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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언론과 선관위의 '편파 선거개입' 이정도일 줄이야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에 언론과 선관위는 '공명선거 지수'라는 항목을 발표했습니다. 선관위가 적발한 불법 선거 사례 등을 종합하여 각 정당별로 점수를 매겨 매일 언론에 보도했습니다.

2014년 6.4지방선거에서는 제5회 지방선거에서 했던 '공명선거 지수'라는 항목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6.4 지방선거에 선거법 위반 고발,고소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경남에서는 홍준표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을 당했습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충북에서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무려 60여 건이나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근신하는 듯하더니 과열, 엉망이 되고 있는 선거 현장의 문제사례를 모아 봤습니다.

' 박근혜 마케팅이 무죄라니'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열린우리당 지지발언 때문에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어, 대통령 직무 수행이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조금이라도 대통령이 선거에서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은 당연히 법에 위반을 받는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서병수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는 선거 유세를 할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대국민담화문 발표 당시 눈물을 흘리던 사진을 내걸고 있습니다. 선거 유세 차량 전광판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을 계속 틀어주기도 합니다.

서병수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는 "박 대통령의 눈물을 국민이 닦아줘야 합니다"라는 문장을 연일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습니다.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는 5월 31일 갑자기 시내 전역의 현수막을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으로 바꾸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자 바꾼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이나 '대통령을 지켜주세요',' 박근혜 대통령 대구가 지켜야 합니다' 등의 현수막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거나 대통령이 마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부산시 선관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현수막 등에 사용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부산선관위의 이런 해석은 이중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4.11총선에서 '부산진구 선관위'는 무소속 차재원 후보의 예비홍보물 시안 검토에서 '안철수란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가 12월 대통령선거 사전운동에 해당하니, 안철수라는 단어를 모두 삭제하라'고 구두통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교하면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현수막을 이용한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은 지방선거에서 더욱 효과적입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위법이 아니라며 새누리당 후보들을 감싸주고 있는 것입니다.

선관위의 이런 결정에 따라 현직 대통령을 이용한 마케팅은 선거 마케팅의 가장 기본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는 후보자 사진보다 대통령 사진이 더 많이 보이는, 대통령 홍보전으로 바뀔 것입니다.

' 선관위의 고발, 그때그때 달라요'

제주도지사 원희룡 새누리당 후보는 사전선거운동으로 고발당했습니다. 원희룡 후보는 3월 16일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시 관덕정 앞에서 '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했는데, 당시 발언이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원희룡 후보는 관덕정 앞 광장에서 (제주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다는 곳 중의 하나)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해서 "도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선거유세를 하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합니다.


이번에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지사 후보로 나선 신구범 후보도 2002년 모교 동문 모임에서 '동문이 단합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새누리당 김방훈 후보도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가 선관위 고발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원희룡 후보가 선택한 관덕정과 같은 곳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전유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구범 후보의 경우 출마 기자회견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기도 했습니다. 

신구범 후보나 김방훈 후보 사례를 비추어 본다면 원희룡 후보는 당선돼도 '당선무효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선관위는 아직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원희룡 후보가 무죄를 받는다면 앞으로 모든 선거 출마자가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명동에서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해 '나를 도와주십시오'라고 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빠른 입장을 표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주도민들은 또다시 재선거를 치르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 정몽준은 띄워주고 박원순은 죽여라'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언론에 어떻게 보도되느냐는 지지율의 등락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선거법에는 언론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5월 26일 문화일보는 5면에서 <선거운동에 모습 안 보이는 박원순 부인...왜?>라는 기사가 나옵니다. 다음 날 7면 기사를 보면 <鄭측 “朴부인 빚 4억…일정 공개하라” 朴측 “치졸한 흑색선전…일정 소화 중”>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누가보면 박원순 후보 부인이 엄청난 빚을 지고 숨어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사진을 보면 정몽준 후보는 환하게 웃고 있으며 제목도 '김황식과'로 되어 있습니다. 이에 반해 박원순 후보가 옆으로 엉거주춤 손을 잡는 모습과 함께 '나홀로'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신문을 보는 사람은 박원순 후보보다 정몽준 후보에 대한 인상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몽준 후보의 박원순 후보 부인 공세에 다른 언론도 계속 편을 듭니다. 5월 26일 동아일보는 <부인과 함께한 정, 안과 함께한 박>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박원순 후보 부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정몽준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신문에 보여주는 행태입니다.


5월 23일자 중앙일보 5면에는 <헬멧 쓴 정몽준…배낭 멘 박원순>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와 함께 지하철 사고 등의 안전 문제에 국민이 관심이 많을 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을 점검하고 있는 정몽준 후보의 모습이 그저 손이나 흔들고 있는 박원순 후보에 비하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뻔한 일입니다.


5월 26일 TV조선 '신통방통'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 관련한 대변인 인터뷰를 했습니다. 사회자는 정몽준 후보 캠프 대변인에게는 '박원순 후보 부인에 관한 문제 제기'를 묻거나 '정몽준 후보의 전략'을 중심으로 질문했습니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 측 대변인으로 금태섭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을 전화로 연결해 놓고는 '박원훈 후보 부인 거취에 대한 문제 제기'를 묻거나 '윤장현 지면 안 죽는다. 절박한 배수진, 이유는?'이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전략이라는 단어보다' 문제, 죽는다, 절박, 배수진'이라는 단어는 보고 듣는 사람에게 불안감과 부정적인 요소를 많이 끼치게 됩니다. 이런 교묘한 말장난이 모이고 모이면 박원순 후보에게 불리합니다. 그런데도 TV에서는 버젓이 이런 인터뷰가 보도됩니다.


예전처럼 드러내고 불법을 자행하는 일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언론과 선관위의 편파적인 모습 속에 새누리당은 무엇을 하든 유리하고 처벌까지도 관대하거나 유예받기도 합니다.

사기를 당해 경찰에 신고하러 가면 경찰들의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절묘한 사기 수법에 놀라고 어처구니없는 사기에 당하는 사람을 한심하게 봅니다.

이 사회가 유권자가 사기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번 속는 유권자들을 보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사기 치는 놈이 나쁜지, 사기당하는 사람이 멍청한지 묻는다면, 아이엠피터는 둘 다라고 말합니다. 대한민국 선거는 사기 치는 놈을 가려내는 일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괜히 사기당해 울고불고 후회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