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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위장전입'은 괜찮아? 외국은 '징역형'

 

 

3월 9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됐고, 보고서가 채택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만 내정하고 중동 순방을 떠났다가, 와서도 외교 관례를 무시한 주한 미국 대사 병문안으로 국민들의 관심은 별로 높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박근혜 내각은 '위장전입' 의혹이 많습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주소를 이전했다고 하고,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녀의 통학 거리 때문에 위장전입을 했다고 시인했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주택 청약 자격 때문에 위장전입을 해다고 시인했습니다.

 

위장전입이 너무 기본적으로 포함돼 혹시나 위장전입이 문젯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위장전입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아봤습니다.

 

' 학부모들 스스로 적발해냈던 학군 위장전입'

 

한국에서 위장전입이 일어나게 된 배경 중의 하나는 학군 때문입니다. 1969년 서울을 시작으로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가 시작됐습니다. 중학교 평준화 정책으로 소위 일류학교로 불리던 경기중, 경복중,서울중,경기여중 등이 폐교됐습니다. 1973년에는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이 발표됐고, 1980년에는 전국 지방 주요 도시로 평준화 지역이 확대됐습니다.

 

평준화가 시작되면서 신흥 명문 고등학교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소위 강남 8학군 등 잘 나가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학군에는 위장전입을 하는 학생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8학군에 대한 위장전입은 큰 사회적 이슈로 등장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위원회는 학교 배정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8학군 위장전입자를 색출하기도 했습니다.

 

경찰,교사, 동사무소 직원으로 편성된 '위장전입 조사반'은 실거주지와 위장전입한 주소를 확인했으며, 이런 위장전입 조사는 매년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위장전입 조사결과,  8학군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나 거주 기간이 짧은 학생들은 타 학군으로 배정하기도 했고, 편법 전입이 확인된 가구에 대해서는 최고장을 발부 주민등록을 옮기거나 말소조치까지도 했습니다.

 

▲ 교육구청장실에서 위장전입 문제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부모들 ⓒ동아일보

 

위장전입에 대한 불만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위장전입이 늘어나서 자신들의 자녀가 원래 학군에 배정받지 못하고 더 먼 곳으로 학교를 배정받아 통학 거리가 늘어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은 스스로 위장전입 학생들을 찾아내 명단을 들고, 교육청에 몰려가 위장전입 학생을 조사해서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통학 거리가 멀어 위장전입을 한 것인지, 위장전입을 해서 통학 거리가 멀어졌는지 분명치 않지만, 위장전입은 우리 교육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던 범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 아파트 부정당첨 위장전입자 10%가 공무원들'

 

1997년 경기도 용인 수지지구는 아파트 투기 열풍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11개 건설업체에서 6,442가구를 분양하는 곳에 시세차익을 노린 수만 명이 몰리면서 난리가 벌어졌습니다.

 

▲ 1997년 용인수지2지구 분양 예정가와 시세 차익 ⓒMBC

 

38평 아파트의 주변시세가 2억 4천에서 2억 7천인데 반해 분양가는 1억 3천이라 전국의 부동산 투기꾼들이나 떴다방들은 대거 용인 수지로 몰렸습니다.

 

시세차익이 적게는 6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으니 용인시 거주 1순위 통장은 수천만 원씩 거래됐고,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자가 속출했습니다.

 

감사원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했다고 적발한 사람만 무려 2천7백13가구였습니다.

 

 

위장전입 조사자 2천7백13가구 중 부정으로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이 338명이었습니다. 그중 34명이 공직자였습니다. 아파트를 부정으로 당첨 받은 범죄자의 10%가 공무원이었던 셈입니다.

 

더 웃긴 것은 이런 위장전입을 알선한 사람들이 바로 용인시 공무원들이었습니다. 공무원들이 서로 짜고 시세차익을 노린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단순히 주택 청약이나 아파트 청약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그 과정을 보면 얼마나 추악한 거래와 범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위장전입은 범죄입니다.'

 

이명박 정권을 거쳐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위장전입이 너무 흔하니 사람들은 위장전입을 가지고 뭘 그러냐는 소리를 합니다.

 

▲ 미국 오하이오주의 학부모가 위장전입으로 법의 처벌을 받은 내용의 기사 ⓒabc news

 

한국에서나 위장전입이 별거 아니지, 외국에서의 위장전입은 1급 문서위조와 중절도죄 등으로 강력한 처벌을 받습니다.

 

주소를 거짓으로 작성한 행위 자체가 문서위조에 해당하고, 세금이나 의무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서 혜택을 보는 일을 절도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빵을 하나 훔치는 절도행위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재산과 부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벌고 혜택을 받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면 당연히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오히려 부자와 권력을 쥔 자들에게 법이 더 많은 관용을 베풀고 있습니다.

 

▲ 위장전입으로 수천만 원대의 세금을 회피하는 실태를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 ⓒ오마이뉴스 선대인

 

위장전입을 법으로 처벌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장전입으로 수천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자꾸 위장전입에 대해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니, 위장전입을 해도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거나 범죄라는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이 법의 기능을 상실하면 그 누구도 법을 지키지 않습니다. 대통령부터 법을 지키지 않은 자를 등용하는 사회에서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자체가 더 웃기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