을 믿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전혀 아닙니다.

 

국정원 직원 임씨의 죽음을 조사한 경찰은 증거물인 마티즈 자동차를 폐차하게 놔뒀습니다. 국정원 임씨의 부인이 스스로 119위치 추적을 요청했는지, 국정원의 지시대로 '부부 싸움'을 했다고 허위로 신고했는지조차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있는 자료 삭제를 키보드에 있는 딜리트 키로 하는 20년 경력의 사이버 전문가 국정원 직원, 공무원법과 국정원법을 위반하는 문서에 떳떳하게 결재까지 했던 국정원장, 도대체 국정원은 할 줄 아는 것은 '종북 척결'과 '대북 정보' 때문이라는 북한 타령밖에는 없나요?

 

경찰과 국정원의 주장을 믿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주장과 해명이 논리도 맞지 않고, 비상식적이기 때문입니다.

 

  1. 변사자 차량 진위 논란 관련 경찰 입장. 경기지방경찰청. 2015년 7월 23일. http://www.ggpolice.go.kr/main/bbsview.do [본문으로]
  2. 국정원 과장, 7월 초 10년된 마티즈 구입 왜? 세계일보 2015년 7월 20일.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5/07/20/20150720004400.html [본문으로]
  3. 리지 않는 의혹…마티즈 구입, '핵심인물' 출국.MBN 2015년 7월 21일. https://www.youtube.com/watch?v=7jo6BFTt0SY [본문으로]
  4. ‘바꿔치기 논란’ 국정원 임씨 마티즈, 22일 폐차돼.한겨레 2015년 7월 23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01655.html [본문으로]
  5. 디가우저 장비는 자기장을 쏴서 하드 디스크 자체를 무용화시키는 장비입니다. 하드 디스크에 입력되는 데이터 역시 보자력이라는 형태로 입력되는데,이 보다 높은 수치의 자기력으로 데이터를 삭제시킵니다. http://impeter.tistory.com/1296 [본문으로]
  6. "자살 국정원 직원, 'Delete'키로 자료지워…복구 용이" 2015년 7월 23일.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7/23/0200000000AKR20150723096900001.HTML?from=search [본문으로]
  7. 컴퓨터를 초기화하는 작업 [본문으로]
  8. 해킹팀 계약서에 찍힌 국정원 도장의 비밀. 시사인. 2015년 7월 23일.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959 [본문으로]
  9. 국정원 2015년 7월 20일. http://www.nis.go.kr/jsp/board/notice.do?method=view&content_number=201528&cmid=11510 [본문으로]
  10. 국정원 집단 성명, 원장이 직접 결재 논란. MBN 2015년 7월 21일. http://mbn.mk.co.kr/pages/news/newsView.php?news_seq_no=2457702 [본문으로]
  11. 국가공무원법 http://www.law.go.kr/%EB%B2%95%EB%A0%B9/%EA%B5%AD%EA%B0%80%EA%B3%B5%EB%AC%B4%EC%9B%90%EB%B2%95 [본문으로]
  12. 국가정보원직원법 http://www.nis.go.kr/svc/introduction.do?method=content&cmid=11789 [본문으로]
  13. 국가정보원법 http://www.nis.go.kr/svc/introduction.do?method=content&cmid=1178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