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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무성 '로봇연기' 코믹이 아닌 무서운 선거 전략

 

 

새누리당 김무성 당 대표가 장수원식[각주:1] 로봇연기에 도전하여 동영상까지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로봇연기는 장수원 씨가 로봇처럼 연기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연기는 어눌하지만, 별난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한 나라의 거대 여당 당 대표가 동영상에 출연하는 일도 신기하지만, 로봇연기라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 자체도 참으로 별나 보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로봇연기라는 코믹 요소를 가미한 동영상을 촬영한 이유는 새누리당의 새로운 정치 어플리케이션의 이름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새누리당은 기존에 운영됐던 뉴미디어 관련 다양한 SNS를 하나로 통합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분산됐던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합하여, SNS는 물론이고 다양한 뉴미디어를 전략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새누리당이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장에 있을 4월 재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내년에 있을 선거 등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김무성 대표가 어플리케이션의 홍보도 아니고, 어플리케이션의 이름 공모 동영상에 출연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새누리당이 조직적으로 뉴미디어에 관심 있어 하고, 그 일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움직이는 새누리당의 전략'

 

새누리당은 2014년 12월 4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협별 SNS 담당자 협의회 발대식'을 했습니다. 새누리당 내에 있는 SNS 담당자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당내 소셜 조직을 활성화하고 조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루어진 행사였습니다.

 

▲ 새누리당의 당협별 SNS담당자 협의회 발대식 http://goo.gl/tfxLCu ⓒ국민TV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행사에서 SNS 담당자들을 가리켜 '최일선에서 직접 대면 접촉을 SNS를 통해서 하는 최전방 부대'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SNS 담당자들이 새누리당을 알리고 홍보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존 보수 정당이 인터넷 여론에 약하다는 말과 다르게 새누리당은 굉장히 발 빠르게 온라인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번 김무성 대표의 동영상과 SNS 담당자 협의회 발대식은 그 전략에서 하나씩 움직이는 단계에 불과합니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2014년 11월에 새누리당의 뉴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을 공모한 적이 있습니다. 플랫폼을 구축하고 SNS담당자들을 하나로 묶어 놓은 후, 지금은 정치 어플리케이션의 이름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SNS 전략은 노령층 보수 정당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IT 기업처럼 프로젝트 진행이 굉장히 빠르고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십알단과 국정원으로 입증된 인터넷 여론조작'

 

왜 새누리당은 SNS를 비롯한 뉴미디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할까요? 이미 지난 대선에서 SNS와 인터넷 활동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받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은 심리전단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엄청난 글을 확산하면서 인터넷 여론에서 힘을 발휘했습니다. 과거 야당 지지세력이 많았던 인터넷 공간에서 절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역전의 기회까지도 제공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정원이 단순하게 트위터와 같은 SNS만 공략한 것이 아니라,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은 물론이고 '오늘의 유머','일간베스트','보배드림'과 같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게시판 형태의 사이트에도 글을 올렸다는 사실입니다.

 

▲ 일명 십알단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여론 조작팀의 문서와 임명장,조직 ⓒ오마이뉴스.KBS

 

국정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각종 포럼과 하부 조직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인터넷에서 박근혜 후보에게는 유리하고 문재인 후보에게는 불리한 글 등을 유포시켰습니다.

 

일명 새누리당 '십알단' 등은 '이슈 모니터링'이나 '콘텐츠 생산팀' ,'배포 확산 모니터링'등을 조직적으로 운영했습니다. 당시 각종 포럼 등에서 활동에서 사람 중에는 새누리당의 뉴미디어국 당직자로  특채된 경우도 있었습니다.[각주:2]

 

새누리당이 조직적으로 SNS와 뉴미디어를 통합하여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그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조직적으로 SNS전사 양성에 힘 쓰겠다는 새누리당'

 

대선이 끝나고 2013년 새누리당은 뉴미디어국이라는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확산되는 댜앙햔 뉴미디어 분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소셜 네트워크 정당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활동은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디지털 소통,네트워크 전략 등의 업무를 통합하는 디지털 소통본부를 두거나 운영을 한다고만 되어 있습니다.[각주:3]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아예 '당헌'과 '당규 사무처 규정'에 뉴미디어국의 활동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각주:4]

 

'SNS및 빅데이터'에 관한 다양한 연구는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 확산'과 'SNS 여론 동향 파악'이라는 구체적이면서 실용적인 업무 내용이 아예 규정되어 있습니다.

 

▲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가 펴낸 페이스북 빅데이터 보고서 ⓒ여의도연구소

 

새누리당은 단순히 말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4년 여의도연구소에서는 페이스북의 담벼락에 쓰인 내용을 토대로 페이스북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트위터 대신 페이스북 사용자가 훨씬 늘어나는 시기에 굉장히 적절하면서도 빠른 모습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이 전략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온라인에서의 힘을 키워 나갈 때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저 홈페이지 하나 만들고 SNS 계정 관리하는 일 이외에는 그다지 보여주는 모습이 없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SNS담당자들을 가리켜 'SNS전사'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걸 위한 당에서 교육 등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말고 다 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걸 결제해드릴테니까'라면서 적극적인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새누리당 관련 글을 쓰기 위한 자료를 찾을 때마다 놀랍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새누리당은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진보나 야당 지지자들은 요새 카카오톡이나 밴드에서 말도 안 되는 글이 나돌아다닌다고 분노합니다. 그런 글들이 왜 돌아다닐까요? 순수한 보수 지지자라서요? 아닙니다. 카카오톡이나 밴드에서 활동하는 새누리당 관련 SNS 담당자들이 존재합니다. 다만 그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야권 지지자들은 그저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고 분노합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무엇이 그들에게 필요한지 항상 눈을 크게 뜨고 보고 있으며, 당 차원의 힘을 쏟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듭니다.

 

우스꽝스럽고 그저 보여주기 식 코믹연기를 한다고 비난하기보다, 당 대표가 출연하여 목표를 쟁취하는 그들의 무서운 역량을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도 있습니다.

 

단순히 뉴라이트 출신 인물의 강의를 듣는다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각주:5] 재보궐 선거를 걱정한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승리하지는 않습니다. 새누리당이 감나무를 흔들 때, 새정치민주연합은 감나무 밑에서 언제까지 누워 있을지,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젝스키스 출신의 가수로 연기자로 활동을 하고 있다. [본문으로]
  2. 18대 대선 ‘SNS 전사’ 출신 새누리당 특채 근무 중...'보은' '특혜' 논란 예고. 일요신문 2014년 12월 19일. http://goo.gl/s0BpnB [본문으로]
  3. 새정치민주연합 당헌 54조. http://npad.kr/npad/?page_id=263 [본문으로]
  4. 새누리당 당규 사무처 규정. http://goo.gl/NPRjbx [본문으로]
  5. 새정치, 野비판 뉴라이트 인사 불러 한미 관계 강연 듣는다. 조선닷컴 2015년 3월 16일. http://goo.gl/Iyqu2w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