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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연세대 '노무현 비하' 사과문 낼 정도 아니야

 

 

연세대학교 신입생 OT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그림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3월 1일 인천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윤동주생활관'에 입주할 신입생 300여 명은  조교들이 준비한 PPT 자료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습니다.

 

재학생 조교라 불리는 RA(Residence Assistant)가 제작한 PPT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코알라로 묘사한 캐릭터와 일베가 사용하는 '이기야'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학생의 제보로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런 사실이 알려졌고, 많은 네티즌들이 연세대 OT에 삽입된 노무현 대통령 비하 그림을 사용한 경위에 대한 조사와 사과,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 사과문 게재한 연세대, 하루 만에 사과문 철회'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그림을 사용했던 재학생 조교와 생활관 측에서는 '2015년도 윤동주하우스 RM및 RA일동'이라는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 오늘의유머 캡쳐

 

연세대 생활관 측에서는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그림이 PPT에 포함된 경위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윤동주 하우스 RM 및 RA 일동이라는 명의의 사과문에서 '특정자료의 사용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만 밝혔는데, PPT에 사용한 이미지는 구글 검색에서 특정 키워드 단어를 사용하여 나오는 특정 검색 결과나 일베관련 사이트 이외에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즉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사용했던 PPT 제작자는 이미지가 어떤 의도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세대는 분명 특정 단어로 검색해야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실수로 치부하고,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과문도 불과 하루 만에 철회했습니다.

 

연세대학교 담당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숙사 생활 안내를 돕는 재학생 조교들이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해당 그림이 들어갔다"고 해명한 뒤 "단순 실수이기 때문에 사과문을 발표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해 사과문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연세대는 단순실수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단순실수로 성급히 규정하고 굳이 이런 내용을 사과문까지 올릴 필요가 있느냐며 연세대 이름 자체가 거론될 주요 사건이 아니라고 본 듯합니다.

 

' 노무현 대통령 비하 행위를 지적했더니 오히려 벌금형'

 

천안의 모 호두업체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그림이 인쇄된 상자에 호두과자를 담아 고객에게 제공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네티즌들이 천안의 호두업체를 비난했고, 이 업체는 오히려 네티즌 150여 명을 고소했습니다.

 

ⓒ연합뉴스TV, 스토리K 캡처

 

뉴스에서는 호두업체에 고소된 150여명이 대부분 무혐의 받은 것처럼 보도됐지만, 보수성향 인터넷 언론사 스토리K에 따르면 20여 명의 네티즌만 '혐의 없음'을 받았고, 일부는 모욕죄에 대해 벌금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150여 명 중 몇 명이 명예훼손에 무혐의를 받았고, 몇 명이 모욕죄에 벌금형을 받았는지 정확히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일부 검찰에서는 네티즌들이 호두업체에 욕설한 행위 자체를 모욕죄로 판단, 약식기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호두업체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가 뻔한 비하 행위를 아니라고 하고,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모습은, 시비를 걸고 나 맞았다고 병원에 입원하는 꼴 같습니다.

 

' 노무현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

 

아이엠피터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나 글, 동영상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노무현재단이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개인적인 게시판 댓글이나 커뮤니티의 일들이 아닌 '공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한정해서입니다.

 

 

방송에서 노무현 대통령 비하 이미지 사건이 끊이지 않은 이유는 그 처벌 수위가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재단이 아예 방송국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민사까지 늘려 포괄적인 거액의 배상금이 판결이 나왔다면, 똑같은 일이 재연됐을까요?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방송국에서 막았을 것입니다.

 

혹자들은 과연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영역과 공적인 범위에 대한 처벌은 분명 달라야 하며, 그 감독권한과 책임도 분명 소속 기관에 있습니다.[각주:1]

 

연세대학교 사건만해도 단순히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사과문을 하루만에 학교측이 철회한 것입니다.

 

대학교는 단순한 개인이 모인 모임이 아닌 학문과 지식을 배우기 위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캠퍼스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노무현재단

 

어떤 이들은 노무현재단이 일베를 왜 고소,고발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고소,고발은 범위와 파급력 등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각주:2]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행위에 대한 공적인 영역부터 차단하거나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적인 영역에 그런 이미지가 사용됐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굳이 진흙탕 싸움처럼 노무현재단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예전 서북청년단처럼 불법을 자행하면서도 마치 '치외법권'이라는 의식이 자꾸 우리 사회에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연세대가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사과할 필요가 없었는지는 법정에서 가려보면 어떨까 싶습니다.[각주:3] 참고로 정갑영 연세대학교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거론됐던 인물 중의 한 명이며, 감사원혁신위원회의 위원장입니다.  

 

  1. 미국의 소송은 대부분 개인이 아닌 당사자가 속해있는 기관이나 회사를 향한다. 감독과 관리의 부실 책임이 회사에 있으며, 차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본문으로]
  2. 이 부분은 노무현재단이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를 거쳐 가이드라인 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본문으로]
  3.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 여부는 시간과 쟁점에 대한 논란 등으로 불거질 수 있겠지만, 공적인 해석은 꼭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