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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선개입-북풍공작' 이병기가 국정원장이라니



국정원장에 이병기 전 주일대사가 내정됐습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 내정자는 안기부 2차장과 외교안보 연구원 연구위원, 청와대 의전수석 등을 역임하면서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왔으며, 국내외 정보와 안보상황에 대한 이해가 깉은 분"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이병기 주일대사가 "현재 엄중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 속에서 정보당국 고유의 역할수행과 개혁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민경욱 대변인의 설명대로라면 이병기 주일대사는 국정원장에 적임일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의 과거 행적을 제대로 안다면 결코 저런 말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언론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의 실체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1997년 대선 개입 안기부 북풍공작'

1987년 6.10민주항쟁으로 헌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다시 부활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3당 합당 등의 야합과 기회주의로 정권 교체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1997년 신한국당은 이회창 후보를 내세워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함께 대선을 치르게 됩니다. 당시 보수세력은 이회창과 이인제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이회창은 국민회의가 폭로한 아들 병역문제로 7월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IMF 등으로 나빠진 경제 상황 때문에 신한국당의 지지도는 최악이 됩니다.

국민이 신한국당에 불만을 가지면서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에게 크게 뒤졌고, 대선에 빨간불이 켜지게 됩니다.



보수세력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대선을 앞두고 안기부의 북풍 공작이 시작됐습니다. 안기부는 국민회의 고문을 하다 1997년 월북한 오익제의 편지를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둔 12월 6일 공개합니다.  

안기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1997년 12월 11일 재미교포 윤홍준으로 하여금 김대중 후보가 대북접촉을 했고 북한의 자금을 받았다는 식의 비방 기자회견을 하게 합니다.

오익제의 편지와 윤홍준의 기자회견 내용의 논란은 지금도 일부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어떠한 유형의 정보이든지 안기부가 이것을 이용하여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 1997년 안기부 VS 2012년 국정원, 국정원장 이병기'

안기부가 1997년 대선에 개입했던 과정을 보면 2012년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가장 먼저 안기부와 국정원은 자신들의 대선개입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뻔뻔하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997년 안기부나 2012년 국정원이나 자신들의 대선개입을 폭로한 야당에 대해서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던 모습을 보면 지금이 1997년인지 2012년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내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던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국내 정치에 개입했는데도 이것은 정치 개입이 아니라고 아직도 똑같이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1997년 안기부는 김대중 후보를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윤홍준씨에게 20만 달러를 제공합니다. 이런 지시를 낸 사람이 권영해 안기부장이고, 실행에 옮긴 사람이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이병기 당시 안기부 2차장 산하 해외조사실이었습니다.


돈을 통해 사람을 매수하고, 이것을 정치, 특히 공정해야 할 선거에 개입하여 조작했다는 사실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막을 수 없는 죄악입니다.


1997년 안기부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수사가 진행되자, 당시 이병기 안기부 2차장은 "윤홍준 회견당시 대만 출장 중이어서 공작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을 했습니다.


2012년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개입이 '개인적 일탈'이며 국정원 수뇌부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흡사합니다.


1998년 3월 19일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안기부 북풍 사건을 수사 중이었던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이병기 안기부 2차장을 조사했습니다.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던 이병기 안기부 2차장은 윤홍준 기자회견 공작을 이대성 해외조사실장에게 지시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 국정원의 개혁을 외치고 국정원장을 새로운 인물로 임명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선공작을 벌였던 안기부 직원을 다시 국정원장에 임명한다는 것 그 자체가 그다지 국정원의 임무를 바꿀 마음이 없다는 대통령의 뜻입니다.

' 정치 공작에 타고난 친박 이병기'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가 능력 있는 외교통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 그의 이력을 보면 외교통보다는 정치 공작의 달인이라고 봐도 괜찮습니다.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 특보로 있던 이병기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인제 쪽 김윤수 특보에게 5억 원을 전달합니다. 돈의 목적은 '한나라당에 유리한 역할을 해달라'는 말에 담겨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탈락한 이인제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자민련에 입당, 이회창을 지지하는 선언을 합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로서는 충청권의 민심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된 것입니다.

비록 이병기는 검찰에 기소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조차 이런 이병기의 전력을 문제 삼아 2004년 총선에 공천하지 않았습니다.


이병기 국정원 내정자는 원조친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방식에 개입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탄핵 역풍으로 위기를 맞았던 한나라당과 박근혜를 살린 '천막당사' 아이디어가 바로 이병기 국정원 내정자의 작품입니다.


이병기 국정원 내정자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고, 여의도 연구소 상임고문으로 주일대사로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를 보면, 영원한 박근혜의 멘토이자 대선개입, 정치공작의 달인입니다.


국민이 그토록 원했던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과 개혁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오히려 그가 과거에 했던 정치 공작 경험과 변하지 않는 충성심으로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더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변하지도 변할 수도 없는 그녀를 보면서, 사람의 천성은 절대 바뀌지 않으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의 심판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